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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특례시의 종합/*염태영( 前 수원특례시장

[Mayor♥League]'축구수도' 수원을 향한 염태영 시장의 꿈

[Mayor♥League]'축구수도' 수원을 향한 염태영 시장의 꿈

기사입력 2017-04-04


염태영 수원시장 인터뷰. 
수원=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7.03.29/

3년 전이었다.  

인터뷰를 위해 염태영 수원시장(57)을 만났다. 화두는 '수원 더비'였다. "수원FC와 수원 삼성의 수원 더비를 꼭 만들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꿈은 꾸는 자의 몫이 아닌, 실천하는 자의 몫이다. 현실에 맞게 노력했다. 장기적 안목으로 수원FC를 탄탄한 구단으로 만드는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결실이 있었다. 2016년, 그의 꿈은 기어이 현실이 됐다. 수원FC가 기적 같은 승격 드라마를 쓰며 클래식 무대에서 수원 삼성과의 더비를 성사시켰다. 수원은 K리그 역사상 최초로 두개의 1부리그 클럽을 가진 자랑스러운 도시가 됐다. 양 팀 맞대결이 열리는 날에는 시 전체가 들썩거렸다. 수원FC와 수원 삼성 깃발이 수원 시내 곳곳에 나부꼈다. 두 팀의 유니폼을 입은 팬들을 시내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축구의 날'이 따로 없었다. 그렇게 수원 더비는 수원 시민의 자랑이자 축제로 자리매김 했다. 

선물 같던 더비는 수원FC의 강등과 함께 1년만에 아쉽게 막을 내렸다. 하지만 벌써 부활의 용틀임이 시작됐다.  

3년이 흐른 지금, 염 시장은 또 한번 꿈을 꾸고 있다. "수원 더비, 빨리 다시 해야죠."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최종 목표는 수원이 진정한 '축구 수도'로 거듭나는 것이다. 늘 철저한 준비 속에 현실 가능한 꿈을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는 염태영 시장. 그를 수원시청에서 만났다. 

▶아쉬웠던 수원FC의 첫 도전 

수원FC는 단 한 시즌만에 클래식 도전을 마무리했다. '막공(막을 수 없는 공격)'이란 개성만점의 팀컬러를 선보이며 호평 받았지만 결과는 챌린지 강등이었다. 염 시장에게도 아쉬운 결과였다. 그는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한게 아쉬웠다. 막상 강등이 결정되니 허무하더라. 다시 쌓아서 올라갈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고, 지난해 만들었던 흥행 요소들이 한순간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결과는 아쉬움이었지만 과정은 아름다웠다. 원FC의 클래식 무대는 단 한시즌 뿐이었지만 숱한 화제를 뿌렸다. 역시 수원 더비가 중심에 있었다. 염 시장은 "어느 하나 일방적인 경기가 없었다. 두 팀 다 치열하게 싸웠다. 10월 5대4로 수원FC가 이겼던 경기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그때 수원시청부터 문화예술거리까지 이긴 팀의 구단기를 일주일간 걸기로 했는데 사실 그게 시민들의 제안이었다. 시민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기분이 좋았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이재명 성남 시장과의 SNS에서 촉발된 '깃발 더비' 역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염 시장은 깃발 더비를 통해 축구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염 시장은 "시장간의 자존심이 걸린 시장 더비라고 했지만 이웃간 새로운 축제의 장을 만들고 싶었다. 도발적인 설전을 통해 흥행에 도움이 되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2승1패로 앞섰다. 깃발더비만큼은 여한이 없다"며 껄껄 웃었다.

염태영 수원시장 인터뷰. 
수원=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7.03.29/

▶또 다른 시작 

K리그에서 강등은 불행의 시작을 의미한다. 코칭스태프와 유명 스타들은 떠나가고, 예산은 확 줄어든다.  

하지만 수원FC는 달랐다. 염시장의 일관된 철학 속에 원형을 지켜내는데 성공했다. 일단 조덕제 감독을 재신임했다. 염 시장은 "챌린지에 처음 발을 내디뎠을때 조 감독에게 3년 기한을 주기로 했다. 첫 해에 4위, 두번째 해에 5위를 했다. 경질을 할 수 있었지만 3년을 약속했기에 지켰다. 그때도 3년을 한 감독이 없었다. 마지막 해에 조 감독이 팀을 승격시키더라. 조 감독이 승격 후에도 확실한 색깔을 갖고 팀을 운영했다. 강등은 됐지만 가장 잘할 수 있는 카드라고 생각했다. 조 감독은 수원 축구인에게 친숙한 인물이기도 하다. 수원이 그렇게 바로 교체할만큼 인정머리 없는 도시도 아니"라며 웃었다. 약속을 지키고, 기다릴 줄 아는 구단주. 조직을 성공으로 이끄는 리더의 전제조건이다. 

강등에도 불구, 내실 있는 투자도 이어졌다. 검증된 외인들을 모두 잡았고, 백성동 정 훈 이한샘 송수영 등 수준급 선수들이 더해졌다. 조 감독이 "이 스쿼드로 지난 시즌을 치렀다면 강등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감복했을 정도다. 실제 시즌 초반 수원FC는 강력한 승격 후보팀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염 시장은 "지난해 아쉬운 부분이 컸다. 승격 후 제대로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 돈을 쓰고 싶어도 쓰기 어려웠다. 반드시 투자한만큼 성적이 나는 것은 아니지만 많이 할 수록 유리한 부분이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시의회도 적극적으로 응원하고 있다. 탐나는 선수가 있으면 과감하게 영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축구를 알고,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를 이해하는 개념 시장임이 분명하다.  

투자는 선수단 뿐만이 아니다. 경기장에도 변화가 생겼다. 수원종합운동장에는 근사한 전광판이 설치됐다. 팬을 위한 여러가지 편의시설도 개선됐다. 클럽하우스도 준비 중이다. 염 시장은 "챌린지 팀 중 우리처럼 인프라를 투자하는데가 없다. 앞으로도 (이런 기조를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추첨의 쓰린 추억 

염 시장은 15일 수원에서 열린 U-20 월드컵 조 추첨식에 한국대표로 나섰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염 시장은 한국이 아르헨티나, 잉글랜드, 기니와 함께 한 조가 된 것을 보고 속이 쓰렸다. 뒷 이야기가 있었다. 염 시장은 "오전에 예행 연습할 때는 조추첨 결과가 환상적이었다. 임의로 선정된 한국 직원들이 무작위로 뽑았다. 막상 본식이 진행되고 마라도나가 아르헨티나를 뽑는데 되게 좋아하더라. 가장 피하고 싶은 팀이었는데 아쉬웠고, 마라도나가 한국을 무시한 것 같아서 속도 상하더라"며 웃었다.

수원은 이번 대회의 주관 도시다. 5월 26일에는 한국의 16강 진출 운명이 걸린 잉글랜드와의 조별리그 3차전이 열린다. 돌이켜 보니 3년 전 인터뷰에서 염 시장이 '수원더비'와 함께 강조했던 것이 수원시의 'U-20 월드컵 주관도시 선정'이었다. 이번에도 염 시장의 꿈은 어김 없이 현실이 됐다. 한발짝 앞서 계획을 했고, 준비에 착수했고, 오랫동안 공을 들인만큼 염 시장은 성공적인 개최를 자신했다. 그는 "수원이 이미 월드컵, U-17월드컵 등을 치르면서 경험이 풍부하다. 시설은 완벽하게 준비했다. 아무 문제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염 시장은 인터뷰 당일에도 경찰, 소방, 구장, 시민 등 관계기관 회의를 열어 개최 상황을 직접 챙기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염태영 수원시장 인터뷰. 
수원=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7.03.29/

▶염 시장이 꾸는 꿈 

수원과 축구는 떼려야 뗄 수 없다. 그야말로 '축구 도시'다. '한국축구의 쌍웅' 차범근과 박지성을 배출한 도시다. 1부리그, 2부리그는 물론 여자축구에서도 수원을 대표하는 팀이 있다.  

프로만 반짝 잘 나간다고 '축구 도시'는 아니다. 기초가 중요하다. 유망주 발굴이란 인적 기반과 인프라란 물적 기반이 탄탄하게 받쳐준다. 매탄고는 지난해 고교축구 왕중왕전 우승을 차지했고, 수원FC의 유소년팀은 크고 작은 대회 우승을 거머쥐었다. 염 시장은 "이 정도면 어느 도시도 해내지 못한 실적을 낸 도시 아니냐"고 반문한다. 이어 "유소년 부터 길러진 우리 지역 선수들이 수원 삼성 혹은 수원FC에 들어가고, 세계적인 선수가 되면 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수원이 앞장서서 선진 롤모델을 만들 생각이 있다"며 유소년 육성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염 시장은 수원이 '축구 도시'를 넘어 '축구 수도'로 만들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축구 도시'의 시작은 수원FC의 승격이다. 염 시장은 "수원FC가 승격해 다시 수원 더비를 했으면 좋겠다. 수원FC가 레스터시티 같은 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했다. 

'축구 수도'의 시작은 이번 U-20 월드컵의 성공개최다. 염 시장은 "올 겨울 국민들의 마음이 갈갈이 찢겨졌다. 축구열기를 통해 국민이 다시 하나로 뭉쳤으면 좋겠다. 2002년 월드컵처럼 팬들이 붉은 유니폼을 입고 뜨거운 함성을 보내 세계적인 자부심을 재연했으면 좋겠다. 신태용호가 결승까지 가서 수원에서 꼭 결승전을 치렀으면 좋겠다. (수원도) 잘 준비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염 시장은 인터뷰 내내 K리그, A대표팀 등은 물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까지 언급했다. 시정을 챙기느라 눈코 뜰 새 없는 와중에도 축구 하이라이트 만큼은 빼놓지 않고 챙겨보는 축구 마니아 시장님. 언제나 축구에 관심을 쏟고, 언제든 축구에 대해 넥타이 풀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염태영 시장. 축구 성지로의 발돋움을 이끄는 든든한 후원자다.  


수원=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http://sports.chosun.com/news/ntype.htm?id=201704050100038740002458&servicedate=2017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