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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탈당’ 일보 직전까지 갔었다

‘박근혜 탈당’ 일보 직전까지 갔었다

2008년 1월 25일(금) 6:15 [중앙일보]


[중앙일보 이가영]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23일 회동을 기점으로 분당까지 거론되던 한나라당 공천 갈등이 사그라졌다. 두 사람은 “박 전 대표 측이 원하는 건 가능한 한 들어주라”(이), “공정 공천에 공감했다. 최대한 돕겠다”(박)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양보정치를 선보이고 있다.

도대체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양쪽을 다 잘 아는 한 핵심 당직자는 24일 “박 전 대표 측이 실제로 탈당 시나리오를 준비했었고, 이 과정에서 오히려 양측의 갈등이 봉합되는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 당직자에 따르면 박 전 대표 측은 이 당선인 측이 ‘밀실 공천’을 준비하고 있다는 확신을 갖고 탈당에 대비했다고 한다. 박 전 대표 측은 지난해 대선 직후부터 이 당선인 측 일부 인사가 비선 조직을 통해 서울 시내 몇몇 호텔에서 공천 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 측은 이들을 ‘소권력 호텔팀’이라고 불렀다. 이 당선인 측이 ‘3월 초 일괄 공천’을 주장하면서 ‘밀실 공천을 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은 더욱 커졌다. 박 전 대표가 이달 초 대구를 방문한 자리에서 투명한 공천을 주장하며 선제공격을 편 것도 그에 대한 경고였다고 한 측근은 귀띔했다.

뒤이어 10일 “공천 잘못 땐 좌시하지 않겠다.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저지하겠다”는 박 전 대표의 ‘최후통첩’이 나왔다. 핵심 측근에 따르면 “그때는 이미 ‘소권력 호텔팀’의 작업이 상당히 진행됐다고 봤고, 중단되지 않으면 탈당 등 파국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었다”고 설명했다. 분당을 염두에 둔 박 전 대표 측은 탈당한 뒤 총선에서 얻을 수 있는 예상 의석 수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적게는 50석, 많게는 70석 정도로 나왔다고 한다.

이즈음 이 당선인 측도 비슷한 조사를 했는데 박 전 대표 측의 조사 결과와 유사했다고 한다.

보고를 받은 이 당선인은 직접 나서 당의 공식 라인이 아닌 곳에서의 공천 작업을 중지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 측의 현역 의원 지역구를 노리던 젊은 참모 일부도 설득해 포기시켰다. 당선인의 총선 목표가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한 과반 의석 확보인 만큼 박 전 대표를 끌어안고 가기로 결심했다는 것이다. 이 당선인은 강재섭 대표와 만나 “공천은 당이 중심이 돼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이때부터 박 전 대표와 이 당선인 간의 신뢰가 싹튼 것 같다. 박 전 대표 측의 김무성 최고위원은 “적어도 당선인 측이 밀실 공천을 준비하는 건 아니라는 믿음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의 한 핵심 측근은 “지난 주말 당선인이 ‘저쪽(박 전 대표 측)에서 원하는 대로 다 해 주라’는 뉘앙스로 말해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이 측근은 “23일 박 전 대표와의 회동 때도 그런 말이 오갔을 것”이라며 “그래서 두 사람의 표정이 밝았을 것”이라고 했다. 23일 회동은 이 당선인과 박 전 대표 두 사람의 신뢰 관계 회복에 정점을 찍은 이벤트가 됐다. 20분간의 독대에서 박 전 대표는 이 당선인에 대한 의심을 완전히 거둬들였다고 한다. 하루 뒤인 24일 박 전 대표는 진통을 겪던 공천심사위 구성안을 전격 수용했다. 이 당선인이 공정 공천을 약속하며 내민 손을 박 전 대표가 덥석 잡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