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손학규 아니다’양자대결 회의론 내막-야권편
▣ 글 조기성 기자 kscho@dailypot.co.kr |
내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1대1 대결구도가 될 것이라는게 정가의 대체적 시각이다. 영국의 대표적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Economist)도 최근 보도를 통해 한국의 대선 경쟁이 본격화됐다며 박 전 대표와 손 대표를 여야 유력 후보로 꼽았다. 하지만, 실제 양자대결이 이뤄질 지에 대한 회의론이 수면 위로 조금씩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 ‘박근혜 대세론’이 ‘昌대세론’처럼 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고, 손학규 대표 역시 야권단일후보로서 서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시각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 역시 “지난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대역전극을 펼쳤던 것처럼 한국 여론은 변덕스럽기로 유명하다”며 현 구도가 언제든 뒤바뀔 수 있음을 꼬집었다. 야권의 대선후보군으로는 손 대표를 비롯,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정세균 최고위원, 한명숙 전 총리, 김두관 경남지사, 유시민 전 장관, 김정길 전 장관, 이정희 민노당 대표, 노회찬 전 진보신당 대표 등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요서울]은 지난호 여권편에 이어 야권의 상황을 집중분석해 보았다.
손학규, 지지율 정체 실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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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재보궐선거에서 손 대표가 승리하면서 ‘손학규 대세론’이 민주당 내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온건한 성향의 손 대표는 중도 성향은 물론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로부터도 상당한 호감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야권통합 움직임과 배척되는 지점에 있어 진보성향 유권자들의 표심을 가져올 수 있을 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세균 최고위원은 손 대표에게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고 있는 정체성에 대해 “정체성이란 게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면서 “정당의 정체성은 역사와 전통의 산물인 만큼 자신을 당에다 맞춰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한, 지지율 정체현상 역시 심각한 상황이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 때 한-EU FTA와 김진표 현 원내대표가 합의한 KBS수신료 인상을 두고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 원인이 됐다는 게 정설이다.
원내대표가 쟁점을 한나라당과 밀실 합의한 것을 최고위원 등 지도부에서 반발하고 이를 손 대표가 지도부 회의에서 뒤집는 패턴이었는데 이는 원내대표로부터 수시 보고를 받는 제1야당 대표로서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종북 진보 발언으로 연대를 해야 할 진보정당과 당내 인사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손 대표 주위에서 진보성을 강화하는 방안도 제시됐지만 손 대표는 중도의 길을 택했다. 대표적인 노동 현안인 한진중공업 사태와 관련해 희망버스를 타야 한다는 말이 나왔지만 손 대표는 “투쟁과 함께 대화와 타협을 모색해야 한다”고 ‘균형투쟁론’을 강조했다.
손 대표는 지난달 13일 ‘2차 희망대장정’에 돌입해 민생 해결을 위한 정책 마련 희망대장정을 시작했지만, 지지율은 좀처럼 오르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야권통합에 앞장서야 할 제1야당 대표가 민생 탐방에만 치중하면서 자신의 대선행보만을 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제1 야당 대표로서 한진중공업 등의 문제에서 적극적인 대여 투쟁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점, 대통합 국면에서의 소극적 행보, 종북 진보 논란 등이 진보성향 유권자들의 관망세를 지속시키고 있다”며 “손 대표의 지지율 정체는 분당 선거의 승리 요인이기도 했던 ‘중도이미지’가 점차 층이 두터워지는 진보성향 유권자들의 지지를 끌어오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문재인 대망론, 힘을 얻다
반면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친노(親盧)세력의 대표주자로 부상하면서 ‘문재인 대망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문 이사장이 지난달 26일 ‘희망 2013ㆍ승리 2012 원탁회의’ 출범식에 참석, 야권 대통합 작업을 시작으로 정치행보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문 이사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는 2012년 승리를 위해 범야권 통합이 가장 확실한 방안이라 생각하지만 원탁회의를 통해 통합논의를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 안팎에선 문 이사장이 야권 통합 과정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내느냐가 향후 그의 위상을 좌우할 가늠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통합 과정에서 존재감을 과시한 뒤 내년 총선에서 부산ㆍ경남지역을 기반으로 직접 출마하거나 후보들의 선거를 지원해 바람을 일으킨다면 ‘문재인 대망론’도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에 더해 최근 문 이사장의 지지율 상승세가 확연하다.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문 이사장은 11.8%의 지지율을 얻어 11.3%의 지지에 그친 손 대표를 0.5%p차이로 제치고 야권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또한, 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대선후보 지지도에서 문 이사장은 7.4%를 차지한 손학규 대표에 이어 6.6%를 얻어 전체 3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같은 달 25일 의 진보진영 대권후보 적합도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손학규 대표(21.1%)와 문재인 이사장(18.1%)의 접전양상을 보였다.
그의 부상은 친노세력의 기대주였던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지난 4월 경남 김해을 재선거 패배 후 수그러든 데다 손학규 대표가 분당을에서 이겨 지지율이 올랐다가 다시 제자리 걸음을 하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친노세력이 지난 5월 노 전 대통령 2주기를 맞아 문 이사장을 유시민의 대안으로 띄우기 시작하면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꺾어줄 필승카드를 찾고 있는 야권 성향 표들이 문 이사장을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를 잘 아는 한 인사는 “문 전 실장이 노 전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켜보면서 쌓은 능력, 침착하고 안정감 있으면서도 따뜻한 인품, 선비 같은 모습, 강단, 때 묻지 않은 참신함을 가지고 있다”며 야권 대통령 후보로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한 적이 있다.
야권으로서는 TK보다 PK가 공략하기 쉬운 상황에서 그가 부산출신이라는 점도 호조건이다. 게다가 공수부대 복무, 민주화운동으로 투옥, 사법연수원 차석 졸업 등 개인 스토리에 최근 자서전 ‘운명’을 펴내면서 더욱 이름을 떨치고 있다.
문 이사장 역시 이명박 정권을 비판하거나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는 발언을 공개적이고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문 이사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세론을 무너뜨리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는 “문재인 이사장이 상승세인건 분명하다”며 “출마선언도 안한 상태에서 5%이상의 지지율을 유지하면서 손학규, 유시민 대표와 오차범위 내에서 경쟁하는 건 잠재적 경쟁력이 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좌희정, 우광재’라고 불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 발언도 주목할 만하다. 이광재 전 강원지사는 “손학규 대표와 문재인 이사장 간에 불꽃 튀는 경선이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고, 안희정 충남지사 역시 문 이사장의 대선출마와 관련 “국민들한테 어떤 임무를 부여받는 일은 정치인 스스로의 도전 의지도 중요하지만, 본인도 꺾을 수 없는 어떤 흐름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해 ‘문재인 대망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유시민 야권대통합론 물 건너가나
손 대표와 야권 1위를 다투던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4·27 재보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 선거 패배로 위기의 순간을 맞고 있다.
유 대표가 의욕적으로 뛰어든 진보진영 대통합도 여의치 않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가 국민참여당의 진보진영대통합 참여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통합에 급물살을 타는 듯 했으나 민주노총이 지난달 13일 산별대표자회의에서 국민참여당의 진보통합 참여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이후 분위기가 바뀌었다.
유 대표는 지난달 18일 한 토론회에 참석해 “참여당 당원들이 절대 말하진 않지만 마음속에는 ‘17대 국회 때 민노당은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를 망하게 함으로써 자기들이 이익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일부러 그렇게 하지 않았느냐’는 의구심이 있다”며 “우리는 그런 원망을 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고, 지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참여당을 허락지 않는 민노당과 진보신당에 대한 섭섭함을 토로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었지만 민노당원들의 공분을 사기에는 충분한 발언이었다.
결국 민주노동당이 지난달 19일 2차 수임기관 전체회의에서 국민참여당과의 통합 참여 여부를 진보신당과의 통합 이후로 미루면서 국민참여당의 진보진영 대통합 참여는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더군다나 진보진영의 원로와 시민사회단체 대표 21명이 ‘원탁회의’를 구성하고 야권통합에 나서기로 하면서 유 대표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고 있는 상태다.
결국 그의 성급함과 명분 없는 정략적 언행이 참여당의 고립무원과 유시민 개인의 좌절을 불러오는 가장 큰 단초가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또한 민주당을 제외한 채 여타 야당과의 통합을 계기로 몸집을 불린 뒤 내년 대선정국에서 한판 승부를 벌이겠다는 유 대표의 시나리오도 끝이 난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 유 대표는 최근 정권교체를 위해 대선 불출마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급격한 ‘좌클릭’ 정동영, 진정성은
민주당 내 잠룡인 정동영 최고위원은 ‘담대한 진보’를 슬로건으로 ‘보편적 복지’를 강조하고 있다. 복지 문제와 관련, 부유세 도입을 주장하는 등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원인을 노동과 복지에 대한 국민의 뜻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판단, 상임위를 환경노동위원회로 옮기는 등 노동 정책을 최우선으로 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실제 유성기업 사태, 전주버스노조 파업 등 주요 노동 현장을 다니며 중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좌클릭’ 행보에 가속도를 붙인 정 최고위원은 최근 한진중공업 현장에도 자주 방문하고 있다.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기자회견과 시국선언에 잇따라 참석하는 등 진보정당들과 가까운 거리에서 발을 맞추고 있다. 정 최고위원은 당내 누구보다 진보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야권대통합에 적극적인 것과 무관치 않다. 야권 통합에 앞장서고 있는 정 최고위원이 통합을 하려면 야당들 간에 가치의 연대가 이뤄져야 하고, 이를 위해 민주당의 정체성부터 선명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달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민주당이 말이 아니라 소매를 걷어 붙이고 행동에 나서야 한다”며 “지금은 통합에 박차를 가해야하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의 행보를 두고 ‘정략적 좌클릭’이라고 폄하하는 이들도 없지는 않다. 2007년 5월 가 실시한 대선주자 11인에 대한 ‘이념적 위치’ 조사에서 비한나라당 인사 중 가장 오른쪽에 있던 정 최고위원이 지금은 가장 왼쪽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 최고위원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보면서 생각을 바꾸게 됐다고 하지만, 급격한 변화에 대해 진정성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정 최고위원이 이런 비판의 목소리들을 정면돌파하면서 야권 대통합의 중심에 설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조기성 기자] ks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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