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지역_서울 경기 및 지방의 종합/*경기도교육청(임태희교육감).수원특례시교육

[신년인터뷰]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임기 내 획일적인 교실 아닌 다양한 미래학교 만들고 싶어"

[신년인터뷰]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임기 내 획일적인 교실 아닌 다양한 미래학교 만들고 싶어"

  • 변근아·김형욱
  • 기사입력 2020.01.06 22:20

급격하게 변화하는 사회 속 미래교육의 중요성이 날로 대두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도 이에 발맞춰 2030년을 목표로 올 한 해 동안 미래교육은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미래 학교 공간은 어떻게 만들어질 것인지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2020년. 또 다른 10년을 위한 출발선이 되는 이 자리에서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앞으로 우리 교육을 발전시키기 위한 고교·대입개편, 교원 역량개발 방향성을 제시했다. 궁극적으로는 수능 폐지를 위한 정부의 선언까지 필요하다는 속마음을 내비친 이 교육감이 바라보는 미래교육은 어떤 것인지 그 얘기를 들어봤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올 한해 잘한 일과 미흡했던 일을 각각 꼽는다면 무엇인가.
"우선 잘한 일이라 생각하는 것은 학생들이 스포츠에 더 많은 관심을 두도록 추진한 G-스포츠클럽 확대를 꼽고 싶다. G-스포츠클럽은 교육청과 경기도 시·군 체육회 등이 함께 운영하는 공공 스포츠클럽이다. 교육청은 2018년부터 ‘G-스포츠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올해 대한체육회와 협력해 생활 스포츠뿐만 아니라 엘리트 체육도 발전하도록 했다. 나아가 한국여자농구연맹과 업무협약을 맺고 초등 스포츠클럽 50개 팀을 만드는 큰 성과를 냈다. 이제 서울과 인천도 우리와 함께 G-스포츠클럽을 확대해가는 것을 협의 중이다. 미흡한 점이라면 유치원 문제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교육부의 공립 유치원 확대 방안에 따라 사립유치원을 매입해 공립으로 전환하는 ‘매입형 유치원’을 추진했는데, 유치원 측과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지 못했던 것 같다. 이 때문에 매입형 유치원으로 선정된 곳 중 한 곳이 취소됐다. 물론 계획했던 유치원 중 1곳을 제외하고 다 성공적으로 진행됐으나, 한 곳이라도 잘못된 곳이 있기에 우리가 미흡했던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립유치원을 매입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과정이었다. 가령 유치원 매입을 하기 위해서는 해당 유치원이 폐원해야 하는 데, 이걸 사전에 구성원들에게 알리고 폐원 동의를 구하는 것이 가능한지 등의 원론적인 문제가 나돈 것이다. 앞으로 유치원 문제에 대해 전반적인 자료를 갖고 근본적으로 검토해나갈 것이다."

-교육부가 최근 대입 공정성을 위해 정시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저는 수능 폐지론자지만 그렇다고 교육부의 정책이 잘못 가고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단지 속도가 다를 뿐이고 기본 방향은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교육부도 고교교육혁신추진단을 운영 중이고, 저 역시 여기에 들어가 의견을 내고 있다. 대입제도 개편 문제에서 중요한 것은 정시와 수시 비율이 아니다. 어떻게 고교 수업을 정상화할 것인지, 교육과정을 어떻게 운영해갈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이 결과를 가지고 대입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궁극적인 개편. 어떻게 이뤄져야 한다고 보는가.
"앞서 말했듯 수능은 없어져야 한다. 허나 수능을 없애더라도 별안간 확 없앨 수는 없지 않는가. 상당한 예고기간이 필요하다. 자사고와 특목고도 5년 뒤 일반고로 전환하기로 한 것처럼 장기적인 접근을 해야한다. 다만, 이것이 2030년 안에는 진행이 되어야 할 것이다. 미래교육을 위한 교육개혁의 시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앞으로 5년 내 구체적인 안이 설정되고 실현되지 않으면 기회를 놓치는 거다. 제 생각으로는 문재인 정부 내에서 ‘수능 폐지’와 같은 선언이 나와야 준비할 수 있다고 본다. 다음 정부까지 기다리면 5~6년이 금방 지나간다. 2030년이라는 목표 시점을 두고 10년간 잘 관리해야 한다. 또 학생들의 미래 삶과 진로를 생각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고교 교육이 개편될 필요가 있다. 미래사회는 똑같은 과목을 똑같이 공부해 우수한 성적을 받았다고 해서 개척해 나갈 수 없다. 학생들이 자기 적성과 진로에 맞는 과목들을 선택해 각자만의 역량을 개발해야 한다. 이 때문에 우리는 학점제 시범운영도 하고 있고 부천시에 교과 중점학교도 만들어 운영하며 다양한 정책을 시행 중이다. 이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 꼭 성공해야 하는 필연적이고 필수적인 과제다."

-미래교육의 중요성을 계속 강조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 어떤 정책을 준비 중인가.
"항상 미래교육에서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이 학년과 학급 구분이 없는 학교, 학생 중심으로 선택의 폭이 넓게 이뤄지는 교육과정, 또 학교와 지역에 따라 교육과정 자율성이 주어지는 환경이다. 이와 함께 교원 임용부터 승진까지 새로운 시대를 맞는 교원 역량과 자격에 대해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해 전반적인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앞으로 학생들에게 정보화 교육을 한다면 단순히 코딩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프라는 어떻게 구축할 것이며, 교육은 누가 할 것인지, 또 이것을 다른 어떤 과목들과 접목해 운영할 것인지 이 모든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우선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도교육청은 구글 본사와 IT 전문가 양성 과정을 협의 중이다. 현재 100명씩 3차례 교사 총 300명을 교육한다는 원칙을 합의한 상태며, 인공지능과 IT분야를 어떻게 교과 운영에 접목할지 등을 집중 교육받을 예정이다. 그리고 이렇게 훈련된 교사들을 학교에 한 명씩 배정해 정보화 교육의 중심이 되도록 할 방침이다."

 

-기초학력 평가와 관련해 경기도만의 방식을 만든다고 했는데.
"아직 연구 중이다. 다만 확실한 원칙은 모든 학생을 일괄적으로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으며, 학생 개개인의 적성과 진로를 확인해주고 이를 격려해줄 수 있는 평가가 돼야 한다는 점이다. 시험을 보더라도 국·영·수만으로 보지는 않을 거다. 물론 초, 중, 고 각 학년에 맞는 최소한의 기준점은 있어야 한다고 본다. 예를 들어 영어 어휘 능력이라면 500개 정도는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정도의 기준점. 미국에서도 영어단어 500개만 알면 생활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고 하니 이런 최소한도의 기준을 두고 이를 통과하지 못한 학생들에 대해서는 그동안 도교육청이 해온 것처럼 대학생 멘토를 통해 학습을 도와주거나, 별도 클래스를 만들어 지원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임기 안에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일단 시작이라도 해보고 싶은 것은 학교를 새로 짓는 일이다. 기존 학교를 단순히 리모델링하는 게 아니라 아예 부수고 새로 짓자는 것이다. 획일적인 교실이 아닌 다양한 모양의 공간, 캠퍼스 없는 학교 등 미래학교의 형태를 만들어보는 것이다. 또 담임제도를 대체할 수 있는 지도교사제도를 도입해보고 싶다. 같은 교사가 지도교사로 학생이 졸업 때까지 상담도 해주고 동행하며 동반자의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학교폭력 문제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지막으로는 교육공무원에게 주는 성과금 폐지를 이뤄내고 싶다. 교사를 S, A, B로 등급을 매기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 성과 평가 기준도 모호하고 교육적으로 좋은 효과를 내지 못한다. 교육계에서만큼은 이 제도가 단호하게 폐지됐으면 좋겠다."

변근아·김형욱기자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