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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특례시의 종합/-이재준(前= 부시장, 위원장, 지속가능도시재단 이사장

[이재준칼럼] 영통 소각장과 슈피텔라우 소각장 - (이재준 수원시지속가능도시재단 이사장)

[이재준칼럼] 영통 소각장과 슈피텔라우 소각장 - (이재준 수원시지속가능도시재단 이사장)

건강하고 안전하며 쾌적한 도시환경에 대한 욕구는 시민들의 당연한 욕구이다. 그러나 이러한 욕구는 간혹 주민과 지자체와의 갈등을 낳기도 한다. 자치와 분권이 강화될수록 점차 갈등의 빈도는 높아지기도 하고, 그 정도가 심화 되기도 한다. 만약 갈등이 장기화 되거나 문제해결에 한계를 보이는 경우 지자체의 권위는 실추되고 행정의 신뢰는 잃게 된다. 물론 행·재정적인 큰 손해를 초래하는 것은 당연하다. 현재 수원시에서 가장 큰 갈등 중의 하나는 하루 600톤 가량의 쓰레기 처리시설인 영통 소각장 문제를 들 수 있다. 해당 주민들은 당초 계획한 대로 소각장 폐쇄를 요구하고 있고, 수원시는 2038년까지 가동 기한 연장을 결정하고 리모델링을 추진하고자 하고 있어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주민들의 반대는 소각장 기한 연장을 결정하는 과정에 있어서 민주성과 합리성이 부족하다는 점과 다이옥신과 악취와 같은 건강의 위협과 재산상의 손실에 대한 두려움에서 출발하고 있다.

영통 소각장은 주민기피시설이다. 주민기피시설은 발전소, 정신병원, 교도소, 하수종말처리장 등과 같이 시민을 위해 필요한 공공시설이지만, 해당 지역에 입지함으로써 소음·악취 등 환경적 피해, 부동산 가치 하락 등이 우려되어 주민들이 기피하는 시설이다. 이를 둘러싼 사회적 현상이나 행태를 통상 님비(NIMBY; Not In My Back Yard) 현상이라 한다. 공공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행정의 입장에서는 입지를 기피하는 님비현상이 공익을 무시한 채 사익만을 추구하는 이기주의적 발상으로 보이지만,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재산권, 생존권 등 자신들의 기본권익을 확보하려는 정당한 요구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주민기피시설 설치 동향을 살펴보면 친환경적이고 에너지 공급과 주민복지 지원 등의 인센티브를 통해, 기피시설의 부정적 이미지를 벗고 긍정적으로 지역의 랜드마크로 활용하는 좋은 사례들이 늘고 있다. 독특한 환경디자인을 활용한 일본 오사카(大阪) 소각장을 비롯해, 지역시민의 휴식 공간으로 활용되는 구리시 소각장, 저탄소 녹색성장으로 에너지 공급과 시민 휴식공간으로 탈바꿈시킨 남해군의 환경기초시설 등의 다양한 사례들이 있다. 그러나 소각장 시설로서 주민과의 갈등을 가장 잘 극복한 세계적인 사례는 오스트리아 빈(Vienna)의 슈피텔라우(Spittelau) 소각장이다.

슈피텔라우 소각장은 혐오시설이었던 쓰레기 소각장을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방안으로 오스트리아 빈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로 만든 사례이다. 1971년 만들어졌던 슈피텔라우 소각장은 1987년 대형 화재 사고로 재건축할 것인지 이전할 것인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가운데 주민들은 혐오시설인 소각장의 이전을 요구했었다. 시 외곽으로 이전할 경우 소각장의 신축 비용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물류비용으로 재건축이 현실적인 대안이었다. 당시 빈의 시장 ‘헬무트 질크’는 주민들이 우려하는 다이옥신과 악취가 발생하지 않도록 소각장에 최첨단 기술을 도입하고, 시민들이 오염물질 수치를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전광판을 설치를 약속했다. 특히 쓰레기 소각으로 생산되는 모든 에너지를 무상으로 주민들에게 공급할 것과 소각장을 예술작품으로 재건축하겠다고 시민들을 설득하였다. 이에 따라 슈피텔라우 소각장은 1992년 훈데르트바서(Hundertwasser)에 의해 새롭게 재건축되었다. 연간 25만 톤의 쓰레기를 소각하면서 생산한 전기로 6만여 가구에 난방을 제공하는 슈피텔라우 소각장의 굴뚝은 분진과 유해 가스를 걸러내는 최첨단 정화 장치의 황금색 돔이 설치되었고 외관은 모두 재활용품으로 제작되었다. 이와 같이 친환경적이면서도 창조적인 예술품으로 재건축된 슈피텔라우 소각장은 현재 슈테판성당과 더불어 빈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지방자치와 분권 시대에 주민과의 갈등은 반대를 위한 반대만 아니라면 충분히 주민들과 합의를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주민기피 시설로서 이전 대안이 있다면 이전을 해야 하지만, 이전 대안이 없다면 슈피텔라우 소각장과 같이 혁신적인 재창조 방안을 찾는 것이 현실적이다. 소수가 아닌 지역 전체에 대한 이익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결정되어야 하지만, 첨단기술을 활용해 친환경적이면서도 창조적으로 조성해 현실적인 주민들의 두려움을 극복해 주어야 한다.

이재준 수원시지속가능도시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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