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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태,김덕룡,강재섭. 안습의 거물들

박희태,김덕룡,강재섭. 안습의 거물들

10월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시나리오들이 무성하다.

언론의 시나리오대로 거물들의 잔치판이 된다면, 지난 총선때도 볼수 없었던 빅매치들이다.

양산에는 박희태-문재인, 안산상록에는 김덕룡-김근태, 수원장안에는 강재섭-손학규.

참 화려한 면면의 별들이다.

선거전문가가 봐도 판세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막상막하의 대결이다.

이런 대결구도를 기획해내는 언론의 상상력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박희태, 김덕룡, 강재섭...


지난 총선때 두사람은 공천에서 탈락했고, 한사람은 자의반 타의반 불출마를 선언했다.

다선의 경륜에, 당직까지 두루섭렵한 거물들이었지만, 총선에는 새롭고 신선한 바람이

필요했고, 그러자니 물갈이가 필요했다.결국 지난 총선에서 여의도의 터주대감들은

졸지에 뒷간방 영감신세로 전락해 버렸던 것이다.

만약 시나리오대로 된다면 이 뒷방영감들은 총선용이 아닌 재보궐용 이었던 셈이다.

신선한 바람이 필요한 총선에는 젊고 새로운 인물로, 이벤트가 필요한 재보궐선거에는

거물들을 내보내 유권자 관심을 끌어내는 전략이다.


이 세사람은 30년가까운 세월을 여의도정치에 다 바쳤다.

대통령 빼곤 다해봤다고 할정도로 화려한 경력에, 명실공히 정치의 사성장군들이라 불릴

만하다. 박근혜가 여의도 정치에 입문한 지난 10년동안 세사람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

서 박근혜와 인연을 맺어왔다.


김덕룡은 박근혜가 당대표시절, 초대 원내사령탑을 맡았다.

국가보안법 투쟁때도 강경노선의 박근혜에게 힘을 보태며 적극적으로 보좌할 정도로 확실한

친박이자 든든한 후원자였다. 두사람의 관계에 금이 간것은 17대공천비리에 김덕룡의 부인

이 연루되었다는 제보 때문이었다. 사안도 사안이지만 대상이 대상인지라 모두가 말하기를

꺼리고 있을때 당대표 박근혜가 김덕룡을 검찰에 고발조치하도록 지시했고, 그는 모든책임

지고 정계를 떠난다는 선언을 하게 되었다.

당시 언론은 박근혜의 단호한 조치를 읍참마속으로 표현했다.


김덕룡의 전성기는 김영삼 전대통령의 선거대책위원장 시절이었다.

전북을 대표하던 김덕룡이 염색하지 않은 백발을 휘날리며, 김대중의 아성인 호남을 공략

하던 연설모습은 지금도 생생할 정도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백발의 동안이라 불릴 정도로

힘있고 당당했던 김덕룡도 박근혜의 읍참마속엔 서운했었던 모양이다.

정계를 떠나겠다고 선언한지 6개월도 안되어 슬그머니 정치활동을 재개하였고, 박근혜의

눈치를 보다가 결국 이명박 쪽으로 넘어갔다.

여의도엔 대인(大人)이 없다는 말이 실감난다.


강재섭은 18년간 정치세속을 떠나있던 박근혜를 여의도로 불러들인 장본인이다.

정치적스승이었던 박철언을 배신하면서까지, 영남맹주자리에 집착했던 강재섭은 98년 보궐

선거때 박근혜라는 카드를 생각해 냈다.

그는 박근혜를 만나 아버지의 뜻을 이어달라고 설득을했고 ,박근혜가 정치세상으로 나오는

데 후원자역할을 자청했다. 스스로 영남오빠라 부르며, 박근혜의 든든한 오라버니라고 넉살

을 떨었다.

2000년 초선의원 박근혜를 만든 선거위원장은 당시 이미 3선이었던 강재섭이었다.

박근혜를 디딤돌로 삼아 영남맹주로 우뚝서겠다는 강재섭의 오판은, 바로 박근혜의 잠재력

을 너무 과소평가했다는 점이다. 두사람의 정치적 위상이 바뀌는건 별로 오랜세월이 필요치

않았다. 초선 박근혜는 유전처럼 물려받은 정치적 감각과 잠재된 내공으로 여의도 정치계를

일사천리로 점령해 나갔고, 4년만에 당대표가 되어 한나라당을 당당히 접수해 버렸다.


7년간이나 제왕적 총재로 군림했던 이회창의 그림자를 한나라당에서 완벽하게 걷어내 버리

고, 스스로 박근혜 대세론을 만들어갔다. 박근혜를 이용해 영남 맹주자리와 대권까지 내다

보던 강재섭의 야무진 꿈을 일장춘몽처럼 허망하게 만들어 버린것이다.

강재섭은 특유의 생존본능으로 스스로 박근혜 아래도 들어왔지만, 이미 5선 의원의 체면도

자존심도 다 구겨져 버린 뒤였다.


박근혜 힘을 빌어서 그것도 천신만고 끝에 이재오를 누르고 당대표자리를 얻었지만, 그의

본능은 이미 박근혜의 오래비도 영남오빠도 아니었다.

친박의 이름으로 경선의 심판을 보면서 박근혜를 교묘히 배신한것은, 결국 구겨진 자존심에

대한 강재섭의 한풀이였을까?자신의 꿈을 빼앗긴 소인배의 복수였을까?

이쪽도 저쪽도 아닌 회색지대에 왕따로 떨어져버린 지금의 강재섭을 보면 참으로 안습이다.


6선의 박희태를 보면 강재섭과 또다른 안습으로 다가온다.

일치감치 이명박에 줄을 대놓고도 시침을 뚝떼고 앉아 박근혜속을 무던히도 태웠던 참

능글맞은 영감이다. 공천에서 이명박정권에 팽당하고, 순전히 어부지리로 강재섭이 떠난

당대표자리에 앉았으나 나이도 현실도 이제 그가 설자리가 마땅치 않다.

친이 이름표를 달고 일년넘게 당대표자리에 앉아, 소리없이 박근혜 마음얻기에 매달렸다.

친박 무소속의원들을 입당시키고, 그들에게 당협위원장자리가 돌아가도록 바람을 잡아주고,

최근엔 시도당위원장 선출에도 친박들을 밀어주었다.

친박연대가 외환에 휩싸이자 한나라당과 합당설을 흘리는가 하면 이명박정권의 보복으로

영어의 몸이된 서청원을 찾아가 위로하며, 대통령의 사면설까지 슬쩍 흘려보냈다.


오죽하면 이재오계가 박희태를 놓고 이렇게 꼬집었다.

"당 대표를 맡겨 놓았더니 지난 1년 남짓 야금야금 당을 친박 쪽에 넘겨주는 일만 했다.”

그옛날강재섭이 친박의 이름을 달고, 대권을 야금야금 이명박에게 넘기던 모습과

겹쳐보일까? 강재섭의 대표직을 물려받더니 제2의 강재섭이 되었는가?


그 강재섭의 좌우명은 거창하다. 대해불택세류(大海不擇細流)

작은 물줄기를 가려받지 않는 큰 바다의 포용력을 이르는 말이다.

좋게 해석하면 바다같은 포용인데, 달리 해석하면 줏대없는 포용이 된다.


박희태의 좌우명은 `상선약수(上善若水)‘

최고로 좋은 것은 물과 같다는 노자의 말이다.

우연인지 모르지만 두사람은 다 물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박희태는 좌우명이 바뀌는지 작년에는 “응립여수 호행사병(鷹立如睡 虎行似病)”

이 자신의 좌우명이라는 인터뷰를 한적이 있다.

매는 앉아 있으나 조는 듯하고, 호랑이는 병든 듯 걸어간다는 뜻이다.

그 의미까지 친절히 설명했는데 “매나 호랑이가 날뛰면 다른 동물들이 다 도망가기

때문에 잠든 척, 병든 척해야 적당한 때에 먹잇감을 잡을 수 있다는 말”이란다.


졸고 있는 매, 병든 듯 걷는 호랑이,,,

병든 호랑이인지, 꾀 많은 여우인지는 모르지만 참 박희태 답고, 강재섭 스럽다.

모쪼록 남은 여생 건투를 빈다.



2009. 08. 02 풍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