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정치 사회의 칸 ==../-정치-공통_소식.보도.기사.방송_공통

기초자치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될까

 

기초자치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될까
[이슈 진단]
기사입력 2013-07-24 03:52기사수정 2013-07-24 03:52
 
<이 기사는 2013년 07월 24일자 신문 8면에 게재되었습니다.>
여야 정치쇄신 명분 내걸고 추진.. 현역의원 반발 거세


기초자치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놓고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지난 18대 대선 당시 정치쇄신 차원에서 여야 대선후보들이 일제히 정당공천제 폐지 공약을 제시해 올해 이 제도 도입에 종지부를 찍어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여야 내부에서 정당공천제 폐지에 따른 부작용을 지적하며 반발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하는 대의명분과 표 확보를 위해 지나치게 앞서 나간 공약이어서 원상태로 되돌려놔야 한다는 현실론이 맞선 형국이다.

■"폭주기관차 누가 세울까"

정당공천제 폐지론은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해 이미 '활시위를 떠난 화살'이 됐다. 양당이 서로 새 정치를 실현하겠다고 앞다퉈 추진 중이지만 내심 누군가가 이를 제지해주길 바라는 분위기가 감돌면서 사실상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격이 됐다.

일단 새누리당은 정치쇄신특위를 통해 정당공천제 폐지를 점진적으로 도입하자는 안을 발표했으며 민주당은 24일 오후 9시 종료되는 기초자치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위한 전 당원 투표 결과에 따라 이 제도를 당론으로 최종 확정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정당공천제 폐지추진이 양당 지도부의 과도한 실적주의 탓에 지나치게 빠르게 추진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경남에 지역구를 둔 새누리당 재선 의원은 "새누리당이 지난 4월에 먼저 선수치고 나가니까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부랴부랴 당원 투표 등 모양새를 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누리당은 대선공약을 국민과의 약속이라는 명분 때문에 속도를 낸 가운데 민주당의 경우 신주류 측이 당내 주도권을 지속적으로 잡기 위해 기초자치선거에 정당공천제 폐지를 추진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묻어난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그러나 "기초자치선거 정당공천제를 폐지하려면 여야가 합의해야 하는데 최근 분위기는 도입에 대한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는 형국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정당공천제 폐지 문제는 민주당 현 지도부가 지난 대선정국을 끊고 새로운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한 중요한 사안"이라며 "지도부가 계파와 기득권의 힘을 약화시키고 새로운 리더십과 연계시키려는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유승희 여성위원장은 지난 21일 기자회견에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는 기회주의적 처방이자 풀뿌리 민주주의의 후퇴, 돈 정치, 낡은 정치의 부활"이라며 "정당공천제 폐지는 정당의 존립기반에 중차대한 영향을 주는 사안이기 때문에 전당대회에 버금가는 토론과 논쟁, 홍보가 보장돼야 함에도 왜 당원투표를 서둘러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속도조절론을 제기했다.

전반적으로 폐지로 가닥이 잡힐 경우 산술적으로 민주당보다 더 유리한 새누리당 내에서도 이 제도 도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다.

새누리당 초선 의원은 "새누리당과 민주당를 비교해보자면 공천제를 폐지해도 인구수를 따져볼 때 민주당이 더 손해이지만 상대적으로 유리한 새누리당 내에서도 반대 기류가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대논리 전방위 확산

반대논리 중에는 여성의원 숫자 급감과 지방 토호세력 발호 등이 일반론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 밖에 각종 제도 도입에 따른 부작용과 현 정당 및 의원들의 기득권 논리도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재선 의원은 "정당공천을 폐지해도 영남에서 빨간 옷을 입거나 호남에서 녹색 옷을 입고 다니면서 그 정당 출신이라고 사칭할 것"이라며 '무용론'을 제기했다. 이 의원은 "후보들이 모두 정당 출신이라고 빨간 옷, 녹색 옷 입고 나타난다면 더 혼란만 커질 것"이라며 "선거에서 공천을 포기하는 것은 정당의 가장 중요한 역할을 포기하는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재선 의원은 "의원들은 내심 정당공천제가 폐지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면서 "일단 기본적으로 다음 총선에서 재선을 하려면 기초자치단체장을 내 사람으로 만들어놓는 것은 기본인데 공천을 거치지 않고 단체장이 뽑힐 경우 해당 지역구 의원을 위협하는 인물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새누리당 의원은 "개인적으로 폐지 입장이지만 당직을 맡게 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선거 때 기초의원 출마자들이 지역에서 수십~수천명씩 당원이나 대의원을 데리고 온다"면서 "그런데 공천을 안 하면 당원몰이가 안 되니까 재정적으로도 당의 사활이 걸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제도안착 위한 숙제 산적

정당공천제 폐지가 도입되더라도 현실적으로 '무늬만' 폐지 수준에 그칠 것이란 비관론도 제기되고 있다.

여야가 공천제 폐지를 공약에 대한 약속 때문에 도입하더라도 기초의원에 한정하고 기초자치단체장은 제외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민주당 모 의원실 관계자는 "기초자치단체장은 어차피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투명하게 공천을 해서 책임지자는 논리로 폐지대상에서 빼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공천 폐지는 사라져도 사실상 '내천'으로 정당공천제가 유지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예전에도 이런 내천을 이용한 방식들이 있었는데 예를 들면 '새누리'라고 써놓진 않지만 누가 봐도 빨간색 홍보물로 통일하면 실질적인 공천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웅 실장은 "정당에 대한 불신이 올해 들어 더욱 커진 상황에서 여야가 대선에서 약속한 공약을 주도적으로 반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기초선거 공천의 정당성 여부를 떠나 도입에 대한 반대논리들이 부각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박소현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