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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종필 한국산업기술원 지방자치연구소 교수 “군공항 문제 해결하려면 주민 집단지성에 맡겨야”

[인터뷰] 이종필 한국산업기술원 지방자치연구소 교수 “군공항 문제 해결하려면 주민 집단지성에 맡겨야”

김현우

승인 2022.01.23 18:45

수정 2022.01.23 18:45

2022.01.24 3면

 

2001년 탑동 이사 오며 관심

주민들 만나 피해 개선 논의

수원시의원 돼 실태조사 앞장

기피시설 갈등 해법 제시로

박사학위…최우수 논문 올라

“거버넌스, 해결 실마리 제공”

▲ 이종필 한국산업기술원 지방자치연구소 교수./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출처 : 인천일보(http://www.incheonilbo.com)

“지금 군공항은 언제 사고가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구조입니다. 해결 방법은 단 하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주민의 집단지성에 맡기도록 하는 것입니다.”

최근 공군 F5-E 전투기 추락 사고 이후 수원시·화성시에 '도심 속 군공항'을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조종사의 숭고한 희생이 있었지만, 다시 이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대책을 요구하는 주민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이종필 한국산업기술원 지방자치연구소 교수가 마음을 다시 굳게 먹는 이유다. 이 교수는 국내 유일한 '군공항 박사'로 불린다. 평범한 주민일 때부터 시작해 학자로, 정치인으로 살아가는 평생 군공항 문제에 뛰어다니고 대책을 연구한 그이다.

사실 지금의 군공항 이전 사업, 전투기 소음 보상을 비롯해 피해 지원과 관련한 각종 제도는 20여년 '답이 없는 현실'과 싸워온 이 교수의 시간이 공론화의 불씨를 지피면서 탄생할 수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을은 안정적인 일상을 보장받지 못했어요. 아기는 전투기가 지나가면 울고, 어린아이는 경기를 일으켜 119가 출동하는 걸 몇 번 봤죠. 참다못해 마을을 떠나는 사람들도 있었고요. 분명 잘못된 건데, 이상한 건데, 나라는 가만히 있었어요.”

이 교수가 군공항에 관심을 둔 계기는 2001년으로 거슬러 간다. 전투기 소음 피해가 가장 심한 탑동으로 이사 온 이 교수는 대낮에 주민들의 각종 신체적·재산적 피해를 목격했다. 그런데 이를 조사한 자료나 데이터는 하나도 없었다.

그는 이에 앞장서 주민들과 논의했고, 국가 소송 움직임을 주도했다. 수년 동안 안 만난 주민이 없을 정도다. 2006년 들어서는 주민들의 지지를 얻어 제8대 수원시의회 의원에 당선됐다. 당선 뒤 첫 행보는 역시 군공항이었다.

'수원비행장 이전추진 및 소음피해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이 교수는 임기 내 피해를 구체화하는 걸 우선 과제로 삼았다. 이에 서울대학교 부속 센터에 의뢰해 조사가 시작됐고, 피해 주민 숫자와 피해액수 등이 하나하나 밝혀졌다.

2009년 완성된 실태조사 자료는 군공항 피해 실태를 적시한 전국 최초의 근거였다. 그 시기 주민 3만여명이 국방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480억원의 보상판결도 받아냈다.

“저나 주민들이나 단순히 '돈 받자'고 한 게 아닙니다. 국가한테 피해를 인정받으려는 발버둥이었어요. 그래야 그나마 덜 억울하고, 대책이란 것도 근거가 있어야 구상할 수 있을 테니까요.”

전문기관이 작성한 자료를 들고 이 교수는 국방부, 환경부, 교육부, 지자체, 교육청 등 방방곡곡을 다녔다. '이런 피해를 받고 있다. 가만히 두지 말라'는 호소를 전하기 위해서다.

이때만 해도 군공항 피해는 국가안보와 얽혀 전혀 인정받지 못한 피해였다. 하지만 이 교수의 호소에 작은 변화가 있었다. 경기도가 군공항 이전을 검토했고, 수원시와 경기도교육청이 자체예산으로 학교 이중창 설치 등을 추진했다.

“전투기로 인한 권리 침해는 건강권·재산권·학습권으로 분류되는데, 특히 학습권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제대로 수업을 못 받는 경우가 잦아 심각했죠. 소음 영향권 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그렇지 않은 학교 학생보다 평균 약 30% 정도 떨어진 학습 환경에 있었는데 그 시름을 좀 덜어줄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노력으로 거둔 성과와 달리 이 교수는 칭찬 대신 고초를 겪어야 했다. 지방의원이 중앙에서도 건들지 않는 군사시설과 격렬하게 대립하는 특이한 행보 때문에 비아냥을 듣거나, 다음 선거 공천에서 배제되기도 했다.

“솔직히 좋은 말보다 안 좋은 말을 더 많이 들었어요. 보상 기준에 못 미쳐 탈락한 주민들이 정부가 아니라 저한테 와서 따지기도 했으니까요. 아무렴 어떻습니까. 조금씩 세상이 바뀌어 나가는 것에 만족합니다.”

이 교수는 그런 와중에 용기를 얻게 된 계기도 있다고 소개했다. 김진표 국회의원(수원무)과의 인연이다. 김 의원은 군공항 이전 특별법을 제정하는 등 현역 국회의원 중에서 해당 사안에 가장 분주히 활동한 정치인으로 꼽힌다.

“2011년 어느 날 김 의원님이 저에게 전국 군공항 피해지역 지역구 의원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해달라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김 의원님과 당적도 달랐고, 지방의원이 국회의원 강의라니요. 지혜를 모아 문제에 차근차근 접근하려는 깊은 뜻을 봤습니다.”

오는 2월 이 교수는 명지대학교 대학원 행정학 박사학위를 받는다. 그가 저술한 <주민기피시설 이전을 둘러싼 지역사회의 갈등과 거버넌스에 관한 연구 -수원 제10전투비행장 사례를 중심으로>는 독창성을 인정받아 최우수 논문에 선정된 상태다.

논문은 도시에 있는 군공항을 이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주민 갈등과 대립 의견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리고 유사하거나 동일한 조건의 사례 등을 근거로 주민 간 협력과 민주주의 결정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제언한다.

꼬박 10년 전, 이 교수가 연세대 행정대학원 석사 학위 때 썼던 논문도 결이 같다. 이 교수는 논문에서 말한 핵심처럼 협치라 불리는 거버넌스에 희망을 걸고, 앞으로도 전문가로서 역할을 다짐했다.

“군공항 이전 갈등이 채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국제공항 이슈까지 더해져 주민 찬·반 양극이 더욱 심해지는 모양입니다. 거버넌스가 해결 실마리를 제공할 것입니다. 신뢰 있는 안건과 정보를 두고 각 주민 그룹 간 토론할 수 있는 장을 활성화하고, 투표까지 붙이는 방법으로 가면 정부·지자체·정치권도 가볍게 정책을 다룰 수 있습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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