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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의 오늘과 내일]촛불 속의 한국 첫 여성 대통령

[이종훈의 오늘과 내일]촛불 속의 한국 첫 여성 대통령

 

이종훈 정책사회부장

입력 2016-11-08

원문보기: 
http://news.donga.com/Main/3/all/20161108/81214734/1##csidxa002cde19242ad7b33f786a7968a1de 

 

 

2013년 박근혜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 관해 한 달 넘게 취재했던 기록들을 찾아봤다. 두 여성 지도자의 리더십은 무엇이며, 박 당선인은 이들로부터 무엇을 배울 것인지가 특집 기사의 핵심이었다. 당시 두 나라의 전문가들을 만날 때마다 ‘한국의 첫 여성 대통령을 위한 한마디’를 부탁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칼럼니스트 폴리 토인비는 “대처는 혼자 힘으로 옥스퍼드에 갔고 최고의 리더가 됐기 때문에 강한 모습을 보여야 했다. 그러나 박 당선인은 아버지의 후광과 우호적 정당의 지지로 된 만큼 대처처럼 하면 아버지의 독재를 연상시킨다. 특히 기회의 평등 문제에 신경 써야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타냐 뵈르첼 베를린 자유대 교수는 “메르켈의 장점은 들어주고 설득하는 소통 정치에 있다”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처럼 한국도 동북아 패권 경쟁, 북핵, 남북통일 등 크고 복잡한 이슈가 많으니 목표를 멀리 보면서 이견을 포용하고 갈등을 조율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요약하면 한국의 시대적, 지정학적 환경을 감안할 때 출신 배경과 정치적 한계를 경계하고, 적극적인 소통으로 국력을 결집시키라는 말이었다. 

 어차피 지도자 한 사람의 리더십은 한계가 있다. 시대를 읽어내고 갈 길을 제시할 수 있는 전문성과 통찰력을 갖춘 인재를 등용하는 게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자질이다. 

 이 때문에 대통령은 누구의 얘기라도 들을 권리가 있고, 책임도 있다. 대통령이 노동 개혁, 건강보험제도 개혁, 저출산 인구절벽 같은 국가의 주요 현안을 전부 꿰뚫을 순 없는 노릇 아닌가. 하지만 학문적 식견과 국정 경험이라곤 쥐꼬리만큼도 없는 한 천박한 여자의 사리사욕에 마구잡이로 휘둘린 책임까지 용서해줄 순 없는 일이다. 그 책임은 모두를 죽음에 이르게 할 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회장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인터뷰에서 “잘못된 인물을 최고의 위치에 올려놓는 것은 마치 비행기의 엔진을 꺼 버리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권력은 태생적으로 부정과 부패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권력자가 끊임없이 자성해야 하는 이유, 생각이 다른 이를 지속적으로 만나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대처 켈트너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심리학 교수는 “권력자는 무례하고 이기적이며 부도덕한 행동을 하기 쉽다”며 “권력은 부패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그의 권력 패러독스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선한 언행을 기반으로 지위가 높아지지만 사다리 위로 올라갈수록 나쁜 행동을 한다. 권력의 패러독스를 극복하려면 우선 ‘자기 자신 돌아보기’를 게을리 하지 말라고 켈트너는 말한다. 새로 갖게 된 권력에 대한 본인의 느낌과 행동의 변화를 살피지 않으면 위험에 둔감해지고 무모하고 비윤리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로 자신을 최고의 자리에 올려놓았던 덕목을 기억하고 계속 실천하도록 노력하라고 주문한다. 이를 위해 △다른 사람의 의견을 열정적으로 경청하는 공감의 능력 △사려 깊은 감사의 인사 표시를 습관화하는 감사의 능력 △부하들과 일대일 대면 기회를 갖고 중요한 권한을 위임하며 성공을 나누는 너그러움의 능력을 키우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몸을 낮춰 듣고 감사하고 나누라는 얘기다. 진리는 늘 단순하다. 

 나는 한 달 전 칼럼 마지막에 박 대통령을 향해 “소통은 간절해야만 시작된다. 그 간절함이 기회의 문을 연다”고 썼다. 모든 걸 내려놓을 때 비로소 보일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단 하나의 마지막 간절함이 무엇인지.

이종훈 정책사회부장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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