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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교, '명품도시'만 찾다 찾다 베드타운 됐다

 

광교, '명품도시'만 찾다 찾다 베드타운 됐다
데스크승인 2013.04.05     

명품신도시를 표방한 수원 광교신도시가 ‘명품’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말 1,2단계 사업이 준공됐지만, 고층아파트만 빼곡한 베드타운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교통·교육·문화 등 기반시설은 물론이고 주민 편의 등 각종 핵심 사업이 관관(官官), 민민(民民)갈등에 휩싸여 표류하고 있어서다. 관청은 관청대로, 주민은 주민대로 ‘명품’만을 추구하는 바람에 ‘삶의 질’은 2년째 제자리 걸음이다. 사업파트너인 경기도와 수원시, 용인시, 경기도시공사는 지난 3일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입장차가 극명해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명품의 역설’에 빠진 광교신도시의 실태를 긴급 진단한다.

①‘고래싸움’에 등 터진 ‘삶의 질’

광교신도시는 수도권 2기 신도시 가운데 유일하게 지방자치단체가 건설을 주도했다. ‘명품’을 표방하면서 전국적인 관심을 모았다. 사람 친화적인 설계 덕분에 인기도 여전하다. 하지만 첫 입주가 시작된 지 1년8개월이 흘렀지만, 주민들의 ‘삶의 질’과 직결된 대형 사업들은 시작도 못해보고, 멈춰버린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컨벤션시티21사업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토지공급방식을 놓고 수원시와 국토해양부가 2년째 법정다툼을 벌이고 있다. 1심에서 패소한 수원시는 항소했고, 변론은 오는 17일부터 시작된다. TF는 첫 회의에서 토지공급방식은 항소심 결과를 지켜본 후 다시 논의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업은 상당기간 지연될 수 밖는 없는 구조가 돼버린 셈이다.

수원시는 소송과는 별개로 컨벤션센터 건립비 3천500억원을 광교개발이익금에서 충당하고, 그동안 사업을 추진해온 민간사업자의 매몰비용을 지원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도와 경기도시공사는 개발이익금이 부족해서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광교신도시의 랜드마크 빌딩인 에콘힐은 컨벤션시티21사업에 직격탄을 맞았다. 현대백화점 측이 컨벤션시티21과 에콘힐에 양다리를 걸치면서, 백화점을 추춧돌 삼아 추진하려 했던 두가지 대형 사업이 모두 발목이 잡혀 버린 것이다. 에콘힐 측은 컨벤션시티21 사업 계획에 포함돼 있는 백화점을 제외시켜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이번에는 수원시가 반대하고 있다. 수원시는 TF회의에서 “백화점은 컨벤션시티21 사업의 핵심시설이고, 소송이 진행중인 상태이기 때문에 제외시켜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에콘힐과 컨벤션시티21은 상업시설과 문화시설 등 광교신도시 주민편의시설이 몰려있는 핵심사업인데 이 두 기관간의 마찰로 두 사업 모두 무산위기에 봉착됐다.

광교호수 공원(옛 신대저수지) 옆 문화복지시설은 진실게임 양상이다. 수원시는 기존에 계획된 시민회관은 물론이고, 아이스링크까지 건립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수원시 관계자는 4일 “2008년 광교호수공원 국제설계공모당시 시민회관이 포함됐다”면서 “시민회관 지하에 아이스링크장을 건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경기도와 경기도시공사는 시민회관 건립은 이미 합의하에 백지화된 사업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2007년 6월 경기도, 경기도시공사, 수원시 등 시행사간 회의에서 시민회관 건립비용은 제외하기로 합의했다”고 반박했다.

광교신도시~북수원을 연결하는 북수원 민자도로 사업비도 논란이다. 수원시는 통행료 인하와 원할한 사업 추진을 위해 이미 지원된 1천400억원의 추가 지원을 요구하고 있지만 경기도와 경기도시공사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안양 의왕방면에서 수원시내로 유입되는 교통량을 분산하기위해 1996년 계획된 이 도로는 지지부진하다 광교신도시가 추진되면서 재추진됐지만 또다른 난관에 봉착한 셈이다.

이처럼 개별사업 추진방식을 놓고 사업파트너 간에 사사건건 대립하면서 서로 협조하면 손쉽게 풀수 있는 문제들이 큰 위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이들 사업파트너 외에 정부기관까지 고래싸움에 끼어들면서 광교신도시 주민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납득하기 힘든 이유로 영동고속도로 구간에 방음터널 설치에 반대하고 있어 웰빙타운 주민들의 소음 피해는 날로 커지고 있다.

광교신도시 주민들은 “명품신도시를 만들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2년 가까이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탁상공론만 하고 있는 사이에 광교신도시는 베드타운으로 전락하고 있다”면서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광교신도시는 현재 계획세대(3만270세대)의 절반이 조금 넘는 1만5천762세대가 입주한 상태다.

김만구기자/prime@joongb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