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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아파트 붕괴, 구조 탓인가

광주 아파트 붕괴, 구조 탓인가

중앙일보

입력 2022.01.14 00:18

한은화 기자

중앙일보 기자

한은화 건설부동산팀 기자

2013년 11월 날아가던 헬리콥터가 고층 아파트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일어난, 날벼락 같은 사고였다. 고층 아파트의 21층~27층까지 유리창이 깨지고 외벽이 일부 부서졌지만 아파트는 굳건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2004년 완공한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건설사는 이 아파트로 입지를 다졌다. 국내 최초로 지어진 ‘무량판 구조’의 초고층 아파트였다. 무량판 구조는 기둥식 구조의 일종인데 ‘기둥-보-슬라브’가 하중을 지지하는 구조에서 보가 빠졌다. 슬라브와 기둥이 바로 붙어 있다. 내부 벽체에서 바닥으로 소음이 전달되는 ‘벽식구조’보다 층간소음에 강한데, 보가 빠져서 층고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당시 업계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이 무량판 구조로 아파트를 지은 것에 놀랐다. 약 9년 전 이 구조로 지어졌던 삼풍백화점이 폭삭 무너진 탓이다. 장점에도 불구하고, 부정적인 인식이 많았다. 하지만 이 아파트는 국토교통부와 대한건축사협회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 주거부문 대상을 받았고, 헬기 충돌 사고에도 굳건함을 자랑해 ‘튼튼한 아파트’라는 평판까지 얻었다.

광주광역시 화정동에서 신축 중인 아파트 16개 층 외벽이 무너졌다. [뉴스1]

하지만 이 건설사가 똑같은 방식으로 지은 광주 화정동 아파트는 지난 11일 참담하게 무너졌다. 마치 27년 전 삼풍백화점 사고를 보는 듯했다. 붕괴 양상이 같아 무량판 구조가 원흉으로 지목되기도 했지만, 삼풍 사고 때도 그러했듯이 이번 사고 역시 총체적인 인재(人災)였다.

우수한 내구성과 저렴한 가격으로 근현대 건축의 새로운 장을 열었던 콘크리트는 사용법이 은근 까다롭다. 특히 온도에 민감하다. 영상 5도 이상의 기온에서 굳혀야 한다. 겨울 공사는 치명적이지만 멈출 수 없다. 그래서 추운 겨울철에는 ‘한중(寒中) 콘크리트 타설’ 방법을 쓴다. 콘크리트를 양생할 때 온도 유지를 위해 난방장치를 돌리고, 보양포를 덮어야 하며, 외기에 노출하지 말고…. 콘크리트 배합부터 양생할 때까지 지켜야 할 것이 참 많다. 그래야 설치한 철근과 콘크리트가 제대로 붙고 굳어 강도가 나온다.

하지만 현장에서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터질 게 터졌다는 목소리도 크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눈에 보이는 내외부 마감 공사와 조경이 중요해지다 보니, 시간에 쫓길 때 보이지 않는 골조공사의 경우 품질이 나빠도 ‘무조건 빼’라고도 한다”고 말했다. 이런 안전불감증이 모여 결국 모래성 허물어지듯 철근 콘크리트 건물 일부가 연쇄 붕괴하는, “거의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또다시 일어나고 말았다. 한 구조설계 전문가는 이번 사고를 ‘모피지부’(毛皮之附)라는 사자성어에 빗대어 설명했다. 가죽도 없는데 털만 붙이려다 또 탈이 났단다. 건설 환경 전반을 돌아봐야 할 때다.

한은화 건설부동산팀 기자

한은화

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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