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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역사내 야간 노숙 행위 전면 금지 조치 이후 가까운 경기도내 역사로 노숙인들의 이동이 예상된 23일 새벽 수원역 대합실에서 노숙인들이 잠을 자고 있다. 이날 노숙인들이 도내 역사로 유입될 것이라는 이른바 '풍선효과'는 없었다. /전두현기자 |
우려했던 서울역 노숙인들의 집단 '이주'는 없었지만, 수원역에는
긴장이 흐르고 있었다.
열차 이용객의 발길이 뜸해진 지난 22일 오후 11시30분 수원역.
조용한 수원역 대합실에 20여명의 노숙인이 잠잘 채비를 하느라 분주했다. 이들은 대합실
의자나 화장실 옆의 좁은 통로, 상점 앞 등에 익숙하게 자리를
마련하고 누웠다.
같은 시각 수원역 역무팀 야간
근무조는 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 추이를 지켜보며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몇 시간 후 서울역에서 노숙인 강제퇴거가 집행되면 서울역에서 쫓겨난 노숙인들이 수원역으로 이동해 기존 노숙인들과
마찰을 일으키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이다.
하지만 수원역에는 23일 새벽까지 노숙인들이 갑자기 늘어나거나 하는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미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노숙인들과 역무원들은 새벽이 돼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박주삼 역무팀장은 "여름에는 노숙인들이 역 안에서 잠을 청하기보다 시원한
공원이나
고가도로 밑을 선호하기 때문에 서울역에서 퇴거가 시작됐다고 당장 다른 역으로 이동해 오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날씨가
쌀쌀해지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특히 수원역은 24시간 개방하는 데다 각종
단체들의
음식제공 등 이점이 많아 날씨가 추워지면 노숙인이 몰릴 수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수원역에 따르면 수원역에 열차가 들어오지 않는 시간은 0시8분부터 오전 2시14분까지로 이 시간이 다른 역보다 짧아 역사를 따로 개폐하지 않고 24시간 개방해 둔다. 냉난방 시설도 잘 갖춰져 있어 특히 겨울이면 노숙인들이 40~50명으로 증가한다. 코레일 조합에서 제공하는 저녁식사 외에도
종교단체가 과일이나 빵 등을 제공하기도 한다.
서울역에서
영등포역을 거쳐 수원역으로 왔다는 노숙인 정모(72)씨는 "서울역은 자리를 잡기 어렵고, 영등포역은 텃세가 심한 데 비해 수원역은 여건이 좋은 편"이라며 "어제 서울역 밥주는 곳에 가서 노숙인들과
이야기를 나눠 봤는데 다들 어디로 갈지 고민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수원역 관계자는 "
가능하면 노숙인들을 껴안고 가는 게 좋지 않겠느냐"며 "그러나 열차 이용객들에게 불편이 생기지 않도록 상황에 따라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민정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