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이후 해외순방 때마다 정치적으로 민감하거나 당사자들의 반발을 샀던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교와 같은 화려해 보이는 일에만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고 비판을 받을 수 있거나 반감을 살 만한 이른바 ‘궂은 일’은 다른 기관에게 미루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9일부터 17일까지 8박9일 동안 중국 베이징과 미얀마 등지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아세안+3(ASEAN+3한·중·일),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순방을 마치고 귀국했다. 청와대는 순방기간 중 현지에서 한중FTA 사실상 타결 등을 발표했으나, 정작 국내에선 세월호 선체 수색 중단(11일), 감사원의 국제영화제 감사 예비조사 돌입(11일) 등 민감한 문제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지난해 10월 박 대통령의 APEC과 ASEM 순방 때는 기초연금 파기 사건이, 5차 해외순방이던 그해 11월 프랑스, 영국, 벨기에, 유럽연합 등 서유럽 순방 중엔 법무부가 나서서 헌법재판소에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했다. 지난 3월 박 대통령의 네덜란드 독일 방문 때엔 유우성씨 간첩증거 조작사건 관련 검찰조사를 받던 국정원 직원이 자살시도를 하는 등 의문스런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순방 하루 전에 터뜨린 사건도 적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지난 9월 20일부터 6박7일 일정으로 캐나다 미국 방문을 떠나기 하루 전날인 19일 검찰이 산케이 신문의 박 대통령 7시간 의혹 보도를 번역한 뉴스프로 기자의 가택을 압수수색했다. 지난해 6월 2차 순방지인 베이징 방문 직전엔 남재준 국정원장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전격 공개했다. 박 대통령이 그해 9월 7일부터 4박5일 일정으로 러시아·베트남 순방을 준비하던 전날인 6일에는 조선일보가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이 혼외아들을 숨겼다고 보도해 큰 파장을 낳았다. 채 총장은 일주일 만에 이 문제로 물러났다.
민감한 현안을 벗어나기 위한 것으로 의심되는 순방도 있었다. 지난 5월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한 직후 원전 행사 참석을 이유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순방을 떠났다. 이밖에도 순방 중에 발생한 황당한 사고도 있었다. 첫 해외순방인 지난해 5월 미국 방문 기간엔 윤창중 당시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고, 지난 6월 박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 때는 신현돈 1군사령관이 위수지역을 이탈해 음주 추태를 벌여 논란을 빚었다. 박수현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18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의 해외순방시마다 정치적으로 굉장히 민감한 사안을 정해진 수순에 의해 처리하려 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며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이 해외만 나간다면 국민들은 ‘또 무슨 일 벌어지는 것 아닌가’ 하며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특히 해외순방의 화려함 뒤에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관심을 갖고 소통을 통해 대통합을 이뤄내야 하는데, 늘 해외에 있을 때 이런 일을 처리하려는 것은 지도자답지 못한 처신”이라며 “좋은 일은 본인이 나서고 궂은 일은 다른 사람 손을 빌려 처리하려는 것이야말로 통합이 아닌 분열을 자초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국가원수의 해외순방 때 중대 현안이 처리되는 전통은 혹시라도 군사쿠데타가 벌어질 것을 대비한 것으로, 대통령 부재중에 뭔가를 도모하고 처리하는 이런 관행은 청산해야 한다고 박 대변인은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 본인에게 책임이 돌아오는 것을 막고자 벌이는 비겁한 태도”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여권에선 순방 자체가 과거보다 많아져 불가피하게 대통령 부재시에 현안이 처리될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김영우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은 18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박 대통령은 과거 정부와 달리 워낙 해외순방 자체가 많기 때문에 벌어진 일들”이라고 밝혔다. 김 수석대변인은 “국내 정치만이 아니라 여러 정상회담이나 경제회담 등 해외순방이 크게 늘었다”며 “대통령이 국내에 없을 때 일어난 사건이라고 해석할 것이 아니라 이미 확률적으로 대통령 부재시에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 돼 버린 것”이라고 밝혔다. 김 수석대변인은 “정치적으로 해석할 일은 아니다”라며 “어떤 문제든 소통을 많이 하면 좋지만 해외 나가는 것과 소통은 관련이 없다고 본다”고 답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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