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남경필 정두언 정병국 김태호 의원이 한자리에 모였다. 넷 모두 다선이고 젊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의 주류에 대한 비판적 이미지도 엇비슷하다. 이들이 함께했다고 해서 전혀 어색할 건 없다. 그런데도 언론은 22일 있었던 이들의 모임을 주시한다. 연말 대선 등 향후 정치일정 속에서 중요한 목소리를 낼 당내 제3 세력의 등장으로 묘사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남·언·정·태’라는 새로운 신조어가 만들어질 조짐이다.
정두언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이 모임의 취지를 설명했다. “4인은 진보 우파를 지향하는 모임, 즉 새누리 진보파”라고 적었다. 남경필 의원도 “연말 대선에서 플러스 알파를 만들어 내겠다”고 얘기했다. 보수 우파 새누리당에서 진보성향의 목소리를 내겠다는 취지를 공개한 것이다. 한 개의 정당 안에 다양한 정치적 스펙트럼이 존재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 있다. 통합 진보당 사태로 좌우의 대립이 극명해진 정치현실에서는 그 중요성이 더 크다.
요는 5선 남 의원의 ‘모임 정치’가 격에 맞느냐는 것이다. 그의 정치역정 중에는 유독 모임에 관한 기록이 많다. 16대 국회 당시 소장파 의원들로 구성된 ‘미래연대’도 그가 산파역을 했다. 17대 국회 들어 소속 의원 상당수가 낙선하면서 미래 연대도 자연스레 해체됐다. 그러자 ‘수요모임’을 만들었고 17대 국회 내내 그 중심에 섰었다. 남경필 원희룡 정병국 의원을 상징하는 이른바 ‘남·원·정’은 이보다 훨씬 전부터 불려온 이름이다. 이상득 의원 불출마 요구로 험난하게 시작한 18대에서만 아무런 모임이 없었다.
정치인에게는 격에 맞는 옷이 있다. 사모임으로 존재가치를 지켜야 할 때가 있고, 공당의 중심에서 정치적 역량을 발휘해야 할 때가 따로 있다. 초선 재선일 때 남 의원과 5선일 때 남 의원은 달라야 한다. 언제까지 ‘당내 비주류’ ‘소장파의 리더’라는 닉네임에 만족할 건가. 초·재선의 비주류는 소신이지만 5선의 비주류는 무능이다. 여기에 대한 지역 내 여론도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 4·11 총선에서 그를 위기에 몰아넣었던 ‘건방지다’ ‘너무 고개를 들고 다닌다’는 등의 비난도 그의 이런 모임 정치 모습과 무관하지 않다.
5선의 남 의원이 중심에 서야 할 곳은 ‘남·언·정·태’가 아니라 새누리당이고 대한민국 정치다. 그게 민주당 일색의 수원에서 유권자들이 유일하게 그를 살려주며 보낸 기대다. < 저작권자 © 경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