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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안철수와 박원순' 그리고 '문재인과 안철수'

 

[취재파일] '안철수와 박원순' 그리고 '문재인과 안철수'

최종편집 : 2013-08-08 18:03

[취재파일] 안철수와 박원순 그리고 문재인과 안철수 관련 이미지

안철수와 박원순의 동맹 그리고 신뢰

무소속 안철수 의원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어제 저녁 다시 만났습니다. 사실 자주 만납니다. 이 두 사람은... 박원순 시장의 출판기념회를 겸한 북 콘서트 자리였는데 안 의원이 초청을 받아 여러 덕담을 던졌습니다. 일부 언론에서 박원순 시장이 시정을 뒤로한 채 대선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 섞인 기사도 나왔습니다. 두 사람 모두 범야권의 잠재적 대권주자의 반열에 올라와 있다는 반증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안철수-박원순'(이하 안박)의 친분의 뿌리는 상당히 깊습니다. 안철수 의원은 얼마 전 식사 자리에서 박원순 시장이 아름다운 재단을 운영하고 있을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고 말했습니다. "~ 그때는 아름다운 가게와 아름다운 재단이 분리되기 전이었어요. 안철수연구소를 이끌고 있을때였는데요. 박 시장님의 요청으로 직원들과 함께 가게를 방문해서 일일 종업원으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재단 이사직도 흔쾌히 받아들였습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가지고 있는 참 좋은 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서울시장 후보직을 양보한 건 단순한 개인의 친소 관계 때문이라기 보다 인간 박원순을 믿기 때문이라는 '깊은 신뢰'도 느껴졌습니다.

어제 '안박' 회동에서도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박원순 시장을 라이벌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느냐는 예민한 질문 이었습니다. 안 의원은 " 하하. 저는 그런 생각은 없습니다. 워낙 예전부터 알던 분이고 서울시장 선거를 통해서 특별한 관계가 됐다고 생각하는데요. 서울시 행정을 지금처럼 앞으로도 열심히 잘 내서 좋은 시장님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민주당원인 박원순 서울시장도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신당을 창당하면 민주당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 "상식과 원칙을 가지신 분이라 생각한다"며 "앞으로 고민도 하시고 실행도 하시겠지만, 국민이 우려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덕담을 건넸습니다. (물론 당시에 신당창당을 견제하는 발언이 아니었느냐는 추측도 있었습니다만 결국엔 덕담으로 정리됐습니다.)

독자세력화를 추진하고 있는 안철수 의원과 민주당원인 박원순 서울시장의 관계는 내년 6월 지방선거를 300일 앞두고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야권 재편의 주도권을 놓고 안철수 세력과 민주당의 치열한 물밑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점 때문입니다. 특히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두 사람은 두 세력의 상징성도 어느정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안박'은 대결구도가 아닌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동맹은 언젠가는 깨질 수도 있습니다. '안박' 모두 오래알고 지낸 사이를 넘어 정치인이기 때문에 자신의 비전과 미래를 위해 경쟁은 불가피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두 라이벌은 현재까지는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유대'관계를 잘 유지해 오고 있습니다.
문재인 안철수
문재인과 안철수, 그리고 정치적 라이벌

박원순 서울시장 못지 않게 위상이나 접촉횟수로 봤을때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이 있다면 민주당 전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을 꼽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난 대선 때 야권 단일화 경쟁을 벌였고 (우여곡절은 있었습니다만)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직 후 사실상 합동유세를 벌이며 동맹관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정치인이 되기 전부터 안철수 의원은 다른 정치인들보다 유독 문재인 의원에 대해 후한 점수를 줬다고 합니다. 대선출마도 문재인 후보가 민주통합당 대선경선 후보로 확정된 뒤 사흘 뒤 선언했습니다. 당시 안 의원은 "상대 당 축제에 찬물을 끼얹고 싶지 않았다. 예의를 지키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문재인 의원도 야권의 중요한 자원이라며 안 의원 에 대한 후한 평가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연립정부론을 제시하며 '문안연대'의 아름다운 청사진을 그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야권 단일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문안' 관계에는 서서히 균열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민주통합당측에서는 안 의원이 야권 단일화 의 의지를 보여주지 않는다며 비판의 날을 세우기 시작했고 안 의원의 의원정수축소 발언에 대해 문재인 당시 후보가 정치를 잘 모르는 비현실적인 생각이라며 핀잔을 주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11월 야권 단일화 TV토론에서 '문안'의 갈등이 가시화 됐습니다. 문재인 의원은 안 의원의 대북정책이 이명박 정부와 전혀 다를 바가 없다"고 대립각을 세웠고 "단일화 승부에 너무 집착하는 것 같다"며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토론 후 안 의원 측은 "안 의원이 두 손을 모은 채 부들부들 떨었다."고 당시 상황을 묘사하기도 했습니다.

'문안' 단일화 협상 당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아직 양측은 속 시원하게 대답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양측이 기대했던 아름다운 협상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여론조사의 방식을 놓고 양측은 핑퐁게임을 이어갔고 장외에서 문재인 후보는 "협상시한이 지나면 후보 등록을 안 할 방법이 없다"고 압박에 나섰습니다. 안 의원은 박근혜 후보와의 경쟁력을 거듭 강조하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거듭 나타냈습니다. 안철수 의원의 후보직 사퇴로 단일화는 일단락 됐습니다만 민주통합당은 안철수 의원의 지지선언을 받아내기 위해 며칠동안 마음을 졸여야 했습니다. 그리고 대선 패배 이후 '문안'이 별도의 회동을 갖고 오해를 풀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안철수 의원은 4월 재보궐 선거 당시 후보직 사퇴 당시 심경을 묻는 질문에 "피눈물 나는 결단"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얼굴은 붉게 상기돼 있었습니다. 최근에도 문재인 의원에 대한 질문에는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안철수 대선캠프 측 인사는 "문재인 의원과의 신뢰관계는 끝났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문재인 의원 측은 단일화 국면에서 안 후보 측이 '미래 대통령을 요구했다' '비망록을 공개하겠다'며 여전히 불편한 심경을 감추지 않고 있습니다.

'신뢰'와 '편가르기'

 안철수와 박원순, 그리고 안철수와 문재인 이 두 라이벌 관계의 차이점을 구별짓는 단어는 '신뢰'와 '편가르기' 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안박'의 사이에 인적 구성원들은 '니편'과 '내편'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 선대본 캠프 출신이었던 송호창 의원은 현재 안철수-송호창 세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박원순 시장의 오른팔로 알려진 하승창씨는 안철수 대선캠프 대외협력팀장으로 활동했습니다. 박원순-안철수 선거의 담당자들은 시쳇말로 그 사람이 그 사람입니다. 어느쪽과 더 가깝다는 차이는 있을지언정 누가 안철수 사람이다. 박원순 사람이다라고 명확하게 규정하기가 애매합니다.

문재인과 안철수, '문안' 개인적으로는 사실 대선 이전부터 서로 호감을 갖고 마음을 열고 지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대선, 특히 단일화 국면이 가까워 질 수록 문재인과 안철수 주변의 사람들은 명확한 '니편'과 '내편'으로 나뉘어져 있었습니다. 친선경기, 축제가 되길 기대했던 '문안'의 단일화는 무난하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문안' 개인적인 신뢰에는 변함이 없을지라도 '명확한 편가르기' 속에 두 세력의 신뢰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라이벌간의 경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특히 첨예한 이해관계가 맞붙는 정치권이라면 더할 나위가 없습니다.

우리 정치는 반백년 동안 '상생'을 외쳐왔습니다. 그러나 늘 상생으로 포장된 '경쟁'의 레토릭 속에는 '대결과 전쟁'이라는 현실정치가 살아 숨쉬고 있었습니다. 우리 정치에서 과연 진정한 상생은 불가능한 것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