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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수원도서관 고마워요, 화가 이중섭을 만나게 해줘서

 

북수원도서관 고마워요, 화가 이중섭을 만나게 해줘서

등록일 : 2015-03-18 00:19:42 |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17일 오전10시, 미술특화도서관인 북수원지식정보도서관 1층 강의실은 좌석이 모자랄 정도로 공부하는 주부들로 꽉 들어찼다. ‘우리가 꼭 알아야 할 한국 근대 국민미술가’라는 이름으로 시작되는 2015년 상반기 미술인문학 강좌를 듣기 위해. 
매주 화요일(3/17~5/12)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무료로 진행된다는 매력 때문인지 정원 60명은 일찌감치 마감됐다.


“여러분은 고흐, 피카소, 르네 등 서양화가들 명화 나들이하면 엄청 좋아하지요. 그러면 자랑스러운 우리나라 근대화가 중 이중섭은 얼마나 알고 있나요. 사실 김환기보다도 더 유명하거든요. 그는 ‘그림’, ‘시대적 상황’, ‘극적 삶의 스토리’ 3박자를 모두 갖춘 신화적 존재입니다. 그럼에도 우린 ‘오르세展’에만 열광하지 우리화가들은 잘 알지 못해요.”
예술의 전당 뮤지엄 에튜케이터이자 국립현대미술관 전시해설 도슨트로 유명한 김영숙 강사는 강의에 들어가면서 우리나라 근대미술작가에 대한 국민들의 자긍심 결여에 일성을 가했다. 

그러나 그는 이어 도서관 안에 갤러리가 있고, 미술 동아리 팀이 활동을 하고, 8차시 미술인문학을 기획하는 등 수원시는 대단한 지자체라고 했다. 사실 우리시에 대한 아낌없는 칭찬이 괜한 소리가 아니란 것을, 단 한번만이라도 이곳에서 진행하는 미술 강좌를 들었다면 알게된다. 이번 강의안 만 들여다봐도 대번 안다. 

아이 같은 한국의 황소화가 이중섭, 점으로 사랑을 그린 추상화가 김환기, 나무를 닮은 화가 박수근, 세계 속의 문자 추상화 고암 이응노, 까치를 잘 그리는 화가 장욱진, 한국근대조각의 권진규, 한국의 고갱 색채화가 이인성, 다시 발견한 조선의 화가 이쾌대 등 쟁쟁한 화가부터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화가까지 한국근대미술가들이 단숨에 스캔된다. 

미술 문외한도 빠지게 만드는 강의로 박수를 받은 김영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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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테이프를 끊은 이는 ‘마사코 혹은 이남덕의 뮤즈’로 불리는 대향 이중섭. 
8차에 걸치는 근대미술가들 저마다 색채가 다 달라 남다르겠지만 유독 첫 시간이여서일까. 아니면 강사의 남다른 사랑 때문일까. 세간의 소문대로 어려운 용어는 빼고 쉬운 말과 재치 있는 말들을 버무리며 인간 이중섭에 대한 이야기꽃을 활활 피어 올렸다. 작가의 혼 불과도 같은 그림엽서와 대작들을 선보이면서.

여기서 잠깐, 한국의 고흐라고도 불리는 이중섭(1916~1956),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히 소개(여성중앙 3월호-신아현 칼럼니스트 글 참고함)한다.
‘야마모토 마사코(우리나라 이름 이남덕) 나이 23세에 25세의 이중섭을 운명적으로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한다. 연예시절인 1940년부터 1943년까지 주고받은 그림엽서들과 1953년부터 2년간 가족과 헤어져 있던 애절한 사연도 오롯이 그림으로 남았다. 

현실감각 제로인 가장은 식솔을 거느리고 부산, 제주, 서귀포 등지로 유리걸식하다 결국 아내와 아이들을 일본 처가로 떠나보낸다. 후리후리한 키에 수려한 용모, 문학적 감성...등 무엇 하나 빠지지 않았던 그였다. 하지만 극한의 허기를 견디다 못해 정신착란을 일으키고 결국 행려병자로 분류되어 40세에 영양실조로 사망한다.’

“올 초 가장 뜨거웠던 전시가 서울 현대화랑에서 이중섭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며 기획한 ‘이중섭의 사랑, 가족展’이었습니다. 고흐만큼이나 지난한 삶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지만 작품들이 많이 남아있지도 않고 또 대부분 개인 소장이라 한 공간에 모이기는 굉장히 어렵거든요. 우리가 글씨를 익히듯 그림도 익히는 것이 중요한데 은지화(종이를 살 돈이 없어서 담뱃갑 속 은박지에 그림을 그림)등 50~55년 사이 남긴 진품이 모였으니 난리가 난거죠. 현존작가로서 한국현대미술의 산증인이신 김병기(99세)는 그와는 죽마고우였어요. 그분을 통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의 아버지 김찬영은 1세대 서양화가(고희동· 나혜석· 김관호)중 한분 이었으니 친구 아버지가 서양화에 눈을 뜨게 한 것이지요.”

쉼표도 없이 해박한 설명이 김영숙 강사의 입에서 술술 쏟아져 나왔다. 간간히 흥겨운 농담도 빼먹지 않았다.
“서양화에 눈을 뜬 이후 우리 민족성이 잘 드러나는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그림들을 탄생시키기까지 ‘추사체+수렵도+청자’등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바닥에 꾹꾹 눌러쓰듯 선묘(線描)로 필요한 것들은 모두 그린 것입니다”

비극적으로 인생을 마감한 이중섭의 짧고도 짧았던 인생,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그림에선 파라다이스로 표현됐다. 사랑의 엽서 이외도 가족이 황소를 타고 따뜻한 남녘으로 가고, 가족 모두가 색 띠를 부여잡고 새와 꽃을 희롱하고, 금슬이 좋은 봉황이 입을 맞추고.... 그림 속 가족은 평화롭고 행복하기만 하다.

“근대화가 기획전은 사실 아주 힘듭니다. 소장처가 저마다 찢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퍼즐을 맞추듯 북수원도서관에서 이런 좋은 미술인문학 공부를 기획했다는 것은 대단한 일입니다. 박수를 보내며 여러분들 또한 우리이웃 작가들의 작품도 공평하게 평가해 주시고 관심도 가져 주세요. 이중섭처럼 가난하고 인정받지 못하는 이들이 수두룩하거든요.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되시면 주저 말고 구입하세요. 제 별칭이 미술계의 독립운동가입니다. 아트 페어 참가해 작품소개도 하고 직접 그림구입도 하고 타인에게 소개도 엄청나게 하거든요.” 
근대화가 기획전의 불씨를 당긴 ‘아이 같은 한국의 황소화가 이중섭’을 시작으로 매주 화요일 또 다른 우리나라 근대 국민화가들이 기다리고 있다. 잘 알지도 못했던 권진규, 이쾌대 까지. 

도서관 속 또다른 공간 '갤러리'


미술 특화 도서관인 북수원지식정보도서관의 또 다른 즐거움 중 하나 소개한다. 1층 강의실 바로 옆에서 늘 예술과 조우하게 하는 오픈갤러리다. 22일까지 김교선 초대전이 열린다. 코발트블루 유토피아 세상 같다. 
북수원도서관 홈페이지  http://buk.suwonlib.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