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화서역 인근 꽃뫼 환승주차장 내 설치된 자전거 보관대. 도난과 파손 등 시민 의식 부재로 자전거 이용을 기피하는 시민이 늘고 있다. ⓒ추상철 기자 gag1112@suwon.com |
자전거는 인류가 발명한 최고의 교통수단으로 꼽힌다. 오늘날의 자동차, 비행기 등도 실은 자전거로부터 진화한 것으로 교통수단으로서 자전거의 의미는 크다. 처음 선을 뵌 자전거는 앞바퀴가 뒷바퀴보다 컸다고 한다. 안전성보다 속도를 우선시하는 당시 환경에 적합했기 때문이다. 이런 것이 차츰 앞뒤바퀴가 같은 오늘날의 자전거가 됐다. 자전거는 교통수단으로 편리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남녀노소가 누구나 장소 등을 구애받지 않고 쉽게 이용할 수 있고 무공해에 에너지효율이 높다. 무엇보다 건강에 좋다. 도심교통난도 해결할 수 있다. 이런 장점 때문에 세계는 지금 가히 자전거혁명이라고 말할 정도로 나라마다 자전거타기 운동에 불을 붙이고 있다. 도심서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의 공공자전거 이용 시스템을 구축해 가고 있다. 또 시민들이 보다 편리하게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도록 시설을 확충하고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가. 자전거타기가 가장 불편한 나라가 미국 다음으로 한국이 꼽히고 있다. 모든 교통문화가 자동차 위주로 돼 있어 ‘목숨걸고 자전거를 타야 하는 나라’로 불릴 정도다. 고유가시대가 아니더라도 도심서 손쉽게 편리하게 자전거를 이용하도록 하는 것은 우리가 만들어나가야 할 중요한 교통문화다. 세계 각국서 운용되고 있는 자전거의 공공이용시스템을 살펴본다. ● 코펜하겐의 시민 자전거 프로그램, 도난방지하고 누구나 손쉽게 이용
정자동에서 군포역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박모 씨는 기름 값이 날로 치솟으면서 1년 전부터 자가용 대신 화서역까지 자전거를 타고 전철로 직장을 오가고 있다. 출퇴근시 화서역 자전거 보관대를 이용하는 그는 1년 사이 2대의 자전거를 도난당했다. 박모 씨는 “CCTV라도 설치해서 자전거 도난을 방지해 녹색 교통 수단 이용을 활성화하고 보장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 김모 씨도 “건강에도 좋고 기름 값이 비싸 시내서 업무를 볼 때 자전거를 이용하고 싶어도 타고 다니기에 불편하고 자칫 도난당할까 봐 이용이 꺼려진다”고 했다. 공용 자전거이용 시스템은 누구나 편리하고 도난 염려 없이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서 출발했다. ‘자전거 人을 위한 도시 - 코펜하겐’의 시민 자전거프로그램(Copenhagen City Bicycle Program)은 어떻게 하면 시민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도난 염려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 고민 끝에 마련됐다. 1989년 자전거 도난을 줄이고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무료 자전거 이용 프로그램으로 시작해 재정난으로 2년 만에 그만뒀다. 하지만 공용자전거 프로그램(Public Use Bikes, PUV)의 효시가 됐다. 이후 코펜하겐시는 일정금액의 동전을 보증금으로 맡기고 이용 후 다시 돌려받는 ‘동전보증식 자전거’를 도입한 공용자전거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 진화하는 공용자전거 시스템 운용 (사)자전거21에 따르면 공용자전거 시스템 운용 체계는 크게 4가지로 구분된다. 가장 기초적인 단계로 공용자전거 차체에 페인트를 칠해 일반 자전거와 구분해 사용하는 것을 1세대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6월 송파구가 민간단체로부터 자전거 200대를 기증받아 첫선을 보인 ‘양심자전거’와 같은 형태이다. 그러나 도난과 훼손 등이 많아 양심자전거운용이 지속되지 못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코펜하겐시처럼 일정금액을 보증금으로 내고 자전거를 사용하는 시스템(2세대)에 사용자의 정보를 담은 마그네틱 카드로 자전거를 이용하는 시스템(3세대)이 도입되면서 자전거 도난이나 훼손 방지에 효과를 거두게 된다. 특히 마그네틱 카드 대신 사용자 정보가 저장된 칩을 내장한 스마트 카드를 발급해 사용하는 방식(4세대)까지 등장했다. 마그네틱 카드나 스마트 카드를 이용한 공용자전거 시스템은 서울시 송파구(SPB, Songpa Public Use Bike)와 프랑스, 노르웨이 등에서 사용되고 있다. | | | ▲ 서울시 송파구가 지난 3월부터 운영하기 시작한 무료 무인 자전거 대여시스템 보관대. 송파구는 40대의 대여 자전거과 전자카드 인식 보관대를 천호역과 인근 아파트에 설치했다. <사진제공=서울시 송파구청> |
● 송파구 무인 자전거 스마트카드 인식기 도입, 대중교통과 연계 이달 초 송파구의 무인 자전거 대여시스템 운영 상황을 벤치마킹하고 돌아온 수원시 관계자는 “지난 3월부터 운영한 대여시스템은 총 40대의 자전거와 카드 인식기가 장착된 보관대 등으로 이뤄져 있다”고 설명했다. 즉, 시민이 발급받은 스마트 카드를 리더기(인식기)에 대면 자동으로 잠금장치가 풀려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다. 사용이 끝난 후 카드를 다시 대면 잠금장치가 작동돼 자전거를 보관할 수 있다. 카드를 인식할 때마다 사용자의 정보와 자전거 사용 상황이 정보센터로 집중돼 자전거 관리 상황을 체크할 수 있다. 송파구는 천호역(5, 8호선)과 특정 아파트에 스마트 카드 리더기가 장착된 보관대를 설치해 역과 주거지를 오가며 스마트카드를 소지한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시 관계자는 송파구의 무인자전거 대여시스템이 자전거 도난방지는 물론 관리 책임이 명확할 수 있다는 장점과 함께 생활 속에서 녹색 교통수단인 자전거와 대중교통 이용을 함께 유도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 프랑스의 ‘벨리브’ 티켓판매제… 시내 어디서나 자전거 이용 프랑스 파리의 무인 자전거 대여시스템인 ‘벨리브(Velib)’는 대여 전용 보관소(스테이션)에 설치된 단말기서 하루 또는 7일 등 이용 티켓을 구매해 이용할 수 있다. 파리 시내 곳곳에 모두 1천400여 개의 대여 스테이션(자전거는 2만 600여 대)이 300여 미터마다 설치돼 있다. 이같은 벨리브 시스템은 시민과 여행객들이 자전거를 따로 구입하거나 보유하고 있을 필요도 없고, 어디서나 쉽게 자전거를 이용해 교통수단으로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자전거에 전자장치가 부착돼 있어 언제 누가 자전거 스테이션을 이용했는지 컴퓨터 장치에 기록된다. 여기에 파리시가 2006년까지 총 연장 371㎞의 자전거 도로를 확보하는 등 도로 인프라와 벨리브가 결합해 파리의 관광 명물이 되고 있기도 하다. 노르웨이 오슬로시 역시 ‘공공 자전거 회원카드’를 이용한 공용자전거 시스템을 운영해 시내 교통수단으로서 자전거를 이용하기 쉽도록 시민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 수원시도 무인자전거 대여 도입 검토… 예산확보 등 ‘묘안’ 필요 이달 초 송파구의 무인 자전거 대여시스템 운영 현황을 살피고 온 수원시도 이같은 시스템 도입을 검토 중이다. 시는 우선 50대 규모의 무인 대여 자전거 보관대 이용 인구가 많은 시내 전철 역사에 설치해 시범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물론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시에 따르면 송파구의 무인 대여 시스템은 자전거 1대꼴로 400만 원, 총 1억 6천만 원이라는 만만치 않은 비용이 투입됐다. 무인 자전거 대여시스템 구축을 위한 예산 확보가 우선이다. 또, 110만 수원시 인구와 비교해 50대 규모로 운영된다면 자전거를 대여할 수 있는 카드 발급 인원 규모 역시 시민에게 혜택이 최대한 돌아갈 수 있는 묘안이 필요하다. 대중교통과 맹한 영 도로정비팀장은 “수원역 등 전철 역사까지 자전거로 20~30분 거리에 대여 시스템 보관소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시범실시 후 확대 운영하는 방안도 함께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