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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反시장적 부동산 규제 되돌려야

[데스크 칼럼] 反시장적 부동산 규제 되돌려야

입력2020.04.15 18:04 수정2020.04.16 01:10 지면A34

서욱진 건설부동산2부장

중국 삼국시대의 군웅 원소는 조조군에게 군량과 마초를 빼앗기자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을 내린다. 당시 원소의 최고 모사(謀士)인 심배를 후방에 군량을 관리하라고 보낸 것이다. 이문열 《삼국지》는 “한 번 불에 덴 아이가 불을 무서워하듯 원소는 군량을 지키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긴 모양”이라고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군량이 물론 중요하지만, 전체 전쟁의 전략을 짜야 할 이에게 맡길 정도는 아니었다. 한마디로 원소의 대응은 과했다는 얘기다. 이후 심배가 곁에 없는 원소는 중요한 첩보를 무시하는 큰 실수를 저지르고, 관도대전에서 조조에게 대패해 몰락한다.

지금의 부동산 규제들도 ‘과잉’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현 정부의 전신인 노무현 정부 시절 ‘8·31대책’ 등 강력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많이 올랐다. 강남·서초·송파·양천·분당·평촌·용인 등 ‘버블세븐’이라는 말이 나온 게 이때다.

과잉 대책으로 집값 잡았지만

당시 정부는 시행착오를 인정했다. 1970년대 말 중동특수나 1980년대 말 3저(저유가·저금리·저원화가치) 때처럼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저금리 기조와 대출 규제 부재로 노무현 정부 때도 유동성이 넘쳐났다.

이번 정부 들어서도 집값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의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급등세를 보였다. 과거의 아픈 기억 때문인지 현 정부도 총 18번의 부동산 대책을 쏟아내며 집값 잡기에 올인했다. 다행히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주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02% 내렸다. 지난해 7월 이후 39주 만의 하락 전환이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다.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다.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코로나19 확산은 정점을 지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경기 침체 우려는 계속 커지고 있다.

‘복소지란(復巢之卵)’이라고 둥지가 무너지는데 알이 성할 수가 없다. 강남 불패도 나라 경제가 온전할 때 이야기다. 3.3㎡당(공급면적 기준) 1억원 시대를 연 서울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는 고점 대비 7억원가량 내린 가격에 최근 거래됐다. 집값 하락세가 강남에서 강북은 물론 부산 대구 광주 울산 등 지방으로까지 빠르게 번지고 있다. 지금은 집값을 잡는 게 아니라 폭락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로 시장 붕괴 우려 커져

집값이 단기 급락하면 무너지는 가계 경제가 적지 않을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은행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653조6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45조6000억원 증가했다. 3년 만의 최대 증가폭이다. 지금은 주택 경기가 어느 정도 버텨줘야 하는 비상 상황이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집값을 잡기 위해 사용한 규제가 너무 강력하다.

민간 분양가를 인위적으로 통제하는 분양가 상한제와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담보가치를 ‘제로’라고 정한 대출 규제는 ‘반시장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공시가격을 크게 올려 주택 보유세가 급증하게 된 것도 코로나지원금까지 나눠줘야 하는 현실과 맞지 않는다.

과하게 두들겨 맞아 그로기 상태가 된 주택 시장은 이제 코로나19로 아예 뻗어버릴지도 모르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시장 기능을 거스르지 않는 정도의 규제였다면 미세 조정으로 대응이 가능했으리라. 하지만 지금의 정책은 완전히 빼내지 않으면 효과가 없는 단검과 같은 것이다.

집값 상승을 적폐로 규정하면서 쏟아낸 규제들을 되돌리는 건 물론 쉽지 않은 결정일 것이다. 하지만 총선 후 냉철하고 빠른 결정을 내려야 더 큰 경제 참사를 막을 수 있다.

ventu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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