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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프롭테크와 부동산 거래 '본질'

[기고]프롭테크와 부동산 거래 '본질'

발행일 : 2022-02-20 16:00 지면 : 2022-02-21 31면

<배우순 디스코 대표>

국민 순자산의 70%를 차지하고 우리나라 부자들이 1순위로 꼽는 투자 자산, 바로 부동산이다. 2015년부터 7년 이상 부동산 가격이 치솟으며 부동산 투자는 전 국민이 관심을 가지는 키워드가 됐다.

부동산 투자와 관련한 가장 큰 궁금증은 '앞으로도 부동산 가격이 더 상승할 수 있을지' 여부다. 수많은 전문가가 유튜브나 신문기사를 통해 부동산 가격의 상승이나 하락을 점치고 있다.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부동산 가격의 상승과 하락을 분석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롭테크 서비스도 등장했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의 상승과 하락은 전문가 지식이나 IT솔루션 분석 결과로 알기 어렵다.

부동산 가격은 부동산 거래의 결과이고, 부동산 거래에는 다양한 변수가 존재한다. 최근 실거래가 기반으로 아파트 시세가 1억~2억원 떨어졌다는 기사가 종종 보도된다. 그런데 해당 아파트는 1억~2억원 떨어져서 거래될 만한 상황이 있거나 그 정도 가치가 있는 경우가 대다수다. 다시 말해서 부동산 미래 가격을 실거래가를 통해 예측하기는 어렵다. GDP, 통화량, 이자율, 수요, 공급 등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변수와 매도자·매수자의 개별적인 상황 등 다양한 정보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부동산 가격 예측은 대중적 관심도는 높지만 부동산 플랫폼이 맹목적으로 추구할 지점은 아니다. 부동산 미래 가치를 이야기하는 것은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을 연결'하는 부동산 거래시장의 '본질'과 괴리가 있기 때문이다. 즉 투자만을 위한 부동산 플랫폼 서비스는 부동산 거래를 성사시키는데 한계가 있다. 부동산 투자와 관련된 분석이 때로는 부동산 거래를 어렵게 한다. 부동산 미래 가치가 높다는 분석을 믿게 되면 부동산을 팔고자 하는 사람의 매각 의사를 소멸시키게 한다. 반대로 부동산 미래 가치가 낮다는 분석을 믿게 되면 부동산을 사고자 하는 사람의 매수 의사를 사라지게 한다.

부동산 거래시장의 '본질'에 대해 한 걸음 더 들어가 보자. 부동산 거래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1억~2억원 정도 실거래 가격이 떨어졌다는 사실은 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가 아니다. 정작 중요한 문제는 '내가 그런 부동산을 구매할 수 있는지' 여부다. 이런 문제는 부동산을 파는 사람, 부동산 매물정보, 부동산을 사는 사람이 만나야 해결된다. 즉 부동산 거래시장 문제의 본질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정보의 연결이다. 부동산 플랫폼은 사람과 정보의 연결을 더 쉽고 빠르게 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부동산 거래시장 연결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부동산 정보 과잉이다. 우리나라는 부동산 유형과 사용 방식이 너무 다양하고, 수요자가 원하는 부동산 정보도 너무 많다. 부산 지역 아파트가 필요한 신혼부부에게 서울 강남의 값비싼 아파트 정보는 의미가 없고, 광주에서 원룸을 구하는 대학생에게 서울 명동의 비싼 빌딩 정보는 아무 의미가 없다. 부동산 플랫폼이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수요자가 원하는 정보를 전달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앞으로는 사용자에게 맞춤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이 대한민국 프롭테크 시장을 선도할 것이다.

부동산 거래시장 연결에서 또 다른 키워드는 '공인중개사'다. 우리나라 부동산 거래 중심에는 공인중개사가 있다. 많은 국민이 공인중개사의 중개서비스와 높은 수수료에 불만이 있지만 지역마다 여전히 수많은 공인중개사가 부동산 전문가로서 부동산 거래 현장에서 양질의 중개서비스를 제공한다. 부동산 거래에서 중추 역할을 하는 공인중개사를 배제하고 매도자, 매수자, 부동산 매물정보를 효과적으로 '연결'하기는 어렵다. 전국의 공인중개사 11만명을 품을 수 있는 부동산 플랫폼이 지속 가능한 부동산 거래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

부동산은 전 국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소중한 자산이다. 단순히 실거래가 제공이나 미래 가격 예측이 중요한 게 아니다.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을 쉽고 빠르게 연결하는, 거래 '본질'에 충실한 프롭테크 서비스가 등장해서 부동산 거래시장이 건전하고 투명하게 발전할 수 있길 바란다.

배우순 디스코 대표 leo@disc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