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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영 광교칼럼] “근데 ‘힐링폴링’이 뭔 소리야?”- (김우영 논설위원 / 시인)

[김우영 광교칼럼] “근데 ‘힐링폴링’이 뭔 소리야?”- (김우영 논설위원 / 시인)

김우영 논설위원

승인 2022.09.27 08:11

김우영 논설위원 / 시인

‘수원화성 미디어아트쇼’가 열린 화홍문. (사진=김우영 필자)

드디어 수원의 대표적인 가을축제들이 시작됐다. 다음달 23일까지 수원화성 일원에서 4개 가을 축제가 잇따라 열리는 것이다.

첫 번째 축제는 23일 시작, 10월 23일까지 계속되는 ‘수원화성 미디어아트쇼’다.

지난 해 화서문에서 열렸던 이 공연은 워낙 인기를 끌었던 터라 시민과 관광객의 기대가 컸다. 나 역시 당시의 감동을 간직하고 있어서 첫날부터 관람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오늘이 진정한 가을인 추분인데 그냥 지나갈 수는 없지 않느냐’며 발길을 막는 술꾼들의 집요한 훼방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다음날 24일 공연 30분 전에 화홍문으로 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이미 수천 명의 관객이 구름처럼 몰려 있다. 하천이건 제방 위건 관람할 수 있는 곳은 발 디딜 틈조차 없다. 쌀쌀한 날씨였음에도 진땀이 날 정도였다.

간신히 화홍문 옆 동쪽 제방위에 자리 잡았으나 움직일 수 없어 사진만 조금 찍다가 포기하고 수원천을 따라 남수문까지 걸어 내려갔다.

수원천 화홍문, 남수문 구간(약 1.1km)에서는 건물 외벽에 LED 조명을 비춰 영상을 표현하는 기법인 ‘미디어파사드’, 관객이 멀리서 작품을 바라보는 것에 머물지 않고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쌍방향 개념의 미술 ‘인터랙티브 아트’, 작품 그 자체가 움직이거나 움직이는 부분을 넣은 예술작품 ‘키네틱 아트’, ‘레이저터널’ 등 특수조명을 활용한 작품을 볼 수 있었다. 수원천 내 계단, 벤치, 징검다리 등에서도 빛을 이용한 ‘라이팅 아트’가 펼쳐졌다.

볼거리가 참 풍성했다. 그런데 여기도 사람과 볼거리가 많아 남수문까지 가는데 시간이 적잖이 소요됐다.

남수문에서는 지난해 화서문과 서북공심돈에서 열렸던 작품 ‘정조의 문·무·예·법’을 다시 만날 수 있어 반가웠다.

특수조명을 활용한 미디어아트 작품이 펼쳐진 수원천을 걷는 시민과 관광객. (사진=김우영 필자)

10월 1일 행궁광장에서는 ‘수원화성, 의궤가 살아있다-수원화성 즐기다’를 주제로 ‘2022 세계유산축전 수원화성’이 열린다. 개막 공연은 ‘거장(巨匠)-거룩한 장인들’이라는데 3000여 명이 참여할 수 있는 대형 공연이라고 한다.

올해는 수원화성 축성을 함께한 장인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다채로운 문화 콘텐츠 프로그램을 10월 22일까지 보여준다니 기대가 크다.

내가 가장 오랫동안 사랑해온 축제는 10월 7일부터 9일까지 열리는 수원화성문화제다. 화성문화제는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대표 문화관광축제다. 3년 만에 대면 축제로 열리게 돼 더욱 기다려진다.

7일 저녁 연무대 국궁터에서 열리는 개막공연 ‘야조(夜操), 정조 새로운 세상을 꿈꾸다’는 무예24기를 기반으로 하는 공연이다. 나는 야조 1회 공연 때부터 참여했다. 어느 때는 대나무를 베어 넘기는 무사로, 언젠가는 횃불을 든 백성으로 출연하기도 했으니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또 지금은 없어졌지만 고등학교 2학년 때는 백일장에서 장원을 차지했고 고교 졸업 후에는 곧바로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추억도 있다.

정조대왕 능행차 역시 나와 인연이 많다. 특히 1996년 수원화성축성 200주년을 기념하는 능행차 때 (사)화성연구회 회원들과 조선시대 군사복장을 한 채 지지대고개에서 융릉까지 갔던 기억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4년 만에 열리는 올해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재현’은 수원시·서울시·경기도·화성시가 협력해 재현하는 ‘대한민국 최대 왕실 퍼레이드’다.

올해는 10월 8일부터 9일까지 이틀간 서울 창덕궁에서부터 수원 화성행궁을 지나 화성 융릉까지 약 59km 구간을 행차한다. 정조대왕과 관리, 군사 등 1700여 명과 말과 가마들이 동원돼 장관을 이룰 것이다.

‘2022 힐링폴링 수원화성’ 포스터

수원시는 이 4개 가을 축제를 묶어 ‘2022 힐링폴링 수원화성’이라고 이름 지었다.

그런데 ‘힐링폴링’이 무슨 뜻인가? 힐링은 치유(쉼)인데 폴링은 falling인가? ‘치유를 내려준다’는 말인가? ‘치유가 하늘에서 폴폴 떨어진다’는 뜻인가?

며칠 전 문학박사이자 시인인 ㅈ과 역사학자인 ㅇ, 여러 곳에 칼럼을 쓰는 ㄱ, 그리고 화성연구회 몇몇과 만난 자리에서도 ‘힐링폴링’ 뜻에 대한 해석이 분분했다. 모두들 배울 만큼 배운 사람들인데도 생각은 일치되지 않았다. 다만 “꼭 이렇게 어려운 말을 써야만 하는가”란 의견엔 모두가 동조했다.

내가 좋아하는 수필가이자 바른말을 연구하는 윤재열 작가도 비슷한 고민을 했는가보다.

얼마 전 쓴 글에서 “속앓이를 하는 사람도 많다. 자신이 배움이 짧아 ‘힐링폴링’의 뜻을 모르는 것에 부끄러워하고 있다. 나도 ‘힐링폴링’은 무슨 뜻일까. 무슨 의미로 썼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혼자서 이것을 고쳐 본다. 첫째는 ‘힐링폴링’ 외국어를 쓰지 않았으면 가장 좋다...(중략)...‘쉼에 들다/쉼에 빠지다’ 등이 어떤가. 더 나가서 ‘문화에 스며들다/문화와 만나다 등등. 좋은 표현이 많았을 듯. 이렇게 좋은 표현을 두고, 많은 사람을 문맹으로 만드는 축제 이름은 누가 지었을까. 그리고 모두 동의하고 손뼉을 쳤나.”

윤 작가의 마음이 곧 나의 마음과 같다.

내년부터는 ‘힐링폴링’ 대신 이해하기 쉽고 기억하기 좋은 우리말로 바꾸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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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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