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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지방자치 할지 말지 결단낼 때 - [광복 70년, 다시 서는 대한민국] 지방재정, 위기를 말하다

이젠 지방자치 할지 말지 결단낼 때 - [광복 70년, 다시 서는 대한민국] 지방재정, 위기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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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1.05    저작권자 © 경기일보
   
     

“민란이 일어날 지경이다. 이 정도 됐으면 지방자치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 결단을 내리자!”

지난 1995년 6ㆍ27 지방선거를 통해 처음으로 자치단체장을 주민이 직접 선출한 지 올해로 정확히 20년을 맞았다.

성년을 맞은 민선 자치단체장들이지만 이들은 현재 지역의 청사진을 그리기는커녕 ‘복지 디폴트(부도)’를 검토하며 재정난에 아우성치고 있다.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도청의 재정자립도는 48.7%로 50%가 채 되지 않는다. 지난 2012년 61.7%였던 도청 재정자립도는 2013년 60.1%로 떨어지더니 지난해에는 10%p 이상 대폭 하락했다.

수도권이라고 하는, 그나마 지방보다 먹고살기 좋다는, 1천200만명 이상의 국민이 살고 있는 경기도조차 전체 예산의 절반 이상을 중앙정부에 기대고 있다는 것이다.

도내 31개 시ㆍ군의 재정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시ㆍ군의 평균재정자립도는 지난 2013년 49.7%를 기록, 50% 이하의 재정자립도를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는 43.6%로 추락해 30%대를 앞두고 있다.

재정여건이 점점 나빠지고 있는 시ㆍ군들은 아이들 급식 예산과 어르신들 기초연금 예산을 새해 본 예산에 온전히 반영하지 못했다.

경기도 31개 시ㆍ군 중 동서남북을 대표하는 수원시, 의정부시, 용인시, 부천시, 안양시를 보면 용인시는 현재 3천500억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빚에 시달리고 있고 부천시는 사회복지에 필요한 예산 중 500억원 가량을 본예산에 편성하지 못했다.

의정부시 역시 무상급식과 기초연금 예산을 6개월치 밖에 본예산에 담지 못했다. 도내 31개 시ㆍ군 중 가장 형편이 좋다는 수원시 역시 2017년께에는 세출이 세입을 초과해 가용재원이 없어질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우려하는 ‘복지 디폴트’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자치단체들이 이처럼 재정난을 겪는 이유는 지방자치제를 시작할 당시 국세와 지방세 비율인 8:2 구조가 아직도 이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앙정부가 각종 복지사업을 추진하면서 시ㆍ군에 비용을 부담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경기도의 총 세입은 14조5천48억원 가량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이중 국고보조사업으로 지출해야 할 예산이 6조6천593억원에 달한다. 법정ㆍ의무경비 5조5천72억원, 인건비ㆍ경상비 9천940억원, 용도지정사업비 3천100억원 등을 더하면 총 의무지출 예산이 13조4천705억원이다. 사실상 세입의 대부분이 이미 쓰일 곳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복지 예산 역시 중앙정부의 복지비 지자체 전가가 계속되면서 지난 2011년 3조6천518억원 규모였던 경기도 복지 예산은 올해 5조5천864억원에 달해 5년 새 2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정부는 이처럼 복지사업 등 국비와 지방비 매칭사업을 계속 늘려가면서도 지방자치단체와는 별다른 협의를 하지 않고 일방적인 ‘통보’만 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방자치단체장들 역시 단체행동까지 불사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9월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재정지원을 하지 않을 경우 복지 디폴트가 불가피하다며 기초연금 국비 보조 90% 이상으로 확대, 지방소비세율 20%까지 확대 등을 요구했다.

또 협의회는 지난 11월 경주 힐튼호텔에서 민선 6기 1차년도 총회를 갖고 다시 한번 정부의 재정지원을 촉구했다.

특히 지난달 17일 ‘지방자치재정, 위기를 말하다’라는 주제로 수원 라마다 호텔에서 개최된 좌담회에서 기초자치단체장들은 정부의 재정지원 요구를 넘어서 지방자치제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을 쏟아냈다.

안병용 의정부시장은 “정부가 지방자치를 진정으로 하고 싶어 하는지를 물어봐야 한다. 정부가 지방자치를 하겠다면 다시 원점에서 지방자치를 재검토하자”고 촉구했으며, 김만수 부천시장 역시 “이 정도까지 됐으면 이제 지방자치를 할 것인가, 하지 말 것인가 결단을 내릴 시기이다”고 밝혔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복지 디폴트가 허언이 아니다. 현장에서 느껴지는 체감은 ‘민란’이 일어날 것만 같다”며 “지자체 간 실제적인 행동 통일이 일어나야 하며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스무 살이 된 지방자치단체장들. 이들이 지금 자신들의 주장을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서 정부에 표출하려 한다.

2015년이 지방자치재정이 복구돼 진정한 지방자치가 실현되는 원년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호준기자

이호준 기자 hoju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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