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필자는 오랜만에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님 댁을 방문하였다. 내가 거는 휴대폰 통화 내용으로 행선지를 알게 된 택시 기사분이 도착지에 다다르자 “어, 서청원 전 대표님이 이런 곳에 삽니까? 저는 적어도 압구정동이나 도곡동 타워 팰리스 정도에 사실 거라고” 나는 “아니, 오래 전부터 이곳에서 살고 계셔요” 하고 택시에서 내렸다.
서울 동작구 상도4동 약수맨션 - 이곳은 서청원 전 대표님이 30년이상 넘게 사신 곳이다. 이름은 맨션이라고 하지만 오래된 동네 40평정도의 초라한 나홀로 아파트다. 나는 90년 대 초반 이후 몇 년 동안 당시 서청원 의원의 입법 보좌관으로 근무하였기 때문에 서 전 대표님에 대해서 비교적 소상하게 알고 있다.
돌이켜 보면 그때가 93년 처음 공직자 재산공개를 하던 때였다. 당시 재산공개가 처음이라 서로 재산이 얼마나 되는 지 모두들 관심이 많았다. 보좌관으로서 나는 의원님의 재산등록 실무를 맡았다. 그때 다 정리하고 보니 확실한 기억이 나지 않지만 재산총액은 약수 맨션 그 아파트에다 자동차 등 아마 1 억 원대였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그런데, 재산공개 과정에서 소동이 일어났다. 의원님이 사모님에게 이 밖에 다른 재산이 없느냐고 따져 물었는데 당시 사모님이 혼자 몰래 적금을 들고 있다고 실토했던 모양이었다. 그 금액은 아마 내 기억으로는 2천 만 원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의원님은 사모님에게 호통을 쳤고 결국 그 금액만큼 추가하여 재산 등록을 했는데 그러나 의원님의 등록된 재산은 국회의원 중에 꼴찌에서 몇 번째로 드러났다.
경제의 시대이다. 그만큼 돈이 소중한 시대이다. 그래서 국내외 여기저기서도 쩐의 전쟁이라는 말도 있다. 그러나 정치인은 돈의 가치에 대한 평가를 남들과 달라야 한다. 물론 서 전 대표님도 지난 2002년 대선 과정의 정치자금 문제로 시련을 겪었다. 당시 검찰에서는 서 전 대표님의 재산을 조사하고는 그 청빈함에 대해 한 검찰 간부가 기자들에게 “정말로 놀랐다” 고 말했다는 후문도 있었다. 그래서 정치권에서는 3 대제학 3 정승 집안의 서 전대표님의 이런 품성을 두고 '서청원답다' 는 말도 있다.
한나라당에서 공천 기준을 둘러싸고 시끄럽다. 때묻은 과거를 청산하고 깨끗한 미래를 열기 위해서는 청산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 청산이 지나치게 법적인 기준에 얽매이거나 상대를 공격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성경에서도 자유로운 자가 <여인>을 향해 돌로쳐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마침 택시 기사분의 말을 씹어 보며 당시 재산공개 때의 추억이 생각나 몇 자 적어보았다. 나 또한 그런 물욕에 집착하지 않으신 정치인을 모신 것을 아주 소중한 추억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여러분 설 잘 보내시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