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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취임 첫 부동산 정책에 즉각 반응한 시장… “양도세 내린다니 매물 늘었어요”

尹 취임 첫 부동산 정책에 즉각 반응한 시장… “양도세 내린다니 매물 늘었어요”

연지연 기자

조은임 기자

입력 2022.05.10 15:16 | 수정 2022.05.10 15:30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를 한시 완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윤석열 정부의 첫 부동산 정책이 시행되자 다주택자들의 계산기 두드리는 속도가 빨라졌다. 이 기회에 핵심 주택이 아닌 집은 정리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되며 매물이 느는 모양새다. 예상 보다 세금 감면 폭이 컸던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 발표된 양도소득세 개편방안에 따르면 지금까진 다주택자가 최종 1주택자가 된 이후부터 양도세 비과세 요건(2년 거주)을 다시 채워야 했지만, 이와 같은 ‘보유 기간 리셋 규제’가 폐지됐다. 윤석열 정부는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 배제나 장기보유특별공제 적용(최대 30%)과 더불어 시행하며 다주택자에게 매도 유인책을 충분히 제공했다.

또 일시적 2주택자에 대한 비과세 요건도 완화됐다. 갈아타기를 시도하려는 이들의 눈치 싸움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시적 2주택자인 경우 기존 주택을 1년 안에 매도했어야 했지만, 매도시한을 종전처럼 2년으로 되돌려주기로 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차익을 실현하려는 사람이 늘면서 부동산 시장 매물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과정에서 집값이 하향세를 보이면서 1주택자의 갈아타기와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이 수월해질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도 나온다.

5월 10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뉴스1

◇ 양도세 줄여준다니 집 내놓기 시작한 다주택자들

1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양도세 중과 배제가 현실화하면서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들은 주로 서울의 ‘똘똘한 한 채’를 남기고 지방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매물을 내놓는 중이다. 아실에 따르면 10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물은 인수위가 양도세 중과 배제를 공식화한 지난 3월 31일 이후 전국의 17개 시도 가운데 12곳에서 증가했다.

광역시 중에선 광주(13.5%), 인천(11.6%)의 매물이 큰 폭으로 늘었다. 경기 일부 지역에서는 매물이 급증하는 분위기다. 경기도 남양주시 매물이 37.2%나 늘었고, 과천시(19.3%), 성남시 수정구(15.8%), 안양시 만안구(15.6%), 성남시 중원구(15.6%) 등에서도 매물이 많이 늘었다.

과천시의 Y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신축 아파트에 투자한 다주택자들을 중심으로 매도 의사가 있다는 연락이 오고 있다”면서 “보유·거주기간 리셋 규제가 폐지됐으니 다주택자라도 최대 30%의 세 혜택을 볼 수 있는 만큼 지금이 팔 때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아진 것”이라고 했다.

반면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는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초(0.05%), 강남(0.03%), 용산(0.04%) 등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서초, 강남은 7주, 용산은 6주 연속 상승이다. 재건축 아파트들이 가격 상승을 주도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압구정 신현대 12차 155㎡가 59억원, 같은달 14일에는 대치 미도 190㎡가 43억원 등에 신고가를 기록하며 팔렸다.

이는 세금이나 대출 규제 여파로 여전히 ‘똘똘한 한 채’ 선호현상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다주택자가 매도를 고려할 때 강남 집보다는 서울 외곽이나 수도권 등지부터 처분할 계획을 세우는 것이 보통”이라면서 “여전히 시장에선 ‘똘똘한 한 채’ 선호현상이 있는 터라 매수 대기자도 많기 때문에 신고가가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 1주택자 ‘갈아타기’ 눈치싸움도 치열

1주택자의 갈아타기 눈치싸움은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생애주기에 따라 집 크기를 좀 더 키우고 싶거나 서울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나 마포·용산·성동 등 선호 주거지역으로 옮겨가려는 1주택자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다주택자 매도물건간 경쟁이 붙어 매도호가가 떨어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다만 거주주택도 호가보다 낮게 팔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이 고민이다. 대출 규제가 완화됐다고 하더라도 이전과 큰 차이가 없는 상황에서는 내 집을 비싸게 팔고, 새로 사는 집을 싸게 사는 것이 더 절실하기 때문이다.

최근 부동산 신조어 중 하나인 ‘사팔(새 집을 사고 나서 거주주택을 파는 것) 대신 팔사(먼저 거주주택을 팔고, 새 집을 사는 것)’가 유효한 지에 대한 고민도 커졌다. 지난 5년간 집값이 급등할 때에는 먼저 집을 사고, 내 집을 나중에 파는 편이 유리했지만, 시장에서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거래절벽기가 오면서 내 집을 먼저 팔고 새 주택을 사는 분위기로 방향이 바뀌었다.

경기도 수원시의 황모(47)씨는 “비과세 혜택을 보려면 1년 내 거주주택을 매도해야 한다는 것이 족쇄처럼 느껴졌는데, 매도기간이 2년으로 늘어나고 세대원 전부가 전입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니 한결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면서 “이사하고 싶은 동네의 집값이 더 오를 것을 우려해서 먼저 집을 사고 나중에 집을 팔아도 되는 지 눈치를 보는 중”이라고 했다.

◇ 너도나도 똘똘한 한 채… “주택 양극화는 심화할 듯”

부동산 전문가들은 당장 다주택자의 매물 일부가 시장에 나오고 주택 갈아타기 현상이 이어지면서 주택 양극화 문제는 심화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주택자가 수도권 외곽 등 투자했던 주택을 매도하면 이 지역의 매도 호가는 낮아지고, 이들이 본 수익으로 강남 3구 등 ‘똘똘한 한 채’로 분류되는 주택에 재투자를 하게 되면 주택간 가격 차이만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지난 5년간 ‘똘똘한 한 채’ 현상이 심화되면서 주택 양극화 문제는 극심해졌다. 이날 KB국민은행 월간 주택시장동향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4월 전국 아파트 매매 5분위 배율은 10.1이었다. 2008년 12월 집계 이래 최고 기록이다. 5분위 배율은 아파트 가격 상위 20%(5분위)의 평균 가격을 하위 20%(1분위)의 평균 가격으로 나눈 값이다. 값이 클수록 고가 아파트와 저가 아파트 간 가격 격차가 심하다는 의미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규제가 사라져야 양극화 문제를 그나마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전까지는 임대 수익을 얻기 위해 집을 두 채 매수해 한 채는 본인이 살고, 한 채는 세를 주는 경우가 많았지만, 실제로 사는 주택이 아닌데 주택을 추가 매수하는 행위는 ‘투기행위’라는 인식에 따라 규제가 만들어지면서 환금성이 좋은 한 채에 집중하는 현상이 생겼다는 것이다.

서진형 경인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문재인 전 정부의 3불 정책, 이른바 매수억제·매도억제·보유억제 정책이 이런 결과를 낳은 측면이 있다”며 “1채로 몰리면서 매수자의 자산·소득 수준에 따라 신고가, 신저가가 동시에 나오는 양극화 시장이 형성되는 중이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