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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은 심대평에게 사랑과 정열의 표상"..."총리 거론은 감사하지만 부담스럽다"

"충청은 심대평에게 사랑과 정열의 표상"..."총리 거론은 감사하지만 부담스럽다"

'대담한 밥상' 촬영이 있던 지난 27일, 심대평 위원장은 택시를 타고 오찬 장소로 왔습니다. 지인의 부탁으로 결혼식 주례를 보고 오던 길이라고 합니다. 가을 햇살을 받으며 성큼성큼 내딛는 걸음에는 특유의 기품과 활력이 묻어 납니다. 72세의 나이이지만 걸음걸이는 청장년의 힘과 절도가 느껴집니다. 그래서 인지 건강 연령이 꼭 나이와 비례하는 것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을 품게 됩니다. 그는 건강 비결을 "적당히 먹어가면서 꾸준히 운동을 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건강은 타고 나지만 노력이 없이 지켜지는 게 아니다"고 강조합니다. 그는 젊어서부터 맨손 체조와 아령을 이용한 근력운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습니다. 요즘은 더욱 체계적으로 건강관리에 힘쓰고 있다고 합니다. 밥상에서도 그런 습관이 드러납니다. 골고루 맛있게 즐기면서도 과식은 경계한다고 합니다. '너무 많이 먹지 않고 적당히'가 몸에 밴 식습관입니다. 메뉴로 나온 불고기를 "이 집 맛있게 하네"라며 젓가락을 분주히 움직였다가 어느 순간에는 젓가락을 내려 놓습니다. 밥상에서도 절제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문득 '최선을 다하고 최상을 추구한다'는 그의 좌우명을 떠올리게 됩니다.

인터뷰에서는 응집된 철학과 식견을 함께 풀어냈습니다. 인터뷰의 키워드 중 하나로 충청 중심론 또는 지역정당 중심론이 올려지자 눈매가 빛나기도 합니다. 심 위원장은 행정가와 정치인의 길을 걸어오면서 일관되게 "충청이 나라의 중심이 되고 충청의 힘으로 나라를 바꾸자"고 역설해 왔습니다. 이에 대해 그는 "지금도 그런 소신에는 변함이 없지만 다만 시대적 여건이 달라졌다"고 말하고 "그 것을 제가 주장한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닐 것이고 그게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것도 확실히 모르겠다"고 의문부호와 함께 여운을 뒀습니다. 그러면서 "충청이 정말 우리가 지향하는 생활자치의 모델로서 전국의 자치단체들이 함께 배우고 국가와 지방의 경쟁력을 함께 키우는 모델이 되었으면 한다"며 지방자치 중심 모델로서의 충청의 역할론을 폈습니다. 이어 "충청 중심론이 다른 차원에서 선택되고 바람직하게 발전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입니다. 정치적인 구도에서의 충청 중심론과는 다소 거리를 두는 모양새로 비쳐집니다.

2006년 국민중심당 창당에서부터 지난해 자유선진당 대표 사퇴에 이르기까지 '지역 중심의 제3정당'이라는 정치 실험에 대해선 스스로 냉정한 평가를 내립니다. 그는 "영·호남 중심의 정당이 정치의 주도권을 잡으면서 문제점이 많다고 판단했고 충청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제3정당의 힘을 통해 나라를 바꾸자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이를 '실패한 정치 실험'이라고도 표현하면서 "시대가 변했다. 제가 충청인으로서 받았던 그런 사랑을 정치적 힘으로 통해 되돌려 드리기는 어렵다"고 전제한 뒤 "지방자치발전위원장을 맡았기 때문에 정치와는 조금 거리를 두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지역 정치권 일각에선 그가 다시 총리 후보로서 거명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을 조심스럽게 내놓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 심 위원장은 "(지방자치발전위원장) 자리가 대단히 중요한 자리이고 오히려 어떤 의미에서 보면 충청인들의 기대보다도 훨씬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자리라고 생각하는데 역량이 부족한 뿐"이라고 자세를 낮추며 "총리나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 자체를 부담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현재 있는 자리에서 전력을 다해서 성과를 내는 사람은 어느 자리에 가도 할 수가 있다"며 "충청인들이 저를 사랑해 주시고 기대를 가져 주시는 것에 큰 부담감을 느끼면서도 자부심과 감사함을 함께 느낀다"고 덧붙였습니다.

40년 내공의 '행정의 달인'은 지방자치 혁신의 수장으로서 국민 앞에 다시 섰습니다. 지방자치발전위원장이라는 직함은 심대평이라는 이름 뒤에서 더욱 잘 어울린다는 평가가 따라 붙습니다. 그는 66년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해 40년간 국정과 지방행정을 넘나 들었습니다. 경기도 의정부시장과 부산시 기획관리실장, 대전시장, 충남지사 등 4개 시·도에서 경륜과 업적을 쌓았습니다. 충남지사로서는 진기록을 남겼습니다. 관선(88년 5월-90년 12월)과 민선 1, 2, 3기를 포함해 14년을 '도백'으로 지냈습니다. 민선 1기-5기에서 3선에 성공한 광역단체장으로는 이의근 전 경북지사, 김혁규 전 경남지사, 김진선 전 강원지사, 우근민 전 제주지사 등이 있고 김진선 전 지사를 제외한 3명이 관선 지사를 지내기도 했지만 민·관선을 더해 '최장기 지사'의 타이틀은 심대평 위원장의 차지입니다. 지방행정 뿐만 아니라 대통령 비서실 행정수석비서관, 국무총리실 행정조정실장 등의 요직을 거치는 동안 국정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하며 열정을 쏟아 왔습니다.

대통령 직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에는 우리나라 지방자치 역사상 가장 무게감이 실리는 기구입니다. 지방분권추진위원회, 체제혁신위원회, 지방경찰 추진 실무기획단 등 3개 기구가 통합된 형태로 출범했고 박근혜 대통령의 강력한 지원 의지가 실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심 위원장은 박 대통령이 참석한 지난 23일의 1차 회의를 떠올립니다. "박 대통령께서 지방자치에 대해 매우 정확하고 자세하게 파악을 하고 계신데다 13가지 정도를 직접 메모해 지적해 주셔서 깜짝 놀랐어요. 그동안 지방자치와 분권의 과제가 중앙정부나 정치권의 기득권 때문에 잘 되지 않았던 부분이 많았는데 그런 점을 훤하게 알고 계신데다 국회에서 특별위원회를 만들어서 뒷받침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국회에 부탁하는 말씀까지 하는 것을 듣고 또 한 번 놀랐습니다."

심 위원장은 위원회의 향후 운영에 대해 분명한 철학과 신념을 제시했습니다. 분권과 체제 혁신이 중앙으로부터 지방으로 내려 주는 시혜적 차원이 되어서는 안된다며 지역 주민이 바라고 지방자치단체가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지방의 목소리를 한데 모으고 제도와 법제적 뒷받침을 이루도록 하는 것이 위원회의 목표라고 설명했습니다. 분권과 지방자치체제의 혁신에선 전례 없는 변화를 예고하면서 그동안의 무늬만 자치라는 평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주요 과제들을 역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국가 사무와 자치 사무를 구분해서 사무체계를 확실히 나누려고 합니다. 그동안 중앙이 사무만 인계해 주고 조직과 재정이 뒷받침되지 못한 부분들이 있었는데 사회자치권과 자주입법권, 자주재정권이 발휘될 수 있도록 재정 지원과 제도 개혁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심 위원장이 주도하는 위원회는 그 좌표에다 6개 핵심 과제를 그려 넣을 계획입니다. 자치사무와 국가사무 체계 정비 및 중앙 권한의 지방 이양, 지방재정 확충 및 건전성 강화, 교육자치 개선, 자치경찰제도 도입 방안 마련, 특별·광역시 자치구·군의 지위 및 기능 개편, 주민자치회 도입에 의한 근린자치 활성화 등으로 향후 2년 내에 한 두가지에 대해선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한다는 게 심 위원장의 구상입니다.

심 위원장은 구체적인 실행 전략도 내비쳤습니다. "체제 혁신과 관련해선 과거의 경우 시·군·구 통·폐합에 역점을 둬왔는데 중요한 점은 주민들의 확신과 선택입니다. 앞으로 위원회에서 몇 개의 시범적 기구를 통해 주민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구상입니다. 특히 특·광역시 기초의회 폐지 등과 관련해서도 다양한 형태의 행정 모델과 방안을 만들어 지역 주민이 선택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그는 각 시·도를 순방하는 강행군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연말까지 17개 시·도를 방문해 정책토론회를 갖고 지방자치발전종합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의견들을 청취하고 수렴할 예정입니다.

그는 최근 지역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선거구 증설에 대해선 정치권의 역할론을 강조했습니다. 지역구를 늘리고 줄이는 문제는 바로 비례대표 국회의원의 수와 직결되는 문제이고 그것은 정치체제를 바꾸는 문제이기 때문에 국회에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며 충청인들이 논리적이고 적극적으로 노력을 하면 길이 열리지 않겠느냐며 지역의 공조 강화를 당부합니다.

내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선거 후보들에게는 '사심'보다는 진정한 봉사 정신의 덕목을 강조합니다. "다음에 단체장을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이 앞서면 행정의 질이 달라져요. 지역 발전이 주민의 행복으로 이어지고 주민들의 신뢰를 얻게 되면 그 다음 선거에 좋은 결과를 낳게 되는 요인이 되는 것이지, 선심행정으로 표를 얻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심 위원장은 충청의 역할론에 대해선 어조에 힘을 줬습니다. "충청은 자나 깨나 심대평에게 사랑과 정열의 표상"이라며 충청 사랑에 방점을 찍습니다. 그러면서 충청 발전의 기대와 의지도 피력합니다. "지역 발전의 총합이 국가 발전으로 직결되는 것 입니다. 이를 위해 앞으로 우리 충청도가 선두에 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 그런 기대가 충족되도록 저도 분권과 체제의 혁신을 위해 노력해 나가겠습니다."

대담=김시헌 편집부국장
기획·연출=이용 뉴미디어국장
촬영·편집=김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