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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박근혜를 보는 두 시선

[노트북을 열며] 박근혜를 보는 두 시선

[중앙일보] 입력 2011.05.27 00:28 / 수정 2011.05.27 00:28
신용호
정치부문 차장
갑=“당이 이 지경인데 움직여야지. 지지율 1등 후보잖아. 본인을 위해서도 지금 움직이는 게 나아.”

 을=“아니지, 2007년 대선 경선 이후를 봐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해도 줄곧 ‘마이 웨이’를 했잖아. 근데 결과를 보면 그때마다 박근혜 전 대표의 판단이 옳았다니까.”

 ‘박근혜 역할론’에 대한 한나라당 내 두 갈래 입장이다. 갑이 한 발 떨어져 보는 쪽이라면 을은 이해하려는 논리다. 두 견해가 충돌하며 그가 언제쯤 움직일지를 주시하고 있다.

 을이 말하는 대표적인 예는 2008년 총선 때다. 당시 친이계가 공천권을 쥐면서 친박계가 줄줄이 탈락한다. “식구는 챙겨야 한다”는 말에도 박 전 대표는 ‘투명하고 공정한 공천’만 요구했을 뿐 누구를 공천해 달라는 ‘거래’를 하지 않았다. 공천 후 박 전 대표는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고 했고 그건 ‘친박 바람’으로 이어진다. 친이계는 직격탄을 맞는다. 주변의 요구에 밀려 공천에 개입했다면 그런 결과가 가능했겠느냐는 주장이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 초기 ‘박근혜 총리론’이 나왔을 때도 일부 여론에 따라 총리를 떠안았다면 지금의 위상이 유지될 수 있겠느냐는 말도 한다. 결국 판단은 박 전 대표에게 맡기는 게 낫다는 거다.

 갑은 생각이 다르다. 당이 위기고 이대로 가다간 내년 총선에서 희망이 없으니 조기에 등판하라는 것이다. 총선에서 지면 다수당이 된 민주당이 국정조사나 특검으로 여권을 압박할 텐데 그러면 대선도 어려워진다는 논리를 편다. 이들은 지난 18일 황우여 원내대표와의 회동을 ‘박근혜 딜레마’의 한 단면으로 지목한다. 당직을 맡고 있지 않고 이 대통령에게도 부담이 될 수 있느니 조용하게 지낸다는 게 박 전 대표의 생각이다. 하지만 황 원내대표가 박 전 대표를 ‘찾아뵙는’ 모양새가 되면서 비공개 회동이 역효과를 냈다. ‘침묵하는 정치’는 갈수록 힘이 세지는 역설을 만들어 내는 것도 사실이다.

 박 전 대표가 움직이는 시점을 정하는 것은 그의 몫이다. 당장 나서지 않아 결과가 좋을 수도 있다. 하지만 침묵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박근혜의 역설’이 더 깊어질 것은 분명하다. 평의원이라고 하지만 국민은 그렇게 보지 않기 때문이다. 전당대회 룰에 대해 “당권·대권 분리는 안 된다”고 하자 그게 가이드라인이 되는 것도 현실이다. 이대로 오랜 시간이 지나면 곳곳에서 불거질 역설들을 어떻게 할 건가.

 그는 2006년 6월 당 대표에서 물러난 뒤 4개월여 동안 대선 주자 행보를 하지 않았다. 그건 경선 패배의 한 원인이기도 하다. 그때와 같은 ‘실기(失期)’는 그도 손해고 당도 손해다. 박 전 대표는 적절한 타이밍을 찾아야 한다. 당 대표 경선에 나서지 않을 거면 새 당 대표와 합리적인 관계 설정을 통해 움직이는 방법이라도 구해야 한다. 당내엔 ‘박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설 자리는 없을 거야’라고 불안해하는 의원들이 여전히 많다. 그들을 안심시키고 추스르는 일도 급하다. 2006년 대선 행보를 하지 않아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 쪽으로 넘어간 이들이 한둘인가. 보수의 미래를 생각하면 그의 어깨가 무겁다.

신용호 정치부문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