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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7월 4일] 안철수의 나무 그늘 효과

[데스크 칼럼/7월 4일] 안철수의 나무 그늘 효과

대선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안철수 현상'은 정치학 교과서에 소개될 만하다. 정치권에 발을 담지 않은 인사가 정치판을 이처럼 크게 뒤흔든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야권에 미치는 영향은 메가톤급이다. 민주당 입장에서 보면 안 원장은 빛과 그림자 역할을 모두 해왔다.

안 원장의 첫째 역할은 '박근혜 대세론'을 흔든 것이다. MB정부 출범 이후 3년 반 동안 박근혜 대세론은 견고했다.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지지율은 30%를 넘었으나 나머지 주자들의 지지율은 한자릿수에 머물렀다. 대다수 주자들의 지지율이 5% 미만이어서 여야의 대선주자 구도를 놓고 '백설공주(박근혜)와 일곱 난쟁이'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대선주자 양자 가상 대결에서도 박 전 위원장은 대다수 야권 주자들을 더블스코어 차이로 제치곤 했다. 하지만 지난해 10 ∙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안 원장이 혜성처럼 등장하면서 대선 판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양자 가상 대결 지지도에서 한때 안 원장이 박 전 위원장보다 앞섰기 때문이다. 안 원장의 등장으로 야권 지지층은 권력의 '불판'을 바꿀 수 있다는 기대를 갖기 시작했다. 나중에 주춤해졌지만 총선 직전까지 야당 바람이 강하게 불었던 것도 '안철수 현상'에 따른 것이란 분석도 있다.

안 원장은 젊은이들의 정치 참여를 높이는 데도 큰 기여를 했다. 안 원장은 전국 주요 도시를 순회하면서 청춘콘서트를 개최하고 젊은이들에게 희망 메시지를 던짐으로써 2030세대의 투표 열기를 높이는 역할을 했다. 이로 인해 야권의 지지 기반은 넓어졌다.

하지만 안 원장의 '나무 그늘 효과'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웃자라거나 큰 나무가 있으면 그 밑에 있는 나무들은 햇빛을 충분히 받지 못해 제대로 자랄 수 없다. 정치평론가들은 "안 원장이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 자리를 선점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대선주자들의 지지도가 좀처럼 오르지 않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일보가 지난달 초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대선주자 다자 대결 지지도에서 박 전 위원장과 안 원장은 각각 41.1%, 22.9%였다. 그러나 민주당에서 가장 지지가 높은 문재인 상임고문의 지지율은 10.5%에 머물렀고, 손학규 상임고문과 김두관 경남지사의 지지율은 각각 2.0%, 1.6%에 그쳤다. 요즘 민주당 주자들의 지지율이 약간씩 올랐으나 '안철수 그늘'을 뛰어넘지는 못하고 있다. 민주당 입장에서 보면 안 원장의 가장 큰 문제는 햇빛 차단 효과이다.

물론 민주당 주자들의 지지율 저조와 침체는 자업자득이라고 할 수 있다. 민주당 후보를 대선 본선에 그대로 내세워 정면 승부를 하겠다고 말하지 않고, 미리 안 원장과 준결승전을 벌이겠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국민들의 시선이 민주당으로 모아지기가 어렵다. 게다가 민주당 주자들의 열정과 치열함 부족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야권의 대선 후보 레이스 구도가 이렇게 애매한데도 안 원장은 아직까지 대선 출마 여부를 밝히지 않고 안개 행보를 하고 있다. 안 원장은 이달 중순 국정운영 비전 등을 담은 에세이집을 낼 계획이지만 책 출간 전후에도 출마 여부를 밝히지 않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는 야권의 최종 주자를 점치기가 더욱 어렵다. 때문에 야권의 대선주자들은 예측 가능한 레이스를 위해 안 원장의 결심을 촉구해야 한다.

하지만 여러 명분을 들어 결심을 재촉하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대선에서는 승리 쟁취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 매우 중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론조사나 모바일 투표와 같은 어설픈 방식으로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는 대선 제도 개혁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 중 하나가 프랑스처럼 대선 결선 투표를 도입하는 것이다. 이런 제도가 도입된다면 굳이 후보 단일화 경선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또 미국식으로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를 도입해서 국민들이 뽑은 유력 정당의 대선후보들이 맞대결을 펼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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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덕 정치부장 kdkim@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