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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영 광교칼럼] 수원천도 폭우에 무사하지 못했다- 김우영 논설위원

[김우영 광교칼럼] 수원천도 폭우에 무사하지 못했다- 김우영 논설위원

승인 2022.08.23 09:12

김우영 논설위원 / 시인

중부지방을 강타한 이번 폭우는 많은 인명·재산 피해를 남겼다. 재난을 당한 모두의 사연이 딱하고 가슴 아프지만 특히 지난 12일 집중호우로 서울 관악구 신림동 소재 반지하에서 참변을 당한 발달장애 가족 소식에 눈물이 나왔다.

물이 차올라 탈출을 못하고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그 시간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숨이 끊어지는 순간까지 극심한 공포에 떨어야 했을 것이다.

이후 서울시는 반지하 주택을 퇴출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지하, 반지하의 주거 목적 용도를 전면 불허하고 10-20년 유예기간을 주고 순차적으로 반지하주택을 없애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시 반지하에 거주하는 이들이 20만가구나 된다. 이는 강남구 전체 가구수와 비슷하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반지하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지만 그곳에 살고 있는 주거 취약계층을 흡수할 임대주택 공급 계획 등 구체적인 대책을 중점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밝힌다.

이재준 수원시장은 16일 열린 간부공직자 회의에서 “수원시 반지하 가구 수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침수 방지 대책을 수립하라”며 “장기적으로는 반지하에 거주하는 시민들이 매입임대주택, 공공주택 등으로 이주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원시의 대책에 기대를 걸어도 될까?

지난 8~11일 수원지역에 내린 비는 수도권기상청 측정 기준 373.9㎜나 됐다. 폭우로 인해 수원지역 193가구가 주택침수 피해를 봤다.

빗즐기는 정말 무서웠다. 번개와 천둥, 하늘이 뚫린 것처럼 많은 비가 쏟아져 잠을 못 이룰 정도였다. 잠시 비가 잦아든 틈을 이용해 살펴 본 수원천의 물줄기... 아마도 용이란 동물이 실제로 있었다고 하면 등룡(登龍)의 순간이 이렇지 않았을까.

그때 화홍문 수문엔 커다란 나무 구조물이 걸려 있었다.

화홍문 수문위에 걸쳐있는 나무 구조물. 10일 촬영. (사진=김우영 필자)

문득 1999년 이곳에서 열렸던 ‘수원화성국제연극제’(현 수원연극축제)가 생각났다. 당시에도 큰 비가 내렸다.

연극제 셋째날인 8월 3일, 수원천 화홍문 앞에 설치한 특설무대와 수원천 위에 만들어놓은 객석이 모두 떠내려갔다. 밤을 온통 지새우는 복구 작업 끝에 공연이 중단되지 않고 4일부터 그 자리에서 행사가 계속됐으나, 폭우는 그치지 않아 결국 6일 밤에는 특설무대를 철수해 팔달구 인계동 소재 수원야외음악당으로 행사장소를 옮겨야 했다.

당시 상황을 지켜보다가 급류에 뛰어들어 복구 작업을 함께 한 나는 수원 시정신문인 ‘늘푸른 수원’에 이런 기사를 썼다.

‘8월 3일 오후 10시5분경, 1시간 전부터 간간이 내려서 98 수원화성국제연극제 3일째 행사를 중간에 중단시킨 비는 급기야 폭우로 변해 흡사 양동이로 쏟아 붓는 것처럼 쏟아졌다. 수원천은 금방 흙탕물이 되어 급속히 불어났고, 10시30분경 "어, 어..." 하는 순간 하천 위에 설치한 객석을 휩쓸어 버렸다. 긴 나무 판넬을 냇가에 가로질러 설치한 객석은 물살에 떠내려가 화홍문 뒤에 만든 무대에 걸리기 시작했다.

순간 행사 관계자들의 얼굴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면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수원천으로 뛰어들었다. 너, 나가 없었다. 이 행사에 초청된 외국팀 가운데 폴란드, 중국, 일본의 공연자들과 관계자들도 몸을 아끼지 않고 물속에 뛰어들어 구조물들을 건져내기 시작했다. 자칫 구조물들이 수문을 모두 막아버리면 화홍문이 붕괴될 수도 있었던 위기 상황이었다. 말은 통하지 않았어도 가슴은 통했다. 오전 1시30분, 구조물들의 철거작업이 완료됐다. 각국의 예술인, 행사 관계자, 긴급 투입된 공무원 모두는 기쁨의 함성을 지르며 박수를 치고, 서로 뜨거운 악수를 나눴다’

이번 비로 수원천을 비롯해 서호천, 원천천, 황구지천도 크고 작은 피해를 입었다.

내가 즐겨 산책하는 수원천도 수마가 할퀴고 간 흔적이 남아 있다. 지난 19일 산책길에 본 수원천의 물줄기는 많이 평온을 되찾았다. 흙탕물은 그대로였지만 그 안엔 고난을 이겨내고 유유히 헤엄치는 오리들과 물고기들이 보였다.

그러나 지난 봄 산책하다가 오디를 따먹었던 뽕나무는 뿌리를 드러낸 채 누워있고 돌다리도 크게 훼손 됐다. 산책로 옆은 물에 휩쓸려 나가 또 하나의 하천 줄기처럼 보였다. 곳곳이 파헤쳐지고 떠내려갔다.

훼손된 돌다리. 10일 촬영. (사진=김우영 필자)

훼손된 산책로, 19일 촬영. (사진=김우영 필자)

복구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수원시 공무원들 고생 많겠다. 그러나 이왕 하는 것, 피해가 최소화 되도록 꼼꼼하게 손을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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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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