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경기신공항 ‘혁신’ 참고서] 3. 공항 떠난 부지, ‘스마트 자족도시’로 변모/ [2] [경기신공항 ‘혁신’ 참고서] 3-1. ‘사람과 환경’을 아우른 유럽 신도시 기술/ [3] [경기신공항 ‘혁신’ 참고서] 3-2. “옛 군공항 부지 아스페른, 혁신 프로젝트의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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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경기신공항 ‘혁신’ 참고서] 3. 공항 떠난 부지, ‘스마트 자족도시’로 변모
- 김현우 기자
- 승인 2024.06.18 18:53
- 수정 2024.06.18 19:37
▲ 오스트리아 수도 빈을 가로지르는 도나우강 동쪽 10km 떨어진 곳에 조성되고 있는 아스페른(Aspern) 지구 전경. 약 240만㎡ 면적으로, 제1차 및 2차 세계대전 등에서 군공항으로 활용됐던 땅이다. 이곳에서 '친환경 자족도시'를 목표로 한 개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김철빈기자 narodo@incheonilbo.com
오스트리아가 과거 군공항으로 사용된 부지에 유럽 최대 규모의 ‘도시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아무것도 없었던 땅이 자족 기능을 갖춘 스마트 도시로, 2만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 효과를 내는 ‘기회의 땅’으로 변모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수원‧광주‧대구지역 내 여의도 7배 이상의 부지가 군공항 이전 뒤 개발될 예정인데, 이와 같은 첨단기술 도입 방안에 대해서는 논의가 충분하지 못한 상황이다.
▲‘공항 떠난 불모지’, 어떻게 변했나
18일 인천일보 취재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서 북동쪽으로 약 10㎞ 떨어진 곳에 아스페른(Aspern) 지구가 한창 조성되고 있다. 준공은 2030년이며, 약 240만㎡ 면적이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50대 50으로 소유하고 있다.
개발 프로젝트는 ‘유럽의 가장 크고 야심찬 개발’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다. 아파트‧타운하우스‧공공주택 등 주거공간만 약 2만 세대를 계획했다. 올해 3분의 1 이상이 시공됐고, 1만2000명 이상의 인구가 유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지구는 애초 군공항이 자리한 곳이었다. 1912년 건설됐으며 제1차 및 2차 세계대전에서 오스트리아, 독일, 헝가리, 소련 등의 공군기지로 사용됐다. 전쟁이 끝난 뒤 군‧민 공항으로 활용되다가, 빈 국제공항 개항 등으로 필요성이 줄어들면서 1977년 폐쇄됐다.
2002년 오스트리아 정부는 빈 도심 인구가 팽창하는 반면, 개발에 한계가 있다는 점에 착안해 아스페른 지구에 관한 마스터플랜을 추진했다. 2007년 시의회 심의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되면서 본격화됐다. 지구 한가운데 5만㎡ 규모의 호수를 두고 주거지와 업무시설을 비롯해 학교, 공원 등이 단계적으로 들어서고 있다.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은 한화 가치로 9조원 가까운 60억 유로에 달한다. 정부 재원과 부동산 수익 등으로 충당한다.
사업 시행은 전문 도시개발 회사(Vienna 3420 aspern Development AG)가 맡았다.
수년 동안 빈 외곽에 있어 충분치 않았던 교통 인프라도 다양하게 구성됐다. 2개 전철역이 신설, 2호선(U2) 등 노선으로 빈 도심에서 30~40분 시간에 아스페른까지 도달할 수 있다. 버스노선과 차량이 이동하는 도로 또한 만들어졌다. 지구 안에서는 고리 모양으로 대로(도로명 Sonnenallee)가 형성, 각 구역을 촘촘히 연결하고 있다. 2025년에는 트램(노면전차)도 들어올 전망이다.
▲ 유럽 최대 규모의 ‘도시개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오스트리아 아스페른(Aspern) 지구 일대에 도로 교통망이 구축돼있다. 한때 군공항이 위치해 교통이 열악한 지역이었으나, 현재는 전철과 버스 등이 갖춰져 이동 편의가 높다./김철빈기자 narodo@incheonilbo.com
▲‘지속 가능한 경제’에 초점
아스페른 지구는 ‘사람이 살면서, 일하는 도시’를 추구한다. 이에 미래 먹거리 창출 대책이 반영되는 중이다. 우선 연구개발(R&D) 기업의 허브 역할로 약 1만3000m² 크기의 기술센터를 마련했다. 유럽 기술 연구소(EIT), 빈 공과 대학의 4차 산업혁명공장과 스타트업이 입주할 예정이다. 7500m² 규모 상업 센터는 제조‧생산‧공예 관련 기업을 위한 공간이다.
이밖에 정보통신기술(IT)‧바이오‧물류 등 기업이 줄줄이 아스페른을 찾고 있다. 오스트리아 수도권은 물론, 타국 도시인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까지 차로 1시간 정도에 도달할 수 있을 정도로 교통편이 좋아 기업 입지로 호평을 얻고 있다. 500여개 기업에서 계속 추가되고 있다.
▲ 아스페른(Aspern) 지구 안에 설치된 시설물로, 옛 군공항 활주로에 착안한 디자인이다. /김철빈기자 narodo@incheonilbo.com
일자리도 활발하다. 사회적기업(WienWork)이 7개 사업 영역과 수많은 프로젝트를 통해 일자리를 제공한다. 200여명 직업 훈련생을 포함해 750명의 직원을 고용했다. 국제적인 기술 그룹사(HOERBIGER Holding AG)는 500개 이상의 일자리를 갖춘 지역본부를 설립했다. 최종적으로 2만명 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아스페른의 목표다.
아스페른 개발 회사 관계자는 “삶과 일, 편의와 여가가 조화롭게 어울린 도시가 탄생한다”며 “스스로 성장하는 도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공항부지, ‘스마트 도시’ 도입은?
우리나라도 2013년 도심 속 군공항을 이전하는 ‘군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돼 공항부지 개발이 가능해진 상태다. 군공항을 다른 장소에 새로 짓고, 종전부지를 개발해 관련 비용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수원‧광주‧대구 3개 군공항을 사업 대상지로 지정했다. 다 합쳐 무려 약 2100만㎡ 면적이다.
하지만 각 지방자치단체가 개발계획을 구상할 뿐, 첨단 도시 형태에 대한 국가적 고민은 부족하다. 실제 국내에도 ‘스마트도시 조성 및 산업진흥 등에 관한 법률’로 체계적인 도시 조성을 할 수 있으나, 군공항 종전부지는 근거가 없다. 정부의 의지도 드러나지 않고 있다.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전 국회의원이 지난 1월 해법으로 지정 권한을 시‧도지사로 확대하는 등 내용의 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21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 자동 폐기됐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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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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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경기신공항 ‘혁신’ 참고서] 3-1. ‘사람과 환경’을 아우른 유럽 신도시 기술
- 김현우 기자
- 승인 2024.06.18 18:56
- 수정 2024.06.18 18:54
지난 4월 19일(현지시각) 오스트리아 아스페른 지구. 옛 군공항 부지를 ‘스마트 도시’로 개발 중인 이곳에 우뚝 선 황토색 건물이 눈에 띄었다. 친환경 건축물의 상징, ‘호호 비엔나(HoHo Vienna)’다. 84m 높이, 24층 규모의 이 건축물은 75% 이상의 건축 자재를 나무로 썼다. ‘세계에서 나무로 지은 높은 건물’ 가운데 세 손가락에 꼽히는 등 명성이 자자하다.
주택과 사무실‧호텔‧레스토랑 등이 입주해있는 호호 비엔나의 설계를 보면 안전하고, 환경에 대한 노력도 엿볼 수 있다. 나무판을 교차로 적층한 CLT(Cross-Laminated Timber)로 불리는 자재를 사용, 콘크리트를 최소화했다. 길이 4㎝인 전나무 가공품만 해도 4t의 무게를 지탱할 수 있을 정도로 탄탄하다.
콘크리트는 제작 과정에서도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지만, 호호 비엔나 건축 자재는 오스트리아 숲에서 단 1시간 17분이면 자라는 나무를 썼다.
건축사 측은 타 건축물과 비교해 약 2800t의 이산화탄소(CO2)를 절약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2000만대 승용차가 1㎞를 주행하거나, 자동차 1대가 1300년 동안 매일 40㎞를 주행했을 때 발생하는 양과 유사하다. 운영 과정에서도 목재 건축물은 CO2 배출을 억제하는 기능이 있고, 열전도율이 콘크리트보다 10배 낮아 장점이 다양하다.
호호 비엔나는 미국의 녹색건축위원회 인증제도(LEED)를 통과했고, 오스트리아 지속가능 건축 협의회의 평가에서는 1000점 만점에 924점을 받았다.
아스페른 지구는 2002년 프로젝트가 수립된 이후 혁신적인 친환경 방안을 도입해왔다.
▲ 유럽 최대 규모의 ‘도시개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오스트리아 아스페른(Aspern) 지구 일대에 들어선 스마트 친환경 건축물./김철빈기자 narodo@incheonilbo.com
자재 조달부터 남달랐다. 군공항 활주로를 철거해 나온 콘크리트를 현장에서 재활용했다. 해양 굴착에서 버려진 자재를 사용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약 28만대의 트럭 운송을 절약, 6000t 정도의 CO2를 줄였다.
일대에 빗물 관리 시스템도 추진하고 있다. 총 2만2000㎡ 면적에 계획됐으며, 빗물이 하수로 그냥 버려지지 않고 지하에 연결된 자갈 웅덩이로 흘러간다. 모인 빗물은 그늘 역할을 하는 수목종의 양분 등으로 쓰일 수 있다. 일명 ‘스펀지 도시’를 만들어 사막화를 예방하겠다는 게 아스페른 개발 목표 중 하나다.
지구의 절반 가까운 면적에 녹지 공간을 조성하고, 건물 외벽과 옥상에 식물을 심어두기도 했다. 열을 낮추기 위해서다. 주거단지 냉‧난방 에너지의 경우 쓰레기 소각열, 지열, 태양열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가구별 실시간 에너지 데이터를 확인하고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 기기와 앱도 보급이 됐다. 학교 시설인 교육 캠퍼스는 에너지를 ‘자급자족’하는 수준까지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별도로 빈 지방자치단체와 전문가들이 2013년 설립한 연구기관인 ASCR(Aspern Smart City Research)이 에너지 소비 효율을 높이기 위한 연구를 벌이고 있는데, 111가구가 프로그램에 참여한 상태다.
이동 수단 역시 친환경을 지향한다. 기본적으로 도시 내 80% 구역은 도보와 자전거, 대중교통을 이용해 다닐 수 있게 인프라가 구축됐다. 주민과 방문객이 빌릴 수 있는 공유 전기 자동차를 운영하면서, 73개 충전소를 마련했다. 전기자전거도 대여할 수 있다.
▲ 오스트리아 아스페른(Aspern) 지구에 옛 군공항을 기억하기 위한 기념물이 설치돼있다./김철빈기자 narodo@incheonilbo.com
※Tip=약자 배려‧여성 평등…아스페른의 ‘매력’
아스페른 지구의 매력은 친환경만이 아니다. 모두가 접근에 불이익이 없는 도시로 나아가고 있다. 대부분 도로와 공공시설이 낮은 경사로로 설계돼 휠체어 이동이 편하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모든 도로에 점자블록을 설치했고, 계단에도 전용 손잡이가 있다. 주택에 노약자가 사용할 비상경보 시스템도 있다. 현재 호수 위를 휠체어로 건널 수 있는 시설 등 아이디어가 연구되고 있다. 흥미롭게도 도시의 도로명은 여성 가수, 정치인, 운동가, 페미니스트 등 이름을 따 지었다. 보통 도시계획은 남성이 권력을 쥐고 결정하는데, 모든 사람이 동등하다는 걸 강조하고자 이 같은 결정을 했다. 주민 제안이나 공모를 통해 계획에 반영하기도 한다.
또 옛 군공항을 기억할 수 있도록 일부 토지를 남겨두고, 조형물을 세워뒀다. 각종 역사를 상세하게 설명하는 사이트도 운영하고 있다.
아스페른 지구에 도입된 스마트 시스템 등 공법 및 발생 효과는 철저히 기록돼 정부 장기정책에 참고된다고 한다. 일종의 ‘테스트베드’ 역할도 맡은 셈이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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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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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경기신공항 ‘혁신’ 참고서] 3-2. “옛 군공항 부지 아스페른, 혁신 프로젝트의 모델”
- 김현우 기자
- 승인 2024.06.18 18:53
- 수정 2024.06.19 13:01
▲ 오스트리아 아스페른(Aspern) 지구 개발 회사에서 도시 공학 분야로 일하고 있는 만난 마빈 미터발너 담당자가 인천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김철빈기자 narodo@incheonilbo.com
“군공항이 떠나 사용되지 않는 땅이었지만, 이제는 거주와 일, 교육, 문화가 함께하는 ‘살기 좋은 도시’가 되고 있다. 도심 인구 팽창과 에너지 자립 문제도 해결한다.”
지난 4월 19일(현지시각) 오후, 오스트리아 아스페른(Aspern) 지구 내 개발회사(Vienna 3420 aspern Development AG) 사무실에서 만난 마빈 미터발너 정보센터 담당자는 해당 도시에 대해 이처럼 자부했다.
도시계획 분야 전공자인 미터발너 담당자는 15년째 도시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그는 어린 시절 불과 약 2㎞ 떨어진 가까운 지역에서 살았다. 이제는 도시를 설계하고, 공간을 변화시키는 일원이다. 도시가 추구하고 있는 가치와 변천사를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직원으로, 사업 추진만 아니라 주요 기관이나 학계 등의 가이드 투어도 맡고 있다.
미터발너 담당자는 “과거에는 공항부지는 ‘특별관리 대상지’로 구분돼 개발 자체가 안 됐다. 이에 이 일대가 허허벌판이었으며, 운전연습장이나 행사장을 쓰이는 수준이었다”며 “지방자치단체, 정치권이 합의해 규제를 풀었고, 2009년 전철이 들어오는 등 획기적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 오스트리아 아스페른(Aspern) 지구 개발 회사 직원인 마빈 미터발너 담당자가 도시계획 조감도를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는 모습./김철빈기자 narodo@incheonilbo.com
그는 아스페른 지구 안에서 일하고, 거주하고,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직주락’ 기능을 완벽히 갖출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민들이 원하는 도시계획안도 의견 창구를 통해 반영한다.
미터발너 담당자는 “가장 중요한 것이 빈 도심을 비롯한 주변 도시와의 교통 연결이었다. 이는 성공적으로 완성이 됐으며, 주택과 학교와 같은 각종 시설이 체계적으로 배치되고 있다”며 “직장인, 젊은 부부, 학생, 노인까지 모든 대상이 근방까지 안전하고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는 구조다. 자동차가 없어도 된다”고 했다.
이어 “시민 개개인의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원하는 만큼의 삶의 질을 충족시켜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예를 들면 학생은 공부하고, 운동하고, 놀 수 있는 공간을 원할 테고 노인들은 휴식 공간을 필요로 한다. 장애인은 휠체어 이동이 중요하다”며 “이러한 욕구를 파악하는 별도 팀이 운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스페른 지구가 ‘에너지 자립’과 ‘지역 균형발전’의 모델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내비쳤다.
미터발너 담당자는 “지속가능한 에너지 도입을 하고 있다. 재생 에너지를 사용하는 건물, 타 도시보다 현저히 적은 자동차 사용량, 빗물 재활용 등이 효율적으로 자리 잡았다”며 “다양한 시도와 아이디어 논의는 계속되고, 도시계획도 시대에 맞춰 보완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인구가 밀집한 빈 도심 인구를 분산시키는 위성도시로서도 입지를 다질 것”이라며 “도시에서 진행된 실험이 성공 사례가 되면, 다른 도시에 적용할 수 있다. 제2의 빈이자, 제3의 최첨단 도시를 만들어가는 테스트 도시”라고 목소리 높였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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