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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란blog이전(+)됨:약7십만접속/-박근혜 前 대통령ㆍ청와대

5060 세대, ‘안됐네’에서 ‘안 되겠네’로 - 5060 세대 등 대통령의 지지 기반이 밑동부터 흔들리고 있다.

5060 세대, ‘안됐네’에서 ‘안 되겠네’로 - 5060 세대 등 대통령의 지지 기반이 밑동부터 흔들리고 있다.

국정 문란 논란이 번져 ‘남매의 난’이라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 2년차에 심각한 권력 말기 현상을 드러내고 있다.

이오성 기자  |  dodash@sisain.co.kr

청와대가 활활 타고 있다. 불을 지른 자가 누구인지, 그 옆에서 춤을 추는 건 어떤 자들인지 아직 불투명해도 한 가지는 확실하다. 작은 불씨 하나에, 최고 권력자의 지지 기반이 밑동부터 무너져 내리고 있다.

“평범한 레임덕이 아니다. 집권 2년차에 찾아온 권력 말기 현상이다.” 야권의 한 정보통은 이렇게 진단했다. 전형적인 권력 말기 증상이 두 가지 있는데 첫 번째는 권력 암투, 두 번째는 고위 관료와 권력기관의 정보 유출이다. 이 두 가지가 한꺼번에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권력 암투는 이미 갈 데까지 갔다. 당사자인 정윤회씨가 ‘불장난’이라며 펄쩍 뛰었지만 하루가 다르게 ‘정윤회 게이트’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시중에 은밀하게 떠돌던 이야기들이 사실로 확인되는 스펙터클은 점입가경이다.

  ⓒ시사IN 이명익12월10일 ‘비선 실세 논란’에 휩싸인 정윤회씨가 의혹을 보도한 <세계일보> 기자에 대한 고소인 자격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하고 있다." src="http://www.sisainlive.com/news/photo/201412/22021_43143_450.jpg" border="1"></세계일보>  
ⓒ시사IN 이명익
12월10일 ‘비선 실세 논란’에 휩싸인 정윤회씨가 의혹을 보도한 <세계일보> 기자에 대한 고소인 자격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하고 있다.

설령 청와대의 주장대로 검찰 수사가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의 ‘자작극’으로 마무리된다 해도 여진은 일파만파다.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씨가 조응천 전 비서관을 내세워 국정 농단을 시도했다고 자인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스스로 갈등 축을 정윤회 대 박지만에서 ‘박근혜 대통령 대 박지만’으로 바꾸어버린 것이다(26~27쪽 기사 참조).

새정치민주연합 관계자의 말마따나 정윤회 게이트가 ‘대통령 남매의 권력 암투’로 번지는 모양새다. 이미 세간에는 ‘남매의 난’이라는 말까지 돌고 있다. 청와대가 이 국정 농단 논란을 피해 갈 방법은 없어 보인다. 

일을 키운 건 박근혜 대통령 자신이었다. 박 대통령은 <세계일보> 보도로 사건이 불거진 지 열흘 만에 새누리당 의원 60여 명을 불러놓고 “찌라시 이야기에 나라가 흔들린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라며 모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청와대 실세는 진돗개”라는 우스갯소리까지 곁들였다. 하필 그 며칠 전 정윤회씨가 언론 인터뷰에서 “이제는 진돗개가 되겠다”라고 말했다. 우연의 일치라고는 해도, 대통령 스스로 타오르는 논란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대통령의 ‘딴소리’에 보수 언론까지 경기를 일으켰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 보수 언론은 “대통령이 이번에 비선·문고리 논란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면 정권의 내리막길에 가속이 붙을 수밖에 없다”라며 질타했다. 사설을 통해 ‘3인방 퇴진’을 주문하고 나선 보수 언론도 있었다.

그사이 청와대의 인사 압력을 폭로하는 관료들의 증언도 잇따랐다.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신호탄을 쏘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윤회씨와 관련해 대한승마협회를 감사한 문체부 국·과장을 ‘나쁜 사람’이라며 교체하라고 지시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한 것이다.

유진룡 전 장관은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인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자신의 수하에 있던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을 비선 개입의 창구로 지목하면서 청와대 개입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후 청와대가 민간 재단인 세종재단과 한국감정원 인사에까지 개입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연합뉴스12월7일 박근혜 대통령은 새누리당 지도부와 의원 60여 명과의 오찬에서 모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이날 “청와대 실세는 진돗개”라고 말했다." src="http://www.sisainlive.com/news/photo/201412/22021_43144_450.jpg" border="1">  
ⓒ연합뉴스
12월7일 박근혜 대통령은 새누리당 지도부와 의원 60여 명과의 오찬에서 모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이날 “청와대 실세는 진돗개”라고 말했다.

12월11일에는 청와대 비선 실세가 코바코(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 인사에 개입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7월 물러난 이원창 전 코바코 사장이 청와대로부터 여러 차례 사퇴 압력을 받았고 비선 실세가 배후 세력이라고 주장했다. 임기를 1년 가까이 남겨둔 이원창 전 사장이 물러나면서 이재만 비서관의 동문이 내정됐다는 소문이 돌았다. 당시 이원창 전 사장은 청와대의 인사 압력 의혹을 부인했다가 뒤늦게 입을 열었다.

40%대 무너진 지지율…5060 세대에서 하락

문제는 이런 ‘폭로’가 얼마나 이어질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청와대 문고리 권력들의 각종 인사 개입 여부가 연이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정윤회 게이트는 정권에 치명상을 입히게 된다.

지지율도 하루가 다르게 무너지고 있다. 한국갤럽이 12월12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통령 직무 수행 긍정 평가는 41%, 부정 평가는 48%였다. 1주 전(12월5일)보다 긍정 평가는 1%포인트 더 떨어졌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꾸준히 40%대 후반을 유지하며 ‘반타작’은 했던 콘크리트 지지율에 상당한 균열이 생긴 것이다.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부정 평가의 이유다. 부정 평가 이유 1위가 ‘소통 미흡·불투명’(16%)이었고, 2위가 인사 문제(12%)였다. 1, 2위 모두 이번 사건과 떼어놓을 수 없는 항목이다. 정윤회 게이트가 터지기 직전인 11월28일 부정 평가 1위가 ‘공약 실천 미흡’이었음을 감안하면 국민들이 이번 사건에 얼마나 큰 문제의식을 가지는지 알 수 있다. 콕 집어 ‘청와대 문건 파동’을 부정 평가의 이유라고 답한 이들도 12월5일 1%에서, 12월12일 4%로 크게 늘었다.

12월8일 리얼미터가 JTBC와 함께 발표한 대통령 지지율 조사(39.7%)에서는 40%대마저 무너진 결과가 나타났다. 취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특히 이 조사는 유선전화만을 대상으로 수행한 결과여서 놀라움을 더했다. 유선전화는 대체로 보수층의 응답률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5060 세대의 지지율 하락이 눈에 띈다. 12월12일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50대의 대통령 지지율은 49%, 60대 이상은 64%였다. 그동안 이들 세대의 지지율은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꾸준히 60% 이상을 기록해왔다. 60대 이상의 경우 70% 지지율이 무너진 적이 거의 없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을 5060 세대가 이끌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시사IN 이명익12월9일 정의당 청년당원들이 내시 복장을 한 채 ‘십상시’ 논란을 풍자하는 퍼포먼스를 했다." src="http://www.sisainlive.com/news/photo/201412/22021_43145_451.jpg" border="1">  
ⓒ시사IN 이명익
12월9일 정의당 청년당원들이 내시 복장을 한 채 ‘십상시’ 논란을 풍자하는 퍼포먼스를 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최근 여론의 추이에 대해 “5060 세대에서 박근혜 정권에 대한 평가가 바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안쓰럽게 생각한다. 조실부모하고 동생들 뒷바라지하며 청춘을 희생한 불쌍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안됐다’라는 정서였다. 대신 자식이 없으니 그만큼 뒤탈도 없다고 여겼다. 그런데 정윤회 사건이 터지면서 여론이 달라진 걸로 볼 수 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아무도 ‘아군’으로 나서지 않는 새누리당

여론의 균열을 느끼는 건 새누리당도 마찬가지다. 요즘 새누리당 관계자의 반응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침묵 혹은 ‘멘붕’이다. 특히 친박근혜(친박)계 정치인의 속내는 복잡하다. 대통령의 레임덕이 계속될 경우 향후 총선 공천에서 친박계가 불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바닥을 쳤던 2012년 총선에서는 친이명박계 의원들이 공천에서 대거 탈락하면서 분당 움직임까지 일었다.

지금은 MB 때와 또 다르다. 촛불집회와 함께 출범한 MB 정권은 집권 기간 내내 지지율이 바닥을 기었지만, ‘세력’은 살아 있었다. 청와대와 당에 확고한 가신 그룹이 존재했다. 그 결과 4대강 사업과 법인세 인하 등 정권의 숙원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자기 세력의 ‘떡고물’은 확실하게 챙겨주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집권 초기부터 ‘불통’ 논란에 빠지면서 당·청 관계가 삐걱거렸다. 급기야 지난 5월 정의화 의원이 친박 핵심인 황우여 대표를 큰 표 차이로 누르며 새누리당 국회의장 후보자에 당선되면서 ‘친박 와해설’이 등장했다. 7월 전당대회에서 김무성 의원이 예상을 뛰어넘는 표 차로 당대표가 되면서 친박 와해가 공식화했다.

실제로 요즘 여의도에서는 ‘주박야김’하는 의원이 한둘이 아니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낮에는 친박근혜계, 밤에는 친김무성계 행세를 하고 돌아다닌다는 것이다. 지금 대통령에게는 ‘친박’도 ‘아군’도 없다는 이야기다.

한 새누리당 관계자는 “그동안 대통령이 친박을 너무 안 챙긴다는 불만이 쌓여 있었다. 어쩌면 정윤회 파동으로 왜 그랬는지 이유가 밝혀진 셈이다. 대통령이 위기에 빠질 경우 순식간에 등을 돌릴 의원이 얼마나 될지 파악도 안 된다”라고 말했다. 청와대와 여당 모두 ‘각자도생’ 분위기다.

겨우 집권 2년차에 박근혜 대통령이 이처럼 심각한 권력 말기 현상을 드러내리라고 예측한 이는 없다. 정치권 관계자의 지적처럼 지금 시국은 “대통령이나 새누리당이 아니라, 나라가 불행한 상황”이다. 앞으로 3년. 누가 봐도 너무 긴 시간이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