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충원칼럼] 약자를 위한 주거대책- (서충원 강남대학교 부동산건설학부장, (사)한국도시부동산학회장)
기자명 서충원 입력 2023.01.01 17:50
약자(弱者)는 사회적으로 힘이나 세력이 약한 사람들로 장애인, 저소득층, 노인, 어린이, 탈북자 등을 말하는데 모두가 사회적 보호를 필요로 한다. 주거약자는 사회적 약자에서 파생된 말로, 자신의 힘으로는 최저 기준에도 못 미치는 주거조차 마련하기 어려운 계층을 일컫는 말이다.
‘장애인, 고령자 등 주거약자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만 65세 이상 고령자, 장애인, 국가유공자 중 상위 1~7급자는 주거약자에 해당되는데 이들은 정부로부터 임대주택을 제공받게 된다. 주거약자를 위한 임대주택은 수도권지역에서는 8%, 수도권 외 지역에서는 5%이상 건설하여 공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주거약자 외에도 주거취약계층이라는 말이 있다. 이 둘은 비슷한 의미인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뭇 다르다. 주거취약계층은 지옥고(반지하, 옥탑방, 고시원 등)에 거주하거나 쪽방, 비닐하우스, 여인숙 등 열악한 환경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주거취약계층은 자신에게 필요한 최소기준의 주택조차도 시장에서는 스스로 구입하기 어렵다. 주거복지확대라는 큰 틀에서 보수와 진보를 불문하고 어느 정권에서든 주거약자와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많은 정책과 예산이 있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아직도 주거복지를 담당하는 기관이 어디이고 그 역할이 무엇인지 분명하지도 않고 취약계층의 특성상 지자체의 역할과 기능이 당연하고 효과적임에도 불구하고 중앙정부의 역할 중심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요즘처럼 경제상황이 나빠지면 삼중고(고금리, 고환율, 고물가)로 인해 서민들의 삶은 더욱 고통 받기 마련이다. 때 맞춰 몰아닥친 폭설과 한파는 취약계층의 삶을 더욱 고통스럽게 한다. "춥고 배고프다"라는 속된 말에서 취약계층의 주거상황이 얼마나 절박하고 그것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만연해 있는 지를 엿볼 수 있다.
부동산가격이 천정부지로 뛰던 광란의 시기가 지나가고 민간 주택시장이 얼어붙은 지금이 어쩌면 취약계층을 위한 주거대책을 확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수도 있다. 현 정부가 공약한 공공임대 50만호는 차질 없이 공급되어야 하고 지금이 고삐를 당길 수 있는 적기라는 생각에 몇 가지 생각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우선은 지자체의 역할이 확대되어야 한다. 취약계층에 대한 정기적이고 심층적인 주거실태조사와 함께 공급과 운영관리까지도 책임지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중앙정부는 지자체에게 필요한 재원을 배분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하지만 다양한 유형의 주거지원과 가구지원을 책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지자체가 나서야 한다. 예산부족 타령이나 하고 중앙의 지원만 바라보는 지금의 상황에서 과감하게 탈피해서 지역실정에 부합하는 중장기 플랜을 마련하고 필요한 재원은 정부지원금, 지방채발행, 민간자금활용, 자체기금조성 등을 통해 뒷받침해야 한다.
둘째는 쉽게 인지하고 접근이 용이한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주거약자, 주거취약계층이라는 혼란스러운 용어부터 통합해서 정리하고 이들 계층이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고 접근할 수 있도록 통합된 기관을 두어야 하는데 한 가지 방안으로 지자체별 주민자치센터를 보강하여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는 주거약자 또는 주거취약계층의 특성을 파악하고 이를 고려한 맞춤형대책이 필요하다. 예컨대 고시원에 사는 사람과 쪽방에 사는 사람이 다르고, 비닐하우스에 거주하는 가구와 여인숙에 거주하는 가구의 특성이 다르며, 탈북자와 고령자, 그리고 장애인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이들 특성에 부합하는 수요자중심의 심층적인 지원책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끝으로 긴급재난구조에 버금가는 시급한 지원 대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재난 재해에 대비한 긴급주거시설 뿐만 아니라 파산, 질병, 사고 등에 따른 긴급보호, 특히 혹한기, 혹서기 등을 대비한 긴급한 주거대책도 필요하다. 긴급주거시설과 서비스는 지자체별로 특성이 다를 것이고 평상시와 긴급시를 연계해서 운영하는 효과적인 대책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서충원 강남대학교 부동산건설학부장, (사)한국도시부동산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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