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육영수 복지론’
[중앙일보] 입력 2011.08.16 01:17 / 수정 2011.08.16 02:22
37주기 추도식 2000여 명 몰려
고 육영수 여사 37주기 추도식이 15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열렸다. 이날 추도식에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동생 지만씨를 비롯, 추모객 2000여 명이 참석했다. 추모객들이 분향을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오종택 기자]
육영수 (左), 박근혜(右)
이명박 대통령이 ‘공생발전’ 개념을 제시한 15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육영수식 자활복지’를 언급했다.서울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제37주기 고(故) 육영수 여사 추도식’에서다. 박 전 대표는 유족 인사를 통해 “어려운 분들을 단순히 도와주는 것을 넘어 그분들이 꿈을 이루고 행복해질 수 있게 국가가 개개인의 상황에 맞춰 세심하게 지원하는 게 우리가 해야 할 복지”라고 했다. 박 전 대표는 “어머니(육 여사)는 단순히 물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일어서려는 의지를 갖게 도와주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 측근은 “박 전 대표가 올 초 발의한 사회보장기본법에도 이런 자립·자활 개념은 반영돼 있다”고 전했다.
박 전 대표는 육 여사와 함께 형편이 어려운 한 마을을 방문했을 때의 일화도 소개했다. “주민들이 사육할 돼지를 몇 마리 지원해 달라고 요청하자 어머니는 ‘지금은 사료값이 비싸서 돼지 키우는 게 어려우니 토끼를 키워보시라’면서 그 마을이 일어설 수 있도록 세심하게 챙긴 기억이 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자립과 자활을 중요하게 생각한 어머니의 뜻을 받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복지의 근본적인 핵심가치와 최종 목표를 굳게 새기면서 진심으로 마음을 모으면 반드시 (선진 복지를) 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자신의 복지 구상이 ‘복지 포퓰리즘’과는 다르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이란 분석이다.
박 전 대표의 복지 구상은 2년 전 제시했던 ‘원칙이 바로 선 자본주의(the Disciplined Capitalism)’에 뿌리를 두고 있다.
박 전 대표는 2009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행한 연설에서 “원칙이 바로 선 자본주의를 만들기 위해선 개인의 이익과 사회 공동선이 합치될 때 그것이 진정한 성장이고, 지속 가능한 이윤을 낼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경제주체들의 합의가 중요하다”고 했었다. 당시 그는 “기업은 주주 이익과 공동체 이익을 조화시켜 기업윤리를 더 높이 창달하고, 정부는 공동체에서 소외된 경제적 약자를 확실히 보듬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 전 대표가 밝힌 개념은 이 대통령의 ‘공생발전’과도 비슷한 내용이라 눈길을 끈다.
이날 추도식엔 한나라당·미래희망연대의 친박계 의원 30여 명을 비롯해 추모객 2000여 명이 참석했다.
글=김정하·백일현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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