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부동산 실수요자 - 건설경제 박노일 부동산부장
기사입력 2017-08-08 05
박노일 부동산부장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 부동산 대책이 잇따라 제시됐다. 6ㆍ19 대책에 이어 8ㆍ2 대책까지 나왔다. 가계부채, 주택 공급과잉, 나아가 투기세력에 대한 처방전이다. 다양한 세제, 금융 규제 방안도 포함됐다. 이달 중 가계부채 종합대책도 발표될 예정이다. 여기에 분양가 상한제, 부동산 보유세 강화 등도 언제든 꺼낼 수 있는 카드로 꼽힌다. 게다가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부동산 시장의 복병이다.
특히 정부는 동원 가능한 수단을 모두 써서라도 부동산 투기를 막겠다는 복안이다. 전세를 끼고 주택을 구입, 추후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기세력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 셈이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2가구 이상을 사는 것은 주택 공급량과 관계없이 실수요자의 내집 마련을 어렵게 하고, 시장을 왜곡시키는 요인이라는 판단으로도 해석된다. 재건축 분양권 전매제한이나 다주택 보유자 양도세 중과, 주택 관련 대출 축소 등도 이 같은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도시재생 사업 활성화와 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통해 주거복지와 주거의 질을 향상시키면서 투기수요를 억제해 집값을 잡겠다는 목적과도 같다.
그러나 시장은 불안감에 휩싸였다. 투기수요자뿐 아니라 실수요자도 걱정이 태산이다. 실제 정부가 다주택자의 집을 내년 4월까지 팔도록 종용하는 것이 결국 매수자로서는 ‘더 싸게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신호로 해석할 만하다. 매매를 서두를 이유가 없어진 셈이다. 전반적인 거래의 위축이 가시화하면서 실수요자마저 잡아버릴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시장은 급랭의 길로 들어선다. 이후 미분양 양산, 입주 대란, 전세 대란 등의 후폭풍은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다.
금융규제 강화는 실수요자를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내모는 폭발력을 지녔다. 분양받기가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미 예정된 사업지의 분양 시기를 늦추거나 포기하는 방안 등 분양전략 자체를 전면 재검토하는 건설사도 나타났다. 일련의 정책이 결국 강남권 재건축 사업은 물론 전반적인 아파트 분양 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주택 공급 시장의 원활한 흐름을 간과한 채 주택 공급과잉 문제와 투기세력의 근절이라는 목적이 너무 앞섰다는 지적도 뒤따르고 있다.
8ㆍ2 부동산 대책이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 정책과 엇박자를 낼 우려도 있다. 8·2 대책으로 서울 전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서울시의 도시재생 사업이 탄력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매제한은 물론 금융 규제의 강화는 결국 도시재생 사업의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의 안정과 도시재생 뉴딜은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양대 산맥이지만, 양립하기 어려운 과제이기도 하다. 자칫 단기적으로 시장 왜곡현상을 바로잡더라도 2∼3년 후 눌렸던 집값이 또다시 오를 수도 있다. 가능한 모든 수단을 썼지만, 중장기 성적표는 초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의 가격 안정에는 물론 투기 수요의 억제도 필요하지만, 장기적인 계획에 따라 실수요자를 위한 안정적인 주택 공급이 뒤따라야 효과가 배가된다. 실수요자의 내집 마련을 위한 후속조치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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