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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구 칼럼] 남경필·김진표, 지역구는 마지막이었기를

[김종구 칼럼] 남경필·김진표, 지역구는 마지막이었기를
2012년 04월 19일 (목) 김종구 논설실장 kimjg@ekgib.com

故이병희 의원. 1963년부터 1997년까지 정치를 했다. 모두 7선이다.

명(命)을 달리하는 순간에도 현역이었다. 국회장(葬)을 치른 첫 수원정치인이다. 장관(2 무임소)에 오른 첫 수원사람이고, 아세아농구연맹회장에 오른 유일한 수원시민이다. 하지만 평가는 극과 극이다. 근대화의 주인공과 군부독재의 충복이라는 평이 공존한다. 그래도 이견 없는 호칭 하나, ‘수원의 큰 인물’이다. 시민 누구든 수원 정치사의 가장 큰 인물을 꼽으라면 ‘이병희’를 든다.

여기서 흥미로운 게 있다. ‘큰 인물’인 그에게 좀처럼 ‘큰 정치인’이라는 수식어는 붙지 않는다. 왜 그런지를 보려면 흑백 화면속 영상처럼 흐릿해진 옛 기억을 되돌려 볼 필요가 있다.

신군부에 의한 정치규제가 끝나고 신민주공화당 의원으로 재기했을 때다. 파란색 양복차림의 이 의원이 총리를 상대로 대정부 질문을 했다. 그 내용에 모두가 놀랐다. “신군부가 몰수한 내 재산의 가치가 이중평가됐다”<국회 속기록 참조>. 또 하나는 그의 마지막 유세가 된 1996년 봄의 일이다. 당뇨와 백납증세를 숨기며 유세장을 누비던 그가 힘겹게 외친 구호에 모두는 또 놀랐다. “한번만 더 밀어주십쇼. 그러면 내가 7선으로 국회의장이 될 수 있습니다”<보좌관 출신 A씨 증언>.

‘큰 정치인’소리를 듣지 못한 이유가 여기 있다. 그는 지역의 열망과 개인의 욕망을 구별하지 못했다. 이런 사고와 처신이 유권자에겐 이기주의와 노욕으로 비춰졌다. 동상(銅像)에 훈장(勳章)까지 추서했지만 그토록 듣고 싶어하던 ‘큰 정치인’이란 수식어는 주어지지 않았다.

故 이병희에 붙지 않는 ‘큰 정치인’

참으로 오랜만에, 정말 오래된 기록들을 들춰낸 이유가 있다. 이병희 사후 15년만에 수원 선거판에 ‘큰 정치’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하나는 수원 병(팔달구) 남경필 의원쪽에서 나왔고, 다른 하나는 수원 정(영통구) 김진표 의원에게서 나왔다.

남의원은 이번 선거로 5선이 됐다. 이미 당 최고위원에 외교통상위원장을 거쳤다. 야권의 바람이 수원을 싹쓸이 했어도 그는 버텼다. 이런 그가 선거판을 누빌 때 나온 말이 ‘큰 정치’다. 한번 더 기회를 주면 큰 정치로 보답하겠다는 호소가 이어졌다. 영통에 김의원은 아예 선고 공보물에 이 말을 박았다. ‘큰 인물, 큰 정치-김진표’. 그는 3선이다. 하지만 관(官)·정(政)을 뛰어 넘는 그의 경력을 따를 정치인이 없다. 부총리만 2번(경제부총리·교육부총리)이다. 그가 써붙인 ‘큰 정치’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남 의원과 김 의원의 약속은 한 가지다. ‘당선시켜 주면 큰 정치를 하겠다’다. 그런데 큰 정치가 뭔지는 말하지 않았다. 뭘까.

‘큰 정치’ 위해 지역구 털어내야

선수(選數)추가는 아닐 것이다. 5선의 남 의원에게 6선은 의미 없다. 혹여 7선 8선까지 간들 달라지지 않는다. 김영삼 김종필 박준규의 9선 기록이 의정사에 남아 있다. 동네에서 6선이 무슨 의미가 있나. 의미 없기론 김 의원도 마찬가지다. 고희(古稀)를 눈 앞에 두고 치르게 될 선거가 4년 뒤 20대 총선이다. 거기서 1선을 보탠들 무슨 의미가 있나. 거물이란 소리는 이미 부총리 출신의 초선때부터 들어왔다. 두 사람 모두에게 큰 정치는 1선 추가가 아님이 분명하다.

그래서 떠오른 얘기, 두 사람에게 들었던 독백같은 얘기다. ‘이제 도지사 후보군에 포함시키겠다’고 하자 남 의원은 “감사하다”고 했다. ‘도지사에 나가느냐’고 묻자 김 의원은 “도정 정책도 준비해야 하고 준비할게 많다”고 했다. 17대 국회 때니까 벌써 꽤 된 얘기다. 이후 남 의원은 4대 민선 도지사에 경선을 뛰었다. 김 의원은 5대 민선 도지사를 위해 의원직 사퇴까지 했었다. 짐작이 틀리지 않았다면 이들이 말한 ‘큰 정치’는 ‘도지사’다. 이들을 찍은 많은 표도 그렇게 믿었다.

‘큰 정치’ 약속도 공약이다. 공약은 지켜야 한다. 지금이 그 시작을 선언할 때다.

출근길 시민들에게 모멸 받으며 명함 돌리고, 길거리 유권자에게 항의받으며 악수 청하고…. 이런 의미 없는 선거를 또 할 건가. 7선의 노(老)정객이 끝내 얻지 못한 ‘큰 정치인’의 의미를 잘 새겨야 한다.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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