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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신도시, '용적률 500%' 재건축은 틀렸다

[시시비비]신도시, '용적률 500%' 재건축은 틀렸다

 

최종수정 2022.04.13 11:00 기사입력 2022.04.1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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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일산 등 수도권 1기 신도시 내 웬만한 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업종이 있다. ‘철물·전기·보수’ 등의 간판을 내건 업종이다. 웬만한 단지 내 상가마다 크고 작은 점포가 우후죽순 들어서 있지만 영업이 안돼 문을 닫는 곳은 거의 없다.

1992년 첫 입주가 이뤄져 올해로 지은 지 30년이 도래한 1기 신도시 아파트의 노후화는 오히려 그 이전에 지어진 단지보다 심각하다. 단기간에 대규모 주택 공급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바닷모래로 대표되는 자재 파동과 부실 시공 탓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노후 배관 파손으로 단수 사태를 겪는 단지가 속출하다 보니 신도시는 늘 ‘공사중’이다.

사정이 이렇기에 서울 강남권과 함께 새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기대감이 가장 큰 곳은 1기 신도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 당시 내건 ‘신도시 용적률 500% 재건축’ 공약이 집값에 불을 지피는 분위기다. 신도시 곳곳에 내걸린 환영 현수막이 이 같은 기대감을 방증한다. 한 정보사이트에 따르면 분당만 해도 최근 한 달 사이 이뤄진 아파트 실거래 가격이 직전 거래보다 적으면 수천만원에서 많으면 2억원 넘게 오른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그런데 500%라는 용적률이 과연 합리적인 것일까. 이 용적률의 근거가 무엇인지 구체적 설명은 지금까지 없었다. 다만 국토의 계획과 이용에 관한 법률이 규정한 준주거지역 용적률 상한이 500%라는 점에 비춰 웬만한 도심 수준의 고밀 개발을 허용하겠다는 취지 정도로 추론할 뿐이다.

신도시 아파트 용적률은 단지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200% 안팎이다. 단순 계산만으로도 밀도가 2배 이상 높아진다. 문제는 이 같은 고밀 개발을 과연 기존 신도시의 인프라가 감당해낼 수 있는가 여부다.

신도시 인프라는 이미 포화 상태다. 도시 자체보다는 주변 연접 개발의 영향이 크다. 분당의 경우 인접한 판교신도시는 물론 여수·도촌·고등·동천·죽전·수지·보정 등 이후 개발된 성남·용인시 일대 공공·민간택지지구에 둘러싸여 있다. 일산 역시 파주신도시를 비롯해 화정·행신·탄현·중산·향동·삼송 등 주변 택지지구를 일일이 열거하기에도 벅차다. 꾸준한 광역 교통망 확충에도 이들 지역에서 서울을 연결하는 출퇴근 교통량은 이미 한계치를 넘어선 지 오래다.

고밀 재건축을 공약으로 내건 고민은 십분 이해된다. 서울에 대규모 주택 공급을 위한 개발 가용지가 거의 바닥난 상황에서 시계 20㎞ 안팎에 위치한 1기 신도시 재건축을 통한 주택 공급은 매력적 선택지일 수 있다. 그렇더라도 고밀 개발 여부를 단순히 양적 공급의 확대 수단으로만 삼아서는 곤란하다. 도시계획이라는 큰 그림 아래 그려져야 한다는 의미다.

집값 안정을 위한 주택 공급 확대라는 공약에 반대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다만 당장의 주택 공급에 집착해 그나마 제대로 계획된 신도시의 기능마저 망가뜨리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된다.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을 통한 주택 공급은 어디까지나 결과론적인 부수 효과일 뿐이다. 기본적인 목표는 도시 기능의 회복이다.

마침 원희룡 새정부 초대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도 "잘못된 가격 신호를 줄 규제 완화나 공급은 청사진에 없다"고 밝혔다. 어차피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한방’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의미다. 신도시 재건축 역시 도시정비라는 본연의 목표에 부합하는지 따져봐야 할 사안이다.

정두환 경제금융부문 매니징에디터 dhjung6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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