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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화성 방문의 해] 3. 시민이 지켜낸 수원천

[수원화성 방문의 해] 3. 시민이 지켜낸 수원천

‘수원川 살리기’ 의기투합… 역사·문화가 흐르는 ‘생태하천’ 부활

이명관 기자 mklee@kyeonggi.com 2015년 11월 18일 수요일 제13면

 

세계문화유 산 수원화성을 굽이도는 수원천은 대통령의 복개공약을 저지한 120만 수원시민의 힘을 상징한다. 

 

그렇게 지켜낸 수원천에서 시민들은 수변 산책길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그 안의 생태계는 치열한 적자생존의 현장이다.

■ 살아있는 생태계 1m 잉어 출몰
수원천 따라가기는 광교저수지 제방 무넘기 아래 장안구 하광교동 수원천 제1교 경기교에서 시작한다. 광교공원 공영주차장에 편하게 차를 세울 수 있고 1999년 제1회 대한민국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을 받은 반딧불이화장실에서 산책채비를 하면 좋다.

경기교에서 석축제방 아래로 내려가면 하천 양쪽 둔치에 폭 1.8m 내외의 산책로가 방문객을 기다린다. 도시하천 대부분이 겪는 어려움처럼 수량이 풍부하지는 않지만, 물줄기 옆으로 건강하게 자란 풀숲은 상큼한 공기와 함께 산책길을 경쾌하게 한다.

수변 가장 가까이는 억새와 비슷한 모양의 줄풀이 점령하고 있고 가시박, 쑥, 갈퀴덩굴, 돼지풀 등이 다음으로 강력한 세력을 이룬다. 코스모스, 달맞이꽃, 개망초, 산국, 지칭개, 익모초도 치열한 생태계에서 끈질기게 영역을 지키고 있다.

곳곳의 징검다리에서 맑은 물속을 들여다보면 더 놀라운 모습이 펼쳐진다. 물살이 없는 얕은 물에 갓 산란한 치어들이 세상모르고 몰려다니고 피라미, 버들치, 얼룩동사리 등이 물살을 거스르며 오르내린다. 

물가에서는 왜가리, 쇠백로가 꼼짝 않고 먹이가 가시권에 들어오길 기다리고 작은 소 풀 속에서는 팔뚝만 한 잉어가 슬그머니 고개를 내민다. 별생각 없이 지나치는 얕은 물 속에 치열한 적자생존의 세계가 숨어 있다.

경기교에서 하류로 1.3㎞가량 하류 제6교 연무교에서는 다리 위로 한번 올라가 봐야 한다. 커다란 잉어부터 작은 붕어, 피라미까지 수십 마리가 인기척이 있어도 피하지 않는다. 동네 주민들이 오가며 먹이를 줘 길이 들여지었기 때문이다.

 

건빵이라도 부숴주면 풀 속에 숨어 있던 서너 마리 1m가 넘는 잉어까지 볼 수 있다. 언젠가 장마 때 황구지천에서 올라와 자리 잡은 고기들이다.

■ 화성과 수원천이 만난 화홍문 경관거점
화홍문은 수원화성과 수원천이 만나 만들어진 북수문이다. 방화수류정과 용연이 함께 있어 수원천과 수원화성을 풍성하게 한눈에 볼 수 있는 관광거점이다. 화홍문과 방화수류정은 수원화성의 백미로 조선시대 발달한 건축기술을 보여준다. 

용연은 아름다운 여인을 사모한 용이 승천하다 여인을 돌아보는 바람에 떨어져 연못 용연과 바위 용머리가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화홍문 홍예 7칸을 통해 흘러내린 물길은 이곳에서 커다란 소를 이룬다.

수원천은 팔달산과 함께 정조의 화성 축성 당시 4대문, 장대 등 시설물을 배치하는 좌향, 즉 공간구조 결정의 중요한 요소였다. 성벽을 쌓기 전에 물길을 정비해 계획적인 배수체계를 만들고 수원천 수체계를 바탕으로 화성의 도시구성체계, 도로 개설 등이 설계됐다.

제10교 매향교는 화성 축성 때 종로사거리에서 동문 창룡문으로 향하는 길에 놓인 나무다리 오교(午橋)였다. 용인시 수지구 풍덕천, 상현동에서 수원 우시장으로 소를 팔러오거나 나뭇짐을 지고 오는 행렬이 줄을 잇던 곳이다. 

 

화홍문에서 매향교에 이르는 길에 위를 올려보면 하천 양옆으로 길게 늘어선 버드나무가 아름답다. 화성 축성 당시 물길을 잡고 이 나무를 심었다. 수원천을 유천(柳川)이라고도 부르는 까닭이다.

매향교에서 다리 위로 올라가면 수원화성박물관, 종각 여민각, 수원화성 행궁과 넓은 행궁광장을 볼 수 있다. 원도심의 원조 중심이었던 종로사거리다. 화성 축성 때 지은 집이 조금만 뒷길로 들어가면 만날 수 있고 당시 전국 방방곡곡에서 이주해온 원주민의 후예가 지금도 살고 있을지 모른다.

■ 왕이 만든 시장 팔달문시장
매향교에서 수원화성 남수문을 지나 12교 지동교, 13교 영동교까지는 원도심 전통시장거리다. 지동시장, 못골시장, 미나리광시장, 영동시장, 팔달문시장 등이 조금씩 차별화돼 발전하고 있다.

각각의 시장은 관련법에 따라 등록된 명칭이지만 시민들은 이를 통틀어 팔달문시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지동시장이 순대로 유명세를 타고 있고 영동시장은 한복, 팔달문시장은 의류가 특화돼 있다.

지동교 입구에는 작은 술상을 앞에 놓고 술을 따르는 정조대왕이 방문객을 기다린다. 정조가 화성을 축성할 때 관계자들에게 음식과 술을 내려 위로하며 취하지 않으면 술자리를 끝내고 돌아가지 못한다고 했다는 말을 인용한 불취무귀(不醉無歸) 상이다. 

 

화성을 축성한 뒤 수원의 상인들에게 6만 냥을 대출해 밑천을 대주며 경제를 잘 살리라고 한 정책이 지금도 실현되는지 ‘왕이 만든 시장’ 팔달문 시장을 살펴보는 듯하다.

지동교 아래 벽에는 아이들이 물에서 뛰어노는 ‘물놀이’ 부조물과 반대편에 ‘꽃바람에 나비 날아들다’ 조형물의 나비가 다리 천장까지 날아다닌다. 지동시장 쪽 벽에 ‘상도의 벽’, 매교 ‘빨래터의 향수’, ‘모천회귀’ 등 조형물은 수원시 공공예술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 780m 복원구간 시민운동 역사현장
지동교에서 제18교 매교에 이르는 천변길은 눈여겨 살펴야 하는 구간이다. 다른 곳과 달리 석재로 벽을 쌓았고 곳곳에 조형물과 나무데크, 오르내리기 편한 계단 등 훨씬 세련됐다. 

 

지난 1994년 주차장 용도로 복개됐던 것을 2012년 콘크리트 덮개를 걷어내고 자연하천으로 복원한 780m 구간이다. 대통령 공약으로 추진하던 복개사업을 저지하고 마침내 생태환경 복원에 성공한 수원사람들의 위대한 시민운동 역사가 남아있는 곳이다.

매교는 정조가 혜경궁을 모시고 화산 현륭원 참배 길에 건넌 다리다. 경기교에서 매교까지는 4㎞ 정도. 2㎞ 정도 더 가면 경부선 철교를 지나 수원천 마지막 다리 제28교 새터교까지 천변 산책로는 계속된다. 

이명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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