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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거나 다르거나] 부동산 정책과 유연성 / 금태섭

[같거나 다르거나] 부동산 정책과 유연성 / 금태섭

등록 :2020-11-04 16:02수정 :2020-11-05 02:36

초미의 국민적 관심사인 부동산 세금에 대해 여쭙고 싶습니다. 과연 세금으로 부동산을 잡을 수 있을까요? 그것이 자가든, 전세든, 월세든 말입니다. 항간에 이 정부는 부동산을 잡고 싶은 게 아니고 세금을 더 걷고 싶을 뿐이라는 아우성은 또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김용태

금태섭 | 정치인

부동산 정책은 국민적 관심사입니다. ‘내 집 마련’은 평범한 국민들의 꿈이고 대한민국에서 성공의 척도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아파트 시세가 사람들을 절망에 빠뜨리고 있는데 정부의 정책은 진짜 중요한 포인트를 놓치는 것 같아서 답답한 마음이 들 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삼호어묵’이라는 아이디를 쓰시는 분이 올린 글은 저도 열심히 읽었습니다. 피부에 와닿는 설명에 저절로 무릎을 치다가도 어쩌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이 정도로 신뢰를 잃었는지 씁쓸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물론 정부가 집값 잡는 데는 관심이 없고 세금을 더 걷고 싶은 것일 뿐이라는 말은 사실과 다릅니다.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면서 그렇게 말씀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그분들도 부작용만 낳고 정작 효과는 없는 대책들을 풍자하고 비꼬는 것이지 애초부터 정부가 다른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의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정부의 ‘진정성’을 인정한다고 해서 그간의 미숙한 대책이 용인될 수는 없습니다.

짧은 글에서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등 구체적 처방을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우리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서 보이는 큰 문제점을 좀 짚어보겠습니다. 저는 집값을 잡겠다고 정부가 내놓는 대책이 실패를 거듭하는 근본 원인은 정책의 목표를 잘못 잡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헌법은 “국가는 주택개발정책 등을 통하여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국민들의 주거안정이 최고의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주택과 관련해서 사회경제적 여건에 따라 사람들을 분류해보면 다음과 같이 나눌 수 있습니다. ①열심히 일해서 자기 집을 갖고 싶어 하고 능력도 있는 분들 ②현재 집을 가지고 있지만 좀 더 넓고 편한 집으로 옮기고 싶은 분들 ③여러 가지 이유로 집을 살 형편이나 능력이 안 되는 분들. 정부는 ① ②와 같은 분들이 가지고 있는 희망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정하고 지원해야 합니다. ③과 같은 처지에 있는 분들에게는 인간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주거환경을 보장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정책을 보면 정부의 목표가 주거의 안정보다 ‘투기세력’을 응징하는 데 주안점을 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때가 많습니다. 집을 투기 수단으로 삼는 사람은 제재를 받아 마땅하지만 그것이 제1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투기를 막겠다며 대출을 지나치게 규제해서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어렵게 만든 것은 주거안정이라는 정작 중요한 목표를 놓친 대표적인 예입니다. 현금 부자들만 집을 사서 대박이 나는 부작용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좀 더 걱정되는 것은 부동산 대책뿐만 아니라 이번 정부의 여러 정책 설계에서 보이는 집착과 경직된 모습입니다. 시행착오나 잘못을 인정하는 데 인색합니다.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려고 주택임대업을 장려하다가 갭투자 부작용이 일어나자 임대업자를 공격합니다. 정책의 잘못을 남 탓으로 돌리면 저항이 일어납니다. 실수를 인정하고 이해를 구한 다음에 고쳐나가야 합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이후에 전세 대란의 조짐이 보이는데도 현실을 외면하면서 정책 수정을 시도하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 태도입니다. 정책은 객관적이어야 하고 무엇보다 국민의 입장을 우선해야 합니다. 정부가 비판을 두려워하고 칭찬에만 급급해서 고집을 부리면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옵니다. 결국 부동산 정책도 유연성이 결여된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정부가 이런 점을 좀 더 고민해봤으면 합니다.

유연성에 대해서 얘기하다 보니 김 전 의원님께 부탁드릴 일이 하나 생각납니다. 범죄심리학자인 이수정 교수가 국민의힘에 가서 일하고 계십니다. 성폭력대책특별위원회에 참여해서 1호 법안으로 ‘스토킹 범죄 처벌법’을 만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교수는 범죄예방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과 폭넓은 경험을 가진 분입니다. 소년범에 대한 무조건적인 엄벌주의에 반대하는 등 인권 문제를 세심하게 살피면서도 강력범에 대한 전자발찌 제도에는 찬성하는 등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민주당과도 일을 많이 했습니다. 사실 이런 분이 보수정당에 가서 일하면 진보적 가치를 추구한다는 민주당에서는 응원과 지지가 나와야 되는데 진영 논리로 유연성을 잃고 경직되다 보니 오히려 질타와 비난이 쏟아집니다. 이 교수는 “내 평생 올해만큼 악플을 많이 받은 적이 없다”고 한탄을 합니다. 저는 합리적인 분들이 보수나 진보를 넘나들면서 일할 때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견해를 지닌 사람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이수정 교수가 국민의힘 안에서 훌륭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보호하고 응원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 바로가기 : <같거나 다르거나> 연재 http://www.hani.co.kr/arti/SERIES/1430/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68528.html#csidxff4b9c59a9a07a683de98fe1fda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