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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 44cm, 세로 60cm"···가방에 갇혀 숨진 9살 소년에 서지현 검사도 울었다

"가로 44cm, 세로 60cm"···가방에 갇혀 숨진 9살 소년에 서지현 검사도 울었다

함철민 기자chulmin@insight.co.kr

입력 : 2020.06.05 19:34

뉴스1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9살짜리 어린아이가 가방 속에서 끝내 짧은 삶을 마쳤다. 그 아이가 갇혀 있던 가방은 가로 44cm, 세로 60cm의 작은 여행용 가방이었다.

이 소식을 접하고 나서 냉철하고 강단 있는 모습의 서지현 검사도 '미안하다'며 고개를 떨궜다.

지난 4일 서지현 수원지검 성남지청 부부장검사는 A군의 죽음과 관련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른들의 잘못"이라며 자책했다.

서 검사는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평균 키와 몸무게를 나타낸 표를 함께 실었다.

그러면서 "가로 44㎝ 세로 60㎝... A4 3장 남짓, 아이가 마지막 숨을 내쉬던 공간의 크기. 초등 2학년 평균 신장 125cm 몸무게 25kg"이라고 적었다.

서지현 검사 / 뉴스1

서지현 검사 페이스북 캡쳐

이어 "고개도 못 들었겠구나, 숨도 쉬기 어려웠겠구나, 발목은 접히고 무릎도 못 폈겠구나"며 애통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서 검사는 "펴지 못하는 팔은 마지막으로 아이를 안아줬을까 생각하지 않으려 고개를 저어댈수록 자꾸만 선명히 그려지는 아이의 마지막 모습"이라며 한탄했다.

임은정 부장검사도 십수 년 전 일을 회상하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제가 담당했던 상해치사 사건에서 (가해자에게) 징역 5년이 선고됐다. 어린아이의 목숨값이 겨우 징역 5년이구나 싶어 치가 떨리다가 못난 자신을 자책했다"고 전했다.

또한 "황망한 죽음을 또 접하고 마음이 너무 아파 하늘나라에 이미 간 아이들과 여행 가방에 갇혀 죽어간 아이를 생각하며 못난 어른으로서의 책임을 곱씹는다"고 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YouTube 'SBS 뉴스'

앞서 지난 1일 오후 7시께 의붓어머니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발견 당시 소년은 여행용 가방 안에 갇혀 있었다. 의붓어머니는 "아이가 거짓말을 해 여행 가방에 감금했다"고 주장했다.

의붓어머니는 처음 가둔 여행 가방 안에서 소년이 소변을 보자 더 작은 가방으로 옮겨 가뒀다. 심지어 가방에 가둔 채 3시간가량 외출을 다녀오기도 했다.

소년은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지난 3일 결국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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