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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삐풀린 지방권력> "정치인들 권력 나눠먹기식의 정당공천제가 문제"- ("지방의원·기초단체장 공천제부터 뜯어고쳐야")

<고삐풀린 지방권력> "정치인들 권력 나눠먹기식의 정당공천제가 문제"- ("지방의원·기초단체장 공천제부터 뜯어고쳐야")

"공천제가 부패·무능 인사 양산 '주범'…악순환 고리 끊어야
지방자치법·행정체제 개선도 절실…"결국 사람이 바뀌어야" 주장도

서울시의회
서울시의회[연합뉴스 자료사진]

 

(전국종합=연합뉴스) 올바른 의회상을 세우고 지방자치제를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당 공천제부터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력화한 지방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의 비리 등이 하루가 멀다고 도마 위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기초의회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윤리시스템을 강화하고 '풀뿌리 민주주의' 취지를 살리기 위한 제도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잇따르고 있다.

◇ "지방의원·기초단체장 공천제부터 뜯어고쳐야"

지방자치 전문가들은 상당수 지방의원과 자치단체장의 무능·부패 원인으로 '잘못된 정당 공천'을 지목한다.

  

지방자치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 바라기'만 하도록 하는 현재의 공천제도를 먼저 뜯어고치거나 아예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남기헌 충청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방의회의 가장 큰 문제는 정당 공천제라는 틀 속에서 정치인이 자기들끼리 (권력을) 나눠 먹기를 한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기성 정치인이 기득권을 갖고 참신한 인물의 진입을 가로막고 있고 공천위원회 구성도 자기들끼리 운영하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소성교 대진대학교 법학과 교수도 "공천권이 제일 큰 문제다. 지방의회의 역할 중 핵심이 조례를 제정하는 것인데 전문성이 없다 보니 제대로 만들지도 못한다"고 진단했다.

전국시군구의장협의회
전국시군구의장협의회(울산=연합뉴스) 전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가 29일 울산시 중구 문화의전당에서 열렸다. 이날 협의회는 기초의원 정당 공천제 폐지를 논의했다. 2015.12.29. << 울산 중구의회 제공 >>canto@yna.co.kr

 

상당수 전·현직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도 정당 공천제 폐지에 공감하고 있다.

부산시의원과 민선 3∼5기 부산 강서구청장을 지낸 강인길 전 구청장은 "구의원은 지역을 진짜 잘 알고 헌신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현실을 보면 국회의원 비서나 지역에서 돈 있는 사람이 내세울 것을 만들기 위해 출마하는 일이 다반사다"고 꼬집었다.

이어 "비례대표 구의원을 보면 전문성을 강화한다는 애초 취지에 맞지 않게 당에서 내려온 엉뚱한 인사가 많다"며 "지역구 국회의원이 내려오면 잘 보이려고 '우르르' 몰려다니고 민심은 듣지 않아도 당선되는 이런 구도를 먼저 깨뜨려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혜미(여·새누리당) 대전 서구의원은 "기초의원 공천제가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는 연결고리가 되고 있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가 지방권력 개혁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면서 "기초의원만큼은 정당 공천제가 없어져야 소신 있게 일할 수 있고 패거리 정치에 따른 부패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이 '국회의원 심부름꾼' 역할에서 벗어나 진정한 민의의 대변자가 되기 위해서는 '정당 공천제'가 폐지돼야 한다는데 시민이나 시민단체도 공감한다.

노건형 경기도 경실련협의회 사무처장은 "정당공천제도를 유지하는 한 지방의원은 주민이 아니라 국회의원에게 잘 보이려 할 수밖에 없다"며 "광역의원은 몰라도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 공천을 배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광주시의회
광주시의회[연합뉴스 자료사진]

 

◇ "지방자치법, 행정체제 등 제도 정비 시급"

지방의회가 지방자치의 한 축으로 제대로 역할을 하려면 지방자치법, 행정체제 등 제도를 먼저 정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목진휴 국민대학교 행정정책학부 교수는 "기초의회를 몇 개 묶어 통합지방의회를 구성하는 안도 있고 도의회 등 상위 자치단체에서 하위 군·구 자치단체 의회를 감시하는 방안도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군의회 의원과 의장, 군수를 역임한 최승준 전 강원도 정선군수는 "현재 지방자치법상 의회보다 집행부 권한이 너무 큰 것도 문제다"며 "(의회가) 아무리 좋은 제안을 해도 집행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인재 전 파주시장은 "도·시·군·구 구조로 된 현행 지방자치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광역 지자체인 도를 없애고 기초 시·군을 통합해 인구 50만 명 이상 광역 기초자치단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지금은 뇌물만 받지 않으면 아무리 잘못된 행정을 하더라도 책임을 물을 수 없는데 잘못된 행정으로 지자체에 손해를 끼치면 직무정지를 시킬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방자치 발전방안을 총선공약으로'
'지방자치 발전방안을 총선공약으로'(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1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와 전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가 연 공동기자회견에서 조충훈 순천시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지방자치 발전방안을 총선공약으로 제시하라고 정치권에 호소하고 있다. 2016.3.10 seephoto@yna.co.kr

 

◇ 윤리 강화하고 풀뿌리 취지 살리고…"결국 사람이 바뀌어야"

정당 공천제 등 제도적 접근 못지않게 지방의원이나 지자체장 스스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김동헌 광주경실련 사무처장은 "그동안 제도를 보완했고 의회마다 행동강령을 만들었으나 신뢰를 받지 못하는 건 결국 제도를 운용하는 사람 때문이다"며 "주민 대표로 의회에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기본을 돌아보고 충실히 이행한다면 신뢰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강조했다.

2002년부터 2014년까지 3선을 한 강원 태백시의회 김천수 전 의원은 "지방의회가 발전하려면 의원 개개인이 연구하고 공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초선은 집행부 예산안을 이해할 수도 없다"며 "열정적으로 공부해도 집행부 업무를 파악하려면 4년이 걸리고, 의원 본인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아무리 다선을 해도 업무 파악을 하지 못한다"며 자성을 촉구했다.

좌광일 제주경실련 사무국장은 "지방의원 자질론 논란을 불식하고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선 의원 스스로 꾸준히 연구하고 공부하는 의회상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방의회 본연의 의무인 집행부 견제와 감시를 위해 의회사무처를 독립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4선을 한 박희수(55) 전 제주도의회 의장은 "도의원이 집행부에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보좌하는 사무처 직원에 대한 인사권을 도지사가 갖다 보니 (의회가) 제대로 집행부 견제를 하기 어렵다"고 했다.

지방의회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의회사무처 직원에 대한 인사권 독립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최병길 이주영 배연호 박창수 홍인철 이덕기 최찬흥 우영식 손상원 김근주 변지철 전창해 김소연 최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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