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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부동산을 투명한 산업으로 이끌 '리츠'

[시론] 부동산을 투명한 산업으로 이끌 '리츠'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
대형부동산 소액투자 길 열고
공시 통해 '묻지마 투자' 방지
美·日 등 세제혜택 주며 육성
韓, 상장 활성화 등 역량 키워야

  • 권경원 기자
  • 2016-07-14 15:02:45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은 ‘불로소득’이나 ‘투기’라는 단어를 떠올릴 만큼 부정적으로 인식되고 있다. 급격한 압축 성장 과정에서 나타난 부작용 중 하나다. 실제로 부동산 투기 수요의 존재는 부정할 수 없지만 다수의 국민에게 돌아가는 부동산 서비스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투기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산업으로 육성하는 발상의 전환과 건전한 투자 활성화가 필요하다.

투자와 투기는 다르다. 투자는 기대되는 안정적 수익을 획득하고 투기는 단기 가격 상승에만 주목한다. 워런 버핏은 “기업의 일부를 사 그 기업이 성장해 나에게도 이익을 가져오면 투자이고 순이익이 생기지도 않는데 단기 가격 향방에 목매고 주사위를 던지는 행위는 투기”라고 정의했다.

부동산을 투기가 아닌 건전한 투자로 활성화하기 위해 육성해야 하는 것이 ‘리츠(REITs)’다. 리츠는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주식 형태로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장기간 투자하고 운용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부동산투자회사를 말한다. 리츠는 시세차익보다 주로 임대료 수입으로 안정적 수익을 획득하고 이를 90% 이상 배당한다.

리츠를 활용하면 일부 부유층만 투자할 수 있던 대형 부동산을 개인도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다. 자산 대부분을 부동산으로 보유한 기업들의 유동성도 높여 다른 생산요소로의 투자 여력을 키운다. 부동산 자산을 전문적으로 관리·운영하고 운영 정보를 투명하게 공시함으로써 부동산 시장이 ‘묻지 마 투자’식의 불투명한 구조에서 벗어나 부동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게 한다.

 
특히 리츠를 활성화하면 국가 재정의 부담을 줄이면서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할 수 있고 여기에 고품질 임대 서비스, 투자자들의 높은 수익 등이 맞물리면서 부동산 서비스 산업 분야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대표적 사례가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 리츠로 다양한 민간투자를 끌어들이는 것이다. 리츠를 육성하면 임대주택 수요자와 투자자 모두 윈윈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정부가 리츠에 세제 혜택을 주며 적극 육성하고 있다. 미국은 100명 이상, 일본은 50명 이상 투자하는 리츠에 법인세를 감면한다. 미국에서는 지난 1993년 양도세 과세를 이연(移延)하는 업리츠(UP-REITs) 제도의 도입 후 성장 폭이 커졌다. 싱가포르는 상장 리츠에 소득세와 인지세를 감면하고 정부 소유의 국부 펀드가 최초의 상장 리츠를 만들기도 했다. 홍콩에서는 홍콩주택청에서 관리하는 자산을 유동화하기 위해 설립한 링크-리츠에 홍콩 인구의 7%인 51만명이 공모를 신청한 바 있다.

각국의 경쟁적 리츠 육성은 상장 리츠에서 두드러진다. 유동성·투명성·투자기회 확대 면에서 사모 리츠에 비해 월등하기 때문이다. 국내 리츠도 2015년 평균 배당수익률이 8.1%로 기초체력이 든든하다. 시장 역시 20조원 규모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으나 아직 상장 리츠는 부진하다.

이에 정부는 7일 제10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리츠 공모·상장 활성화 대책을 포함한 부동산 서비스 산업 육성 방안을 발표했다. 과도한 리츠 상장요건 등의 규제를 개선하고 공모 리츠에 세제 혜택을 부여하며 상장 리츠를 추진하는 경우 주택도시기금을 투자하는 등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특히 공모 리츠에 법인이 현물 출자할 때 양도세를 분할 과세하는 방안은 한국형 업리츠 도입으로 평가되며 공모 리츠를 활성화하고 기업의 부동산 유동화를 촉진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리츠는 세계적으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미국 리츠협회에 따르면 2000년 150조원 규모이던 세계 상장 리츠 시가총액이 2015년 2,000조원에 육박했다. 우리 리츠도 역량을 강화하고 상장 시장을 활성화해 부동산 서비스 산업 발전을 견인하고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날이 올 것으로 기대해본다.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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