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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경선·본선 기타 종합/-정부 부처와 당시 대통령 관련 내용들

친박의 '반기문 대망론' 계산된 전략 아니면 오발탄?

친박의 '반기문 대망론' 계산된 전략 아니면 오발탄?
"감무성 지지도 높자 초조함에 헛발질" 자탄도
▲ 여야 할 것없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차기 주자로 내세우는 양상이다.ⓒ데일리안


정치권에 ‘반기문 대망론’이 확산되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다소 애매모호한 입장을 밝히면서 그 불길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한가지 의문점은 반기문 대망론에 군불을 뗀 게 새누리당 친박계라는 점이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 2년차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방문한 시점에 친박계가 따로 모여 반 사무총장의 차기 대권주자 가능성에 대해 논의한 것을 두고 ‘왜 하필 그 시점에...’라는 의문이 정치권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친박계, 결집 신호탄이 ‘반기문 대망론’이라는 오발탄으로 확산 

‘반기문 대망론’은 박근혜정부 출범 직후부터 꾸준히 정치권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락내리락했다. “차기 총선에 반 총장이 나올 수 있다더라”, “반 총장도 어느 정도 대권에 꿈이 있다고 하더라” 등등 수많은 ‘카더라통신’이 정치권은 물론 여의도 증권가에서조차 심심찮게 다뤄졌다. 

반 총장의 대권 출마가 조금씩 수면 위로 비집고 나온 것은 새누리당에 ‘김무성 체제’가 들어서면서부터다. 전당대회에서 친박계 후보들을 압도적인 차이로 따돌리고 당선된 김 대표는 이후 당내에 측근 인사들을 배치하기 시작하면서 안정적으로 체제를 굳혀갔고 친박계는 구석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친박계가 국가경쟁력 강화포럼 활동을 다시 재개한 것도 이 시점이다. 김무성 대표의 체제 굳히기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비공개로 진행되던 포럼활동을 언론에 처음으로 공개한 것도 ‘친박계의 결집’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문제는 이 같은 신호탄이 엉뚱하게도 ‘반기문 대망론’이라는 ‘오발탄’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국가경쟁력 강화 포럼은 지난 10월 29일 ‘2017년 차기 대선 지지도 판세’라는 주제로 제9차 세미나를 개최하고 반 사무총장의 차기 대선 출마 가능성 등 여러 변수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당초 의도가 어찌됐든 결과적으로 이날 포럼은 ‘친박계가 공개적으로 반 총장을 차기 대권 주자로 반 총장을 테이블에 올렸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후속 상황까지는 고려하지 못한 것 같다” 친박계 계산착오? 

친박계의 돌발행동을 두고 정치권의 분석도 엇갈리고 있다. 전반적으로 ‘김무성 견제론’이 가장 높은 지지를 받고 있지만, 단순히 김 대표를 견제하기 위해서라고 보기에는 대가가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시점’이 애매하다. 지금은 박 대통령이 집권 2년차에서 3년차로 넘어가는 시점이다. 오는 2016년에 제20대 총선이 치러지는 만큼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지금부터 내년 연말까지 가시적인 국정성과를 이끌어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김 대표의 ‘개헌 봇물’ 발언으로 정국이 개헌이라는 블랙홀에 빠질 수 있었던 상황을 수습하자마자 ‘반기문 대망론’에 불이 붙은 것은 향후 국정운영에 덧셈보다는 뺄셈이 상대적으로 더 클 수밖에 없다. 

더구나 군불을 뗀 장본인이 개국공신이라는 친박계이며, 그것도 박 대통령이 향후 국정 운영에 있어 국회의 협조를 당부하기 위한 시정연설 차 국회를 방문한 날 이뤄졌다는 게 어떻게 보면 섭섭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도대체 친박계는 왜 그랬을까? 당내에서는 ‘친박계의 계산 착오’라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친박계의 한 초선 의원은 11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당초 포럼을 준비했을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까지 파급이 커질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며 “결과적으로 친박계는 물론이거니와 청와대 입장에서도 썩 유쾌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영남에 지역구를 둔 한 중진 의원도 “딱히 후속 상황까지 고려하지 않고 일을 진행했을 것”이라고 지적했고, 또 다른 의원도 “당시에도 내부에서 ‘이렇게 해도 되는가’라는 반응이 나온 것을 보면 친박계에서도 사전 조율이 없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차기 총선을 앞두고 친박계 의원들이 개인 행보를 시작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친박계 공천 학살’이라는 악몽이 재연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정치권에서 공공연하게 흘러나오는 상황에서 이를 모면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섰다는 것이다. 

당내 한 관계자는 “내년 중반부터 공천 이야기가 나올 것인데, 그 시점에 박 대통령의 당내 영향력이 지금과 같다고 장담할 수 없다”면서 “구심점이 없는 친박계인만큼 어떻게든 새로운 인물을 찾아야 할 절박성이 작용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친박계 내부에서도 “이야기 나오는 거 자체가 잘못됐다” 

중요한 것은 친박계 내부에서도 이번 논란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는 점이다. ‘반기문 대망론을 논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는 주장과 ‘논의 자체가 잘못됐다’는 비판이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대립은 포럼 당시 현장에서도 여과 없이 드러났다. 

안홍준 의원은 “당이 영입할 인사가 없다면 정권재창출을 위해 반 총장을 영입할 수 있다”고 주장하자 김태환 의원은 “박 대통령 임기가 아직 2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우리 포럼이 ‘반기문 현상’을 심각하게 다루고토론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다수 의원들은 김 의원의 주장에 동의하는 뜻을 표시했지만 이번에는 포럼 총괄간사인 유기준 의원이 “차기 대선이 3년 이상 남은 시점에서 반 총장이 대선주자로 화두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현실적으로 ‘반기문 현상’이 있지 않은가”라며 사실상 안 의원에게 힘을 실었다.

논란이 확산되자 친박계 내 일부 의원들은 “당시 분위기는 반기문 대망론을 논하자는 게 아니었다”며 수습에 나섰지만 일명 ‘원조 친박’으로 평가받는 핵심 의원들은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친박 좌장’으로 평가되는 서청원 최고위원은 지난 10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박대통령 임기가 2년도 채 지나지 않았다.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거 자체가 잘못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친박계에서 먼저 군불을 뗀 게 아닌가라는 지적에도 돌발적으로 튀어나온 것이라고 부정했다.

친박계 한 핵심 의원도 통화에서 “지금 대통령 임기가 얼마나 남았는데 벌써부터 차기 대권주자를 거론하는가”라며 불쾌한 기색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이어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가라앉은 ‘반기문 대망론’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것이기 때문에 더 이상은 말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데일리안 = 조성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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