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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민선 8기 단체장 슬로건에 나타난 한 줄의 힘- 김훈동 시인·전 경기도적십자사회장.

[시론] 민선 8기 단체장 슬로건에 나타난 한 줄의 힘- 김훈동 시인·전 경기도적십자사회장.

김훈동

승인 2022.07.13 14:46

수정 2022.07.13 15:08

2022.07.14 19면

 

 

▲ 김훈동 시인·전 경기도적십자사회장.

민선 8기 단체장들이 돛을 올리고 발진(發進)했다. 도시마다 시민들에게 선언하듯 '슬로건(slogan)'을 새로이 바꿔 달았다. 일반적으로 단체장이 바뀌면 새로운 슬로건으로 옷을 갈아 입었다.

정책 홍보 이익이 교체 비용보다 크다는 판단에서일까. 슬로건은 단체장들이 펼쳐갈 시정을 간결한 말로 나타낸 표어다. 지역적 특성과 자연환경, 사람중심, 미래지향적 비전 등 정책 의지를 슬로건으로 등장시켰다. 대체로 시민, 경제, 행복, 희망, 복지, 풍요, 지역성 등을 상징하는 낱말로 함축성 있게 짜진다. 슬로건은 정책을 담는 한 줄의 힘이다. 도시마다 차별화 시키려고 하지만 슬로건이 비슷하면서도 다양하다. 슬로건을 바꾸지 않고 전임자가 만든 것을 그대로 사용하기도 한다. 공공시설 등에 광범위하게 게시되면서 교체 비용이 만만치 않기에 그렇다. 과천시가 그중 하나다.

슬로건은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유명도시 대부분이 도시의 특성이나 이미지를 쉽고 간명하게 전달하는 슬로건을 갖고 있다. 미국 뉴욕은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I Iove New York'이 바뀌지 않고 사용된다. 뉴욕시민은 물론 세계인에게 애용되고 있지 않은가. 일본 도쿄는 'Yes! Tokyo'다. 슬로건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시민들의 의견을 듣거나 전문가의 자문도 중요하지만 어찌 되었든 기왕에 만든 슬로건을 호떡 뒤집듯이 바꿔버리는 것은 전임자 지우기가 아니길 바란다.

경기도 김동연호(號)의 슬로건은 '변화의 중심, 기회의 경기'다. 섬세하고 꼼꼼한 생활밀착형 정책을 통해 더 나은 미래와 변화를 이끌겠다는 비전이 담겼다. 도민들에게 더 많고 고른 기회를 제공하고 소통과 협치를 바탕으로 혁신성장을 이뤄내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수원특례시 이재준호(號)의 슬로건은 '수원을 새롭게, 시민을 빛나게'다. 특례시라는 새로운 기반 위에 수원시의 도약을 이끌어내고 경기도 수부도시 수원의 명성에 걸맞게 시민들이 자부심을 갖고 사람이 빛나고 경제 활력이 넘치는 새로운 수원의 미래를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인천광역시 유정복호(號)는 '인천의 꿈, 대한민국의 미래'을 통해 시민이 행복한 인천을 내세우고 있다. 인천 10개 군·구 중 8곳이 슬로건을 교체했다. 현역 단체장이 재선한 두 곳을 제외하면 모든 곳이 바뀐 것이다. '대전은 바로 당신이다.' 대전광역시의 핵심가치가 시민임을 말하는 슬로건이다. 대구는 '파워풀 대구'다. 대한민국 근대화의 심장이라는 자긍심을 바탕으로 시민들의 열정에 강력한 리더십과 추진력을 더해 대한민국 3대 도시 영광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시민들이 무엇을 바라는지를 정확히 보여주는 슬로건일수록 좋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이 대선 당시 유행시켰던 슬로건이다. 위대한 미국을 어떻게 다시 만들 것인가는 아무에게도 기억되지 않았다. 짧은 슬로건이 당락(當落)을 결정할 정도로 중요하였다는 뜻이다.

4년 동안 사용된 슬로건을 잘 모르는 시민들도 많다. 얼마나 많은 단체장들이 슬로건을 제대로 구현할지도 궁금하다. 좋은 슬로건은 단순함, 진정성, 홍보, 능력, 현명함, 지속성, 특성, 행복감, 상호존중이 전략이다. 많은 조건 중에 '지속성'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전략이다. 앞으로는 오래두고 가까이 사귄 친구처럼 친근하면서도 오래동안 잊혀지지 않는 마음에 확 닿는 슬로건을 기대한다.

/김훈동 시인·전 경기도적십자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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