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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 워밍업 끝났나.. '패권주의' 노골화

친박, 워밍업 끝났나.. '패권주의' 노골화

한국일보 | 김성환 | 입력 2015.01.09 04:51



"차기 원내대표는 수도권에서"

홍문종, 사실상 출마 포석 굳혀

현안마다 '김무성 흔들기'엔 "지도부 재편까지 염두 두나" 시선

당내선 '靑 교감설' 분분 속

수직적 당청관계 한층 공고화

계파 갈등 전면화 우려 높아져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뒤 자료를 들여다보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세월호특별법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홍인기기자 hongik@hk.co.kr

새누리당 친박계가 연초부터 '패권주의'를 노골화하면서 계파 갈등을 악화시키고 있다. 친박계가 김무성 대표에 대한 본격적인 견제와 함께 차기 원내대표직에도 강한 의욕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비주류 측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친박계의 헤게모니 강화 움직임이 박근혜 대통령의 당 장악 의지와 맞물려 있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수직적 당청관계가 더욱 공고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무대' 흔들기에 이어 원내대표에까지 눈독

친박계의 패권주의적 움직임은 연말부터 이미 시작됐다. 지난달 30일 '국가경쟁력강화포럼' 송년모임에서 김 대표를 향해 '전횡' '독단' '사당화' 등의 거친 표현을 써가며 공개적으로 비난한 게 출발점이었다. 김 대표가 수 개월을 고민해 내놓은 '박세일 여의도연구원장' 카드에 제동을 걸었고, 당협위원장 100% 여론조사 경선 방안에도 조직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여기에 친박계 핵심으로 꼽히는 홍문종 의원이 사실상 차기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공식화하고 나섰다. 그는 8일 한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원내대표 도전 여부에 대해 "내년 총선을 위해선 수도권 원내대표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주변에서도 이미 홍 의원이 출마 의사를 굳혔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친박계가 당의 '투 톱'인 대표와 원내대표를 모두 장악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되면서 패권주의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당장 김 대표 흔들기를 두고 당 안팎에선 지도부 개편까지 염두에 둔 것이란 얘기가 파다하다. 현행 당헌ㆍ당규에 따르면 7월 14일 이후 김 대표가 사퇴할 경우 잔여임기가 1년 미만이라 자연스럽게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이 대표직을 승계하기 때문이다.

친박계가 유승민ㆍ이주영 의원간 양자 대결로 굳어져가던 원내대표 경선 레이스에 뒤늦게 눈독을 들이는 것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청와대와 일정한 거리감이 있는 인사들 말고 자신들이 맡아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패권적일 뿐만 아니라 결국은 내년 총선을 겨냥한 계파 이익 챙기기의 일환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새누리당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김무성 대표와 이완구 원내대표가 회의장으로 들어 서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수직적 당청관계 공고화ㆍ계파갈등 악화 우려

특히 친박계의 이 같은 움직임이 지난달 19일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 중진의원들간 비공개 만찬회동 이후부터 가시화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한 비주류 의원은 "김 대표 흔들기와 홍 의원의 원내대표 도전 등 일련의 움직임이 청와대와의 조율 없이 자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는 그간 새누리당의 아킬레스건으로 비판받아온 수직적 당청관계가 오히려 심화하게 되고, 내년 총선 준비에 본격 돌입하게 될 하반기부터는 계파 갈등이 전면화할 것이라는 우려로 이어진다. 김 대표 측이 강력 반발하는 것은 물론 여론에 민감한 수도권을 중심으로 비주류 진영 전체가 조직적으로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다.

물론 이런 상황은 친박계와 비주류 모두에게 최악일 수 있다. 이 때문에 한 수도권 재선의원은 "계파 갈등이 눈에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친박계가 치고 나오는 것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번지는 것까지 염두에 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친박계가 과거 안상수ㆍ홍준표 대표의 연이은 중도낙마로 결국 19대 총선을 박근혜 체제로 치렀던 전례를 따르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담긴 얘기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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