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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영 광교칼럼] 다시 열린 ‘수원 통닭거리 축제'- 김우영 논설위원 / 시인

[김우영 광교칼럼] 다시 열린 ‘수원 통닭거리 축제'- 김우영 논설위원 / 시인

김우영 논설위원

승인 2022.10.04 09:18

김우영 논설위원 / 시인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오른쪽 7번째)을 비롯한 지역내빈, 관계자들이 수원 통닭거리에서 열린 ‘2022 수원 통닭거리 축제, 통닭에 빠지다’ 개막식에서 상인들과 함께 ‘닭강정 비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수원시)

7년 만에 수원 통닭거리 축제가 다시 열렸다.

9월 30일부터 10월 2일까지 수원 통닭거리 일원에서 열린 ‘2022 수원 통닭거리 축제, 통닭에 빠지다’에는 많은 시민들이 몰렸다.

원래 주말에도 각 통닭집마다 길게 줄을 설 정도로 많은 손님들이 몰리곤 한다. 여기에 더해 인근 화홍문부터 남수문까지 미디어아트쇼가, 화성행궁 광장에서는 ‘2022 세계유산축전 수원화성’이 열리고 있어 더욱 많은 시민과 관광객들이 통닭거리를 찾아왔다.

30일 오후 5시 30분 남수교에 설치된 무대에서 열린 축하공연과 닭강정 비빔 퍼포먼스 등으로 시작된 축제 기간 동안 통닭거리 일대 교통은 통제됐고 다양한 이벤트와 공연에 관객들은 즐거워했다.

수원시립공연단과 가수 장민호, 펀치, 하율, 린, 수원지역 인디가수, 밴드, 통기타 가수 등이 축제의 열기를 더했다.

2015년에 열린 제1회 통닭거리축제가 생각난다. 당시 행사명은 ‘수원 가마솥 통닭거리축제’였으나 후에 현재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당시 한창 인기를 끌었던 인기가수 홍진영과 추억의 가수 변진섭 등이 행사장을 뜨겁게 달구었다. 빨대로 맥주 빨리 마시기에 도전해볼까 하다가, 주변의 만류로 그만뒀는데 포기하길 잘했다. 덩치가 제법 큰 젊은 친구가 흡사 소가 물을 마시듯 쭈욱 쭉 빨아 마시는 것을 보고는 입을 다물었다. 각 가게의 통닭을 맛보는 시식행사 만으로도 배는 불렀다.

당시 한 지역 언론은 이틀 동안 집계된 행사 방문객이 1만5000여 명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수원시 관계자는 수원 갈비에 이어 통닭이라는 수원의 새로운 브랜드가 탄생하는 계기가 마련된 것 같다며 흐뭇해했다.

그러나 이런 저런 사정으로 통닭거리축제는 중단됐다. 이듬해 나혜석거리에서 ‘치맥페스티벌’이란 것이 열렸으나 행궁동 통닭거리와는 거리가 멀었다.

가끔씩 그때 축제가 생각났었는데 이번에 부활했으니 안 가볼 수가 있나. 더구나 ㅇ, ㄷ, ㅎ 등 몇몇 단골 통닭집 사장님들과는 모르는 사이도 아닌데.

통닭거리의 추억을 더듬다 보니 지난 2018년 10월 2일 열린 수원시 남북교류협력위원회 정기회의에서 논의된 수원형 남북교류사업 활성화 방안이 생각난다. 당시 내 눈에 번쩍 띈 사업은 수원 통닭거리와 북한의 대동강 맥주를 연계한 ‘평화치맥축제’였다. 기발하다. 상상만 해도 즐거웠다. 당시는 남북 화해의 훈풍이 불고 있을 때였다.

수원 통닭거리 축제와 남북 평화치맥축제가 만나는 날은 언제일까. 그렇게만 된다면 수원통닭거리는 세계적인 명소가 될 것이다. (그날이 오기는 할까? 통일이 되면 제일 먼저 고향인 평안북도 선천 태화동 오리장 거리에 데려다 달라시던 아버지가 그 꿈을 못 이루고 가신지도 벌써 10년이 가까워오는데.)

통닭거리는 팔달문과 종로 사이 동쪽 골목과 수원천변에 포진한 통닭집들인데 ㅈ, ㅇ, ㄷ, ㄴ, ㅁ 통닭집 등은 늘 문전성시를 이루는 대표적인 집들이다. 이중 ㅁ통닭집은 70년대 초에, ㅈ통닭집은 80년대 초에 창업했다. 또 다른 ㅈ통닭집도 꽤 오래된 집이다. 이후 ㅇ통닭집과 ㄴ통닭집이 등장해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인근에 통닭집이 집중돼 ‘통닭 춘추전국시대’가 시작됐다.

통닭거리를 메운 인파. (사진=김우영 필자)

입소문과 인터넷을 통해 수원 통닭거리는 전국적으로 잘 알려졌고 또 다른 수원의 명소가 됐다. 최근에는 한류 ‘치맥’ 붐을 탄 외국 관광객들도 찾아오고 있다.

특히 지난 2019년 초 1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극한직업’에서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란 대사와 함께 등장한 ‘수원왕갈비통닭’ 효과로 수원통닭거리는 더욱 유명세를 탔다.

수원왕갈비통닭은 실제로 있다. 통닭거리에 있는 한 업소에서 몇 년 전 개발해 판매하다가 중지했지만 이 영화 흥행을 계기로 다시 빛을 보고 있다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통닭과 함께 생맥주를 마시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비슷해 보이는 통닭집들이지만 각 업소마다 맛의 비법이 있고 메뉴도 조금씩 다르다. 집집마다 서비스도 다양하다. 모래집을 튀겨 주는 집, 감자튀김이나 닭발을 내오는 집도 있다.

어느 집은 통째로 튀겨주는 ‘가마솥 식 통닭’이 맛있고, 다른 집은 반죽을 입혀 튀긴 닭이 소문났다. ‘양념통닭’이나 ‘파닭’, ‘마늘통닭’ 등 메뉴도 다양하다.

통닭거리가 형성된 것은 1970년대 이전부터다. 이 일대 수원천변 시장에 닭전이 많았기 때문이다.

나와 동갑내기인 수원출신 소설가 김남일은 ‘수원을 걷는 건, 화성을 걷는 것이다’란 책에서 “거기 어디쯤 천변에 산 닭을 잡아서 생닭으로 만들어 파는 집이 있었다. 어린 그에게 그 변신의 과정이 얼마나 끔찍했고 또 슬펐던지! 주인이 좁은 닭장에서 닭을 낚아챈다. 닭은 꼬꼬댁거릴 뿐 주인의 우악스러운 손아귀를 피하지 못한다....(중략)...그러면 밑에서 작업 중인 또 다른 어른이 뜨거운 물에 휘휘 저은 다음 곧바로 털을 뽑기 시작한다. 그것이 끝이다. 말하자면 천변 위아래가 생과 사의 갈림길이었던 것.”이라며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였다고 밝혔다.

물론 나도 그 집들이 기억난다. 그러나 지금은 살아 생닭을 잡아서 파는 집은 없다. 몇 년 전 실크로드 여행 중 중국 우르무치 새벽시장에서 살아 있는 닭의 목을 딴 뒤 털까지 뽑아 파는 장면을 본 것이 마지막이다.

그 때 함께 여행했던 친구들, 이번엔 붐비지 않는 날 골라서 통닭거리에서 만날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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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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