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뉴타운 MB도 책임지라” |
등록 : 2012.07.06 20:44 수정 : 2012.07.07 13:01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이 지난 3일 서울시청 별관 다산플라자 시장 집무실에서 비서진이 배석한 가운데 뉴타운 출구전략과 그 대안으로 제시한 마을 공동체 만들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
[토요판] 커버스토리
원순씨의 뉴 뉴타운
박원순 서울시장, 도시를 말하다
“해제·매몰 50% 국고 부담” 법제화 시동‘아수라장 서울’ 만든 MB도 책임을 져야 박원순 서울시장이 뉴타운 지역 해제에 따른 매몰비용 처리를 위해 국회에 관련 법안의 개정을 압박하는 등 본격적인 뉴타운 출구전략에 시동을 걸고 있다. 그는 또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서도 “(서울시장 재임 시절) 뉴타운을 시작해서 광범위하게 커진 만큼 임기 중에 (이 대통령이)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지난 3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뉴타운 건설) 추진위 단계에 있는 곳은 서울시가 (매몰비용을) 지원해서라도 해제를 도와준다는 원칙이지만, 조합 결성까지 이뤄진 곳에선 (뉴타운 해제에 따른) 매몰비용이 상당히 크다”며 “국회 동의를 얻어서 중앙정부도 일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물론 서울시가 최종적으로 인허가를 했지만, (과거 뉴타운 바람을 부추기며 당선됐던) ‘뉴타운돌이’ 등 국회의원들과 중앙정부의 책임도 크다”는 게 이유다. 박 시장은 뉴타운 출구전략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지난 2~6월 국토해양부와 기획재정부, 여야 국회의원 등과 논의를 진행해왔다. 이에 따라 오영식 민주통합당 의원이 ‘정체돼 있는 정비사업의 중단을 유도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보조하는 비용의 50% 이상을 국가가 지원’하는 것을 뼈대로 한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개정안을 마련해 이르면 다음주께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매몰비용 일부를 국고로 분담하는 내용이 담긴 법안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시는 이번 개정안 발의 과정에서 오 의원실과 긴밀한 협의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 시장은 “서울시 전체가 아수라장이 된 상황에서 여야가 어디 따로 있겠느냐”며 “이 문제를 꼭 해결하기 위해 도정법 등이 온전한 법률이 될 수 있도록 개정안을 통과시켜달라”고 촉구했다. 매몰비용은 뉴타운 재개발·재건축 사업 추진을 위해 조합이나 추진위가 시공사로부터 빌려 쓴 돈으로, 적게는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추산된다. 박 시장이 지난 1월 뉴타운 출구전략을 발표한 이후, 서울시와 국토해양부는 매몰비용 처리를 둘러싸고 날선 공방전을 벌여왔다. 서울시는 중앙정부에서 전략적으로 추진했던 사업인 만큼 국고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국토부는 지자체 사업이라며 지원 불가 방침을 고수해왔다. 한편, 박 시장은 최근 용산참사를 다룬 영화 <두 개의 문>을 관람하고, 서울 전역 뉴타운·재개발 사업구역의 강제철거 일정과 세입자들의 이주 협의 상황에 대한 전면 실태조사를 지시했다. ‘더 좋은 집 짓자’ ‘더 큰 집 살자’ 구호 끝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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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지역으로 쫓겨나고
쪽방이나 고시원에 40만명 살아
이 시대 도시개발 화두는
살 ‘매’(買) 아닌 살 ‘주’(住) ‘제2의 파이시티’ 없도록 도시의 비전을 최근 아파트 재건축 심의에서 용적률 상향 등에 잇따라 제동이 걸리면서, 맥락이 좀 다른 노들섬 오페라하우스 문제까지 엮어 시장님이 개발 자체를 싫어하는 것 아니냐란 말도 나와요. 박 “그러면 옛날처럼 그대로 갈까요? (노들섬) 거기에 6000억 쏟아붓고 계속 부채를 만들어서 우리 시민들이 부도 선언하게 할까요? ‘고층 건물의 저주’라는 말까지 나오잖아요. 상암 디엠시(DMC)에 100몇층 짓겠다고 했다가 결국 못 짓겠다고 나자빠졌어요. 한강르네상스 사업이나 한강 전략지구 같은 사업들은 제가 하라 말라 한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사업성 (악화) 때문에 좌초되는 상황이죠. 은평 뉴타운에 대형 평수 아파트 600채가 4년째 놀고 있어요. 이대로 계속 10년이 지나면 완전히 도시 슬럼이 되겠죠. 다 망하게 생겼는데, 그걸 보면서도 시장이 계속 지으라고 말할 수 있나요. 저는 서울시장이라는 사람은 적어도 10년 후, 20년 후, 100년 후를 내다보고 행정을 하지 않으면 죄인이 됩니다.” 집은 사는 곳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은 이왕이면 집값이 오르길 바라는 욕망도 갖고 있습니다. 박 “그렇다면 집값이 끊임없이 올라야 하는데, 그것은 불가능하죠. 어느 순간 거품이 꺼지고, 그러면 수많은 사람에게 비극을 제공하게 되죠. 또 투기나 거품 현상이 사회를 지배하면 결국 돈 없는 사람은 계속 쫓겨날 수밖에 없어요. 앞으로는 변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공공 임대주택이 늘어나야 합니다. 홍콩에 가보니 공공 임대주택이 30% 정도 되더군요. 싱가포르는 70%나 되고요. 그런데 한국의 경우 5%도 채 안 됩니다. 제가 8만호를 짓겠다고 공약했는데, 이게 돼야 비로소 7% 정도가 됩니다.” 뉴타운 재개발을 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공공임대 물량을 채울 수 있겠냐는 말도 있습니다. 박 “재개발·재건축 과정에서 공공 기여로 임대주택을 지어왔던 게 사실이라, 물량 확보하는 데 쉽지 않은 측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변형된 임대주택을 많이 지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기존 다세대·다가구 주택을 서울시가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제공한다든가, 국민주택의 평형을 좀 줄여 더 많은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효과를 찾는다든가. 빈 땅이 많지도 않고 서울시의 재정적자도 상당한 수준입니다. 어렵긴 하지만, 최선을 다해서 애초 약속대로 임대주택을 짓겠다는 게 제 의지고 열정입니다.”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 때 추진됐던 ‘2030 도시기본계획’을 수정하겠다고 발표하셨습니다. 박 “2030 도시기본계획은 서울시를 어떤 도시로 만들지에 대한 비전이 구체적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예컨대 기업이나 주민이 50층짜리 아파트를 짓겠다고 하면, 가부만 결정하거나 일부 수정만 해왔죠. 그러다 보니 도시계획위원회 같은 데 얼마나 많은 로비들이 들어왔나요. 파이시티가 대표적이잖아요. 도시계획의 엄밀한 관점에서 보면 (파이시티는) 거기 들어서면 안 되는 거거든요. 저는 서울시의 미래를 거의 예측 가능하게, (도시계획을) 치밀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봐요. 그러기 위해선 도시계획자는 물론 인문학자와 경관전문가, 경제학자 등이 위원회 안에 다 들어와야 합니다. 제가 몇 개 바꾼다고 하면, 전임 시장의 흔적을 지운다고 그러는데, 저는 웬만한 건 그냥 갑니다. 그렇지만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바에 따라 수정해야 할 것이 있다면 수정해야죠. (그걸) 안 하는 건 또다른 시대에 대한 반역이죠.” 뉴타운에 대한 대안으로 마을공동체 만들기를 얘기하셨습니다. 한데 서울시 공무원들도 ‘도대체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분들도 있던걸요. 박 “너무 당연한 얘기죠. 통찰과 비전의 문제인데, 저는 이런 질문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가 도대체 무슨 세상을, 어떤 삶을 살려고 하는가.’ 지금 이 시대에 여전히 우리가 ‘더 잘 먹자’ ‘더 좋은 집을 짓자’ ‘더 큰 집에 살자’ 이렇게 갈 수는 없어요. 그것 때문에 사람들이 너무나 큰 희생과 피해를 입고 있잖아요. 노무현 정부에서 이명박 정부에 이르기까지 ‘국민 소득 3만달러’를 이야기했지만, 지금 (소득 수준이 그렇게) 올라갔나요? 과거 성장중심주의로 가는 게 한계에 도달했다는 거예요.” 대형 평수 아파트 600채가
은평 뉴타운에 4년째 놀아요
10년 지나면 도시슬럼이 되겠죠
다 망하게 생긴 거 알면서도
계속 지으라고 할 수 있나요? 5년 뒤 서울은 완전히 바뀌어 있을 것 뉴타운이란 하드웨어적 개념을 마을공동체 등의 소프트웨어적 개념으로 대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박 “그래서 시민사회와 기업, 주민들이 중요하다는 거예요. 서울시 공무원들이 곡괭이 들고 가서 마을을 만들어주나요? 지금이 뭐 박정희·전두환 시대도 아니고요. 그리고 ‘이 상태로는 안 된다’며 사람들이 공동육아도 하고 생협도 만드는 등 이미 유턴이 시작됐어요. 서울시나 구가 해줄 수 있는 건 이런 일들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하는 거예요. 더 큰 것은 비전을 함께하는 거죠. 시장이 맨날 이런 소리를 하고 다니니까, 어마어마하게 변하고 있죠. 보세요, 5년 지나면 서울은 완전히 바뀌어 있을 겁니다. 또 우리는 한다고 하면 금방이잖아요.”(웃음) 어쨌든 이런 뉴타운 출구전략을 두고 정부와는 자꾸 엇박자가 나고 있는 듯한 인상입니다. 박 “이제 얼마 안 남았는데요, 뭘.(웃음) 현장을 뛰는 서울시 공무원들이 부닥치는 한계나 문제를 더 잘 알 수 있잖아요. 가능하면 자치권이 확대돼야 그 사회가 발전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지금 뭐든 다 쥐고 있으려고 하잖아요. 그런 측면에서 보면 문제없는 건 아니죠. 누가 차기 정부를 이끌게 될지 몰라도, 그 정부가 정말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방정부에 많은 걸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대선까지 얼마 안 남았습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출마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박 “오해가 있을까봐 일체 안 만나고 있습니다.(웃음) 본인이 실존적 결단을 하겠죠. 삶이 완전히 달라지는 건데….” 서울시의 중요한 정책 등을 놓고 가까운 대선 후보와 정책적 연대를 맺으면 좋지 않나요? 박 “그런데 제가 어느 한쪽에 올인하거나 그럴 수 있나요.(웃음) 저와 비전이나 콘셉트가 비슷한 분이 되면 좋지만 누가 되더라도 서울시는 협력하고 함께 가야죠. 제가 서울시장이니까 유세를 할 수도 없고….(웃음) 서울시장 일을 열심히 하는 게 그분들을 돕는 길일 겁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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