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227[목] ‘올해의 인물 박근혜’가 말해주는 것 무릇 승패를 겨루는 일, 특히 선거에서 대중의 환호와 이목은 승자에게 쏠리는 법이다. 패자는 승복, 민의(民意) 존중 따위의 아름다운 언설로 패배를 자위하면서 권토중래를 기약하지만 금방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지곤 한다. 그런데 승부에서는 분명히 졌지만 승자 못지 않은 주목과 상찬을 받는 경우도 있다. ‘사실상의 대선 결승전’이었던 한나라당 경선의 패자 박근혜 전 대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경향신문은 어제 박전대표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선정 사유는 두 가지다. 눈 앞의 이익보다는 대의를 존중하는 ‘원칙’과 파괴적 정치언어의 홍수 속에서도 중심을 지키는 ‘절제’가 바로 그것이다. 그는 이명박 후보와 겨룬 건곤일척의 당내 경선에서 선거인단 선거에서는 이기고 여론조사에서 져서 대통령 후보의 자리를 놓치는 상황에서도 깨끗이 승복했다. 또한 그는 온갖 복선과 간지(奸智)가 덕지덕지 묻어나고, 상대의 가슴을 후벼파는 폭언이 난무하는 우리의 정치언어 환경 속에서 간명하고 핵심적인 어법으로 주위를 압도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출마라는 사실상의 경선 불복에 대해 “정도가 아니다”라고 짤막하게 언급한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올해의 인물 박근혜’는 배신, 야합, 반칙, 변칙 등의 불합리와 부조리가 당연한 것처럼 치부되는 우리의 현실정치가 ‘원칙’과 ‘절제’의 경연장이 돼야 한다는 사실을 거듭 일깨워준다. 사실 박근혜의 ‘원칙’과 ‘절제’는 ‘국가와 민족을 위한다’는 정치인이라면 당연히 이행해야 할 상식적인 덕목이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런 모습의 정치인을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에 단연 돋보이는 것이다. 정치뿐만 아니다. 원칙과 상식을 지키는 사람이 불이익을 당하고, 반칙과 몰상식을 일삼는 사람이 승승장구하는 일은 이제 모든 분야에서 사라져야 한다. ‘박근혜 정치’가 우리 사회의 상식과 원칙을 바로세우는 소중한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