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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화종 칼럼] 박근혜가 피하고 싶은 잔이겠지만

 [백화종 칼럼] 박근혜가 피하고 싶은 잔이겠지만

  • 2011.12.04 17:46


세상에서 부자간에도 나눠 가질 수 없는 게 몇 가지 있다고 한다. 그 중 하나가 최고 권력이라는 것이다. 동서양사에서도 왕이 자신의 지위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아들을 역모로 몰아 죽이거나, 아들이 왕위를 차지하기 위해 아버지 왕을 암살했다는 기록들은 많다.

한나라당 내에서 박근혜 전 대표의 조기 등판론이 힘을 얻어가고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하고,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안철수 교수바람으로 패닉상태에 빠진 당을 구하기 위해서 투수를 박 전 대표로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의 등판에 따를 위험요소들

박 전 대표의 조기 등판론은 이전처럼 당 대표를 교체함으로써 당권이 옮겨가는 수준의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그의 등판론엔 국가 최고 권력을 교체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건 바로 더 이상 이명박 대통령으로는 안 되니, 박 전 대표가 최고 권력을 사실상 이양 받아 국정을 운영토록하자는 주장인 것이다. 여당 내에서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진 비주류이고 제일 유력한 대선 주자인 박 전 대표가 나서야 한다는 것은 이 대통령에게 조기에 2선으로 후퇴하라는 요구에 다름 아니다.

여기에 박 전 대표의 고민이 있다. 자신이 전면에 나서는 것은 집권당, 곧 국정을 맡는다는 것으로, 그에 따르는 위험 부담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현 정권을 떠난 민심이 되돌아올지 의문이다. 더구나 지금은 안철수 바람이 더욱 거세지는 대신 그의 대세론은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다음은 그가 등판할 경우 당 안팎의 반대 세력으로부터 공격이 본격화될 게 빤하다. 자칫 현 정권의 실정까지도 모두 그의 책임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의 큰 고민은 이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이 아닐까 싶다. 그가 전면에 나서면 이 대통령과의 차별화, 즉 이 대통령을 극복해야 하는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차별화는 정책 쇄신과 인적 쇄신 두 갈래로 압축될 수 있다. 먼저 정책 쇄신은 중도 세력을 끌어안기 위해 성장에 무게중심이 두어졌던 국정 기조를 분배와 복지 쪽으로 돌려야 한다. 그 경우 현 정부는 물론이고 보수 전체로부터 저항에 부닥칠 가능성이 높다. 또 인적 쇄신은 4개월 후에 있을 총선에서 대폭적인 물갈이를 전제로 한다. 이 경우엔 친이명박계는 물론이고 친박근혜계까지도 반발하고 여권의 분열로 이어질 우려가 없지 않다.

박 전 대표의 이러한 차별화가 큰 탈 없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이 대통령과 당내 친이계의 협조가 불가결한 요소다. 그러나 한 집안에서 고부간에 뒤주 열쇠를 놓고 벌이는 갈등도 만만치 않은 법이다. 하물며 현직 대통령에게 최고 권력을 사실상 이양하고 뒷방으로 물러나 있으라고 한다면 흔쾌히 받아들여지는 게 쉽지 않다.

박 전 대표가 등판을 감행할 경우 이 대통령과 정면충돌하고, 앞서 네 대통령이 그랬듯 이 대통령도 당을 떠나는 수가 있다. 이는 결국 여권과 보수 세력의 분열로 이어질 것이다. 그들을 지지기반으로 하는 박 전 대표로서는 밀어붙이기 쉽지 않은 모험이다.

MB와의 관계설정이 관건

그러나 박 전 대표로서는 조기 등판이 피하고 싶지만 피하기 힘든 잔이다. 안철수 바람에 자신의 대세론이 흔들리고 여권이 패닉에 빠진 상태로 총선을 치를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당이 더 지리멸렬에 이르기 전에 추스르기 위한 승부수를 띄우지 않을까 싶다. 지금은 얼마 전처럼 이명박 정권이 어찌되든 자신의 대세론은 요지부동이었고 그래서 가끔 정권이나 야권을 향해 한마디씩 던지기만 하면 될 만큼 안이한 상황이 아닌 것이다.

박 전 대표가 구원투수로 등판하여 최후에 MVP로 뽑히기 위해서는 먼저 이 대통령을 설득하여 그와 호흡을 맞춰야 한다. 그러려면 그의 최고 권력을 침범하지 않은 것 같으면서 그와 차별화할 수 있는 고난도의 정치력이 필요하다. 따뜻한 아이스크림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또 친이 세력 등 여권 내 반대 세력이 갖고 있는 적대감 내지 공포감을 해소시키고 끌어안아야 된다. 이 역시 인적 쇄신과 양립하기 힘든 과제다. 이처럼 서로 모순되고 충돌하는 과제들을 여하히 푸느냐는 게 한 나라를 경영하겠다는 박 전 대표가 통과해야 할 1차 관문일 수도 있다.

백화종 부사장 wjba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