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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란blog이전(+)됨:약7십만접속/-기존_자료2 종합(박근혜 前 대통령관련)

비행기 일반석의 박근혜

비행기 일반석의 박근혜주소복사

작성자
이은주
작성일
2011.10.30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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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일반석의 박근혜
‘같이 걸을까’라고 손내민 리더십 광고 오버랩돼
대권행보 '가속화'..대중과 소통하는 '감성' 보여야

“아이고, 여기서 또 기다려 주시네요.”
김포공항,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기자들을 보자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지난 27일 오후 최측근이자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의 출판기념회 참석차 광주발 비행기를 타기 위해 김포공항을 찾은 터였다.

이날 광주로 향하는 비행기에는 박 전 대표 외에도 민주당의 박지원 전 원내대표, 심상정 전 진보신당 상임고문 등이 함께 탑승했다.

놀라운 점은 박 전 대표의 ‘좌석’이었다. 그는 일등석이 아닌 일반석에 앉아 있었다. 이른바 ‘비상구 자리’인 일반석의 맨 앞줄에 수행원과 함께 자리했다. 이번만이 아니었다. 지난 4월 유럽 특사 방문 때도 줄곧 일반석에 앉았다고 한다.

대개 바쁜 정치인들이 이동시간에 휴식을 취하기 위해 일등석을 찾는 것과는 차이가 있었다. 이날 일반석에 탑승한 정치인은 박 전 대표 측 일행뿐이었다.

◆ 10월 16일 오후 서울 남산 하산길에서
“이 좋은날, 휴일인데도 일해서 어떡해요?”

10.26재보선 공식선거가 시작된 지 4일째인 지난 16일 박 전 대표는 서울 남산을 찾았다.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서였다. 남산에 오를 때는 셔틀버스를 이용했지만 내려올 때는 걸었다. 30여분이 소요되는 길이었다. “힘들지 않겠냐”고 기자가 말하자 “아니, 이 정도가지고 뭘..괜찮아요”라고 했다.

남산의 산책로에는 우레탄이 깔려 있어 걷기 편했다. 기자가 “요즘 운동장에도 많이 보급되는 것 같다”고 하자 그는 갑자기 발걸음을 멈췄다.

“테니스를 칠 때는요. 공을 보면서 이렇게 흙바닥에 미끄러져야 하는데 우레탄에서는 발이 꺾여버려요.” 박 전 대표는 이같이 말하며 날렵한 동작으로 미끄러지는 추임새를 직접 시범해 보였다.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이었다.

그러곤 기자를 위로하기 시작했다. “이 좋은 가을 날, 휴일인데도 일해서 어떡해요?”라고 한다. 기자가 “대표님도 지금 일하시잖아요”라고 말하자 대뜸 인터뷰가 시작됐다. 박 전 대표가 오히려 기자에게 질문을 던지며 취재하기 시작한 것이다.

“기자는 어떻게 하게 됐어요?”, “원래 관심이 많았나요?”, “정치부가 힘들죠?” 질문이 쏟아졌다. 대화는 시민들의 사진요청이 잇따를 때 잠시 끊겼다가 다시 재개되는 방식으로 계속 이어졌다.

그는 시민들과의 대화와 사진촬영으로 정신없는 와중에도 조금 전 대화 내용을 정확히 기억하고 말을 이었다.

◆ 10월 25일 ‘악수’ 피할 바에는 파스 신세

지방 방문에서는 주로 전통 시장을 찾았다. 5일장이 열리는 지역을 찾아 한꺼번에 많은 유권자들에게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방식이었다. 경남 함양, 강원 인제, 충북 충주 등이 그랬다.

한바탕 장마당이 벌어지는 시장에서 박 전 대표가 들어설 때면 악수하려는 인파, 사진 찍으려는 사람들로 뒤엉켜 아수라장을 이뤘다. 많은 사람들은 반가운 마음을 담아 박 전 대표의 손을 잡고 힘껏 흔들었다. 그럴 때면 “살살 잡아주세요. 손이 아파서요”라고 말했다.

시장을 몇 번 찾은 뒤로 그는 ‘왼손 악수’를 시작했다. 오른손에 무리가 간 탓이다. 선거를 하루 앞둔 25일에는 살구빛 파스를 붙일 만큼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의 표정은 항상 밝았다. 손이 아프다고 말할 때는 되레 미안해했다. 비가 오는 날에도 그 얼굴은 변함이 없었다.

박 전 대표는 손목은 좀 어떠냐는 기자의 질문에 “선거 때라 어쩔 수 없죠. 곧 좋아질 거예요”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금 중요한 일은 자신의 오른손이 아닌 ‘선거’라는 의미로 들렸다.

◆ 10월 24일 安, 박원순 지지 밝히자…

이번 재보선 지원유세 기간에는 몇 차례 비가 내렸다. 첫 지방 유세인 14일 부산 동구청장 지원 당시, 하루 종일 장대비가 쏟아지더니 24일 마지막 지방유세로 대구-칠곡-부산을 잇달아 찾은 날에도 빗줄기는 계속됐다.

24일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박원순 야권 단일후보의 사무실을 찾아 지지의 뜻을 밝힌 날이었다. 이날 칠곡 왜관시장에서 박 전 대표에게 “안철수 원장이 박 후보 지지를 선언한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지만 인파에 묻혀 기자의 목소리는 허공에 맴돌았다.

다시 기회가 왔다. 부산으로 이동하던 중 청도 휴게소에서 우연히 박 전 대표의 차량을 발견한 것. 때마침 밖에 나와 잠시 휴식을 취하던 박 전 대표에 기자는 안 원장에 대해 묻자 “오늘은 드릴 말씀이 없는데…”라며 언급을 피했다.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 각종 가상대결 여론조사에서 안 원장이 박 전 대표와 선두를 다투는 상황이었다. 그가 특별한 언급을 할 것이라고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대권출마 선언도 안한 안 원장의 중량감만 키워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곧장 차에 오르지 못했다. 기자들이 비를 맞은 채 기다리고 있는 게 미안했던 모양이다. 잠시 머뭇거리더니 “비 오는데 어서 들어가세요. 추운데 감기 걸려요”라고 말한 뒤에야 차에 탔다.

◆ 10.26 재보선 박근혜 전 대표 동행취재를 마치며…

기자는 이번 10.26 재보궐 선거, 13일의 공식 선거운동 기간 중 11일을 박 전 대표와 함께 했다. 선거 다음날인 27일 이정현 의원의 출판기념회까지 포함하면 12일을 그와 함께 한 셈이 됐다.

그 중 남산에서 함께 걸어 내려 올 때, 광주발 비행기에서 모습, 통증에도 악수를 계속 할 때, 비 맞는 기자들을 걱정하는 모습 등은 편하면서 강인한 인상으로 다가왔다.

박 전 대표는 10.26 재보선을 계기로 본격적인 대권 레이스에 들어갔다. 내달 캠프 사무소 개소식에 이어 선거로 미뤄왔던 ‘대권 행보’를 하나씩 구체화할 계획이다. 1일에는 고용복지 정책세미나를 열고 ‘2040 세대’의 일자리 정책 등을 공개한다.

당장 그의 행보는 ‘정책’에 방점이 맞춰있다. 이번 선거 지원에서도 미니 간담회를 잇달아 갖고 보육, 교육, 복지 등에 대해 시민들과 소통한 일도 그 연장선에서 풀이된다. 그러나 차기 대권주자로 떠오른 안철수 교수가 빼어난 정책으로 높은 인기를 구사하는 것은 아니다. 소통에 능하고,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아서다.

이번 재보선 동행취재는 마치 ‘박근혜의 재발견’을 본 듯 했다. “아무거나 잘먹는다”며 시장에서 순대국밥을 먹는 그는 소탈하고 친근했다. 한 평생을 특권층으로 지내왔지만,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당연하게 누리는 혜택이 일반인들에게 ‘특권’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지위를 내려놓고 있었다. 순간 그에게서 ‘같이 걸을까’라며 손을 내미는 리더의 모습이 오버랩 되기도 했다. 이같은 소탈한 모습이 대중의 마음속에 전달될 때 ‘2040 세대’의 폭넓은 지지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