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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란blog이전(+)됨:약7십만접속/-기존_자료2 종합(박근혜 前 대통령관련)

[홍준호 칼럼] 박근혜와 안철수의 `어깨동무 정치`

[홍준호 칼럼] 박근혜와 안철수의 '어깨동무 정치'

JP와 박태준 붙잡은 DJ, 정몽준과 연대한 노 전 대통령
이회창 전 총재의 '나홀로 정치' 무너뜨렸는데
박근혜 전 대표는 안철수 교수와 손잡는 정치적 상상력 갖고 있나

'안철수 바람'이 분 지 한 달이다. 그 한 달 동안 '박근혜 대세론'의 양면(兩面)을 엿볼 수 있었다.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그 누구의 접근도 허용하지 않던 박 전 대표의 절대우세 그래프가 잠시 꺾였다. 대세론에 금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 한나라당 안에선 정반대의 현상이 생겨났다. 안철수 바람 같은 강풍에도 견디는 박 전 대표만한 든든한 방풍막도 없다는 또 다른 현실이 확인되면서 비온 뒤 땅 굳듯 박근혜 대세론은 더 단단해졌다. '안풍(安風)의 역설(逆說)'이다.

이회창 전 총재도 한나라당 안에선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절대강자였지만, 두 번의 대선에서 모두 졌다. 안풍이 불기 전까지 친박(親朴)들은 박근혜 대세론은 이회창 대세론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말해왔다. 박 전 대표는 3김(金) 이후 확고한 지역기반을 가진 첫 정치인일 뿐만 아니라 지역으로나 세대로나 3김보다 더 넓고 고른 지지를 받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안풍은 이 가설을 뿌리째 흔들었다. 안 교수는 바람을 뒤로하고 다시 캠퍼스로 돌아가면서 박 전 대표도 '또 다른 이회창'이 될 수 있다는 꼬리표를 박 전 대표에게 남겼다.

서울시장 선거전이 한창인 요즘에도 박 전 대표는 꼬박꼬박 국회를 지키고 있다. 국정감사장에서 정부를 상대로 세금·재정·경제 운용 방향을 묻고 자신의 의견을 얘기한다. 대선 선두주자로서 평의원들보다 먼저 국감장에 나타나고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는 성실함만으로도 그는 빛을 발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늘 이렇게 나홀로 빛나는 스타정치인이다.

경우는 다르지만 이회창 전 총재도 나홀로 정치 스타일이었다. 그는 YS에게 탈당을 요구하고, JP가 내미는 손을 밀쳐냈다. 3김 청산과 세대교체라는 그 시절 나름 호소력있는 메시지를 홀로 짊어지고 가다가 끝내 쓰러졌다. 그에 맞선 DJ는 YS와 척을 진 JP·박태준·박철언을 모두 붙잡고, 경선에서 이 전 총재에게 진 한나라당 경선후보 7명을 따로따로 만나 일부는 자기편으로 만들고 일부는 중립으로 돌려놓았다. 현대중공업에 가서 사용자와 싸우는 노동자를 고무 격려하는 연설을 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그 회사 대주주인 정몽준 의원과 어깨동무해서 이 전 총재의 나홀로 정치를 무너뜨렸다.

어깨동무 정치엔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그때까지의 발상을 뛰어넘는 정치적 상상력이 바탕을 이룬다. 이번 서울시장의 범여권 공천 과정에서 일반인의 정치적 상상을 뛰어넘은 사건은 이석연 변호사의 깜짝등장이다. 한나라당 주변에선 일찍이 없었던 사단이다. 야권 따라하기의 냄새가 짙긴 하지만 그나마 여권에선 이례적인 이 같은 일을 꾸민 곳은 박 전 대표 쪽이 아니다. 이 변호사는 거꾸로 박 전 대표와 한나라당 지도부가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먼산 불구경하듯 한 데 뿔이 난 재야(在野)우파들이 갑작스레 대안으로 내세운 인물이다.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 역시 그간 박 전 대표와 거리를 유지해온 정치인이다. 친박계는 말로는 "특정인을 비토하지 않는다"면서도 아직 나 후보를 적극 끌어안는 분위기는 아니다.

한나라당에서 친이(親李)라고 말하는 이는 거의 없어졌다. 내년 선거가 걱정인 의원들 대부분이 박 전 대표 얼굴만 쳐다보고 있다. 그런데도 여권의 서울시장 예선전은 박 전 대표와 척을 졌거나 거리를 두었던 인사들 간에 벌어지는 기이한 장면이 이어지고 있다. 친박은 야당 쪽 선두주자인 박원순 변호사의 약점을 찾아내 이슈화하는 일에서도 한 발 비켜서 있는 모습이다.

한나라당은 오랜 세월 범야권을 홀로 대적해온 거대정당이다. 야권은 대부분의 경우 이 당 저 당 손을 잡고 단일화 굿판을 벌여야 한나라당과 팽팽한 구도를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한나라당도 21년 전에 3개 정당이 어깨동무해서 만든 합당(合黨)의 산물일 따름이다. 한나라당이 작년 지방선거 이래의 모든 선거에서 얻은 참담한 성적표는 21년 전 어깨동무의 효과가 이제 바닥났음을 보여준다. 부산·경남의 경우 안철수, 문재인, 김두관 등 잠재적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이들은 모두 야권 인사다. 한나라당에서도 이 지역은 더이상 한나라당 텃밭으로 자신할 수 없다고 말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한나라당이 나홀로 정치만으로 떵떵거리던 시절은 지나갔다. 나홀로 정치는 휘하에 두고 부릴 좋은 부하를 고르기만 하면 된다. 대세론 지도자의 리더십 스타일이다. 이에 비해 어깨동무 정치는 다른 진영에서 함께 손잡고 일할 장수들을 찾아내 설득하고 비전을 공유하는 고난도의 작업이다. 예컨대 안철수 교수가 한나라당 응징을 말했기 때문에 그를 제쳐두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런 세력을 대표하는 사람이기에 그와 손잡는 그림까지 그려보는 것이 어깨동무 정치의 상상력이다. 지금의 한나라당과 박 전 대표에게선 그런 정치적 상상에 관심을 둘 정도의 절실함은 읽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