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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면서] 가족끼리 왜 이래

[아침을 열면서] 가족끼리 왜 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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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2.23    저작권자 © 경기일보
   
     

모처럼 넉넉했던 5일 간의 설 연휴가 끝났지만 마냥 개운치만은 않다. 설날 밥상에 올랐던 우리사회의 문제들이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기 때문이다. 언론은 설날 밥상의 최대 화두가 단연 ‘경제’였다고 전한다.

“당장 오늘 먹고 살기가 힘들어 노후 준비는 꿈도 꾸지 못한다. 대학생 자녀들 취업이 걱정이다. 직장에서 언제 그만두라고 할지 겁난다. 남편 월급과 자식 성적만 오르지 않는다.”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필자가 만난 친지나 이웃들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천만 관객을 훌쩍 뛰어넘은 영화 ‘국제시장’의 주인공 덕수처럼 한눈 팔지 않고 열심히 살아왔지만 앞으로 생활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하소연이 많았다.

그래서 때로는 현실에서 찾지 못하는 희망과 위안을 가상의 공간에서 찾기도 하는 것은 아닐까? 삶의 무게를 감당하기에 너무나 버겁기 때문에 가족이라는 든든하고 따뜻한 울타리에 기대고 싶어하는 심리가 최근 종영된 TV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를 히트시킨 것은 아닐까?

하지만 드라마처럼 삼남매가 의사 아들, 재벌 며느리, 월세 안내는 가게 사장이 될 확률은 몇 퍼센트나 될까? 그런데도 왜 열광할까? ‘자식들이 잘 되라고 행복하라고’ 모든 것을 내어주는 ‘묵묵한 아버지’의 모습이 그 어떤 것보다 리얼하게 다가오기 때문 아닐까?

그런 점에서 차로 몇 시간씩 달려가는 설날 고향길은 우리 유전자에 내재한 ‘시원(始原)의 울타리’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다. 시골집 앞마당의 큰 나무처럼 든든한 아버지, 한없이 포근하고 따뜻한 어머니, 한솥밥을 나누던 형제자매들. 이번 연휴 때도 많은 사람들이 육체적으로 고생스러운 귀향으로부터 정신적인 희망과 위안을 얻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 전체가 늙어가는 고령화사회에서 어르신을 모시는 일을 오롯이 가족에만 맡겨놓을 수는 없다. 지난 대선을 거치면서 우리는 국가가 어르신들의 최소한의 노후를 책임지는 사회안전망 강화가 시급하고 중요하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틀 후면 박근혜정부가 공식 출범한 지 3년째를 맞게 된다. 생일을 맞아 야박한 평가보다는 진정어린 충고를 하고 싶다. 대통령께서 취임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 스스로 약속했던 ‘국민행복시대’를 만들기위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원점에서 재점검해보면 어떨까? 어떤 약속들은 이미 임기내 실현 불가능한 것들도 있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앞으로 남은 3년 동안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우선순위를 다시 따져서 재정비하는 일이 필요하다.

그 중 중요한 일이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한 어르신 세대에 대한 복지 시스템 점검이라고 생각한다. 부끄럽게도 우리나라는 노인자살률이 OECD 국가들 중 가장 높다. 이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된다. 대통령께서 효도하는 국가의 초석을 마련했다는 역사의 평가를 받길 바란다.

어르신 복지를 강화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이다. 가족은 일차적 사회안전망이다. 가족이 건강해야 사회가 건강하다. ‘가족끼리 왜 이래’ 해피엔딩처럼 사랑이 넘치는 가정이 드라마가 아닌 현실에서도 많아지길 기도한다.

김진표 前 민주당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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