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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남미래포럼은 11일 '한국의 지역주의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라는 정책세미나를 열었다. |
ⓒ 호남미래포럼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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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논객으로 널리 알려진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의 '박근혜 정부 평가'는 냉혹했다.
올해 초 박근혜 대통령의 재임 1년을 "잃어버린 일년"으로 표현했던 송 교수는 11일 오후 호남미래포럼에서 주최한 '한국의 지역주의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라는 정책세미나에서 "박근혜 정권은 무정란 정치였다"라고 꼬집었다.
"국민대통합, 복지와 경제민주화는 버려졌다"
송호근 교수는 이날 '무정란 정치와 지역주의'라는 주제발표에서 "(박근혜 정권은) 이렇다 할 업적을 내지 못한 채 인수기 2개월, 집권 21개월을 보냈다"라며 "기존 정권들이 집권 초기 2년 동안 온갖 화려한 정책들을 선보였음을 생각하면 실로 대조적이다"라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그 화려한 정책들의 성공-실패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기존 정권들의) 집권 실세들이 매우 부산히 움직였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매우 조용하고 신중한 박근혜 정권과 대비된다"라고 말했다.
송 교수는 "시장 상황이 비관적이고 경제회복이 더딜 것으로 예상되는 현 시점에서 판단하자면 집권 초기 부풀려졌던 국민적 기대의 거품은 필연적으로 꺼질 수밖에 없다"라며 "집권 2년 동안 '국민대통합', '복지와 경제민주화'라는 두 개의 목표는 버려진 것으로 보인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송 교수는 "집권 2년차, 어느 정권이든 개혁의 고삐를 바짝 당겼던 그 소중한 시간대를 세월호 사건으로 보냈다"라며 "정권을 감싸고 있는 장막을 벗어 던지고 시민들과 광장에서 허심탄회하게 만나 향후 대한민국이 갈 길을 논의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라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국가개조 선언은 너무 성급했다"라며 "총리를 찾고 유병언을 찾는 것이 해결책은 아니었다, 박정희 대통령의 통치양식처럼 책임감과 사명감이 너무 승했다"라고 꼬집었다.
"집권세력에 '시민사회'는 매우 부정적으로 각인?"
특히 송 교수는 "박근혜 정권이 시민사회와 접선 혹은 협력이 안되는 이유"를 분석했다. 먼저 그는 "집권세력 내에 '시민사회' 개념은 매우 부정적으로 각인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라며 "얼핏 잘못 건드리면 민주정권에도 저항의 독기를 뿜을지 모르는 반독재 집단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다분하다"라고 말했다. 그런 가능성 때문에 "집권실세에 시민, 시민사회는 통치의 대상일지 모른다"라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송 교수는 두번째 이유로 "고질병에 갇혀 있는 한국정치의 질식상태를 깰 새로운 언어 혹은 정책을 창조하지" 못한 점을 들었다. 즉 박근혜 정권이 ▲ 너무 강하고 오래 지속된 '구조화된 신념' ▲ '척결의 대상'으로 간주하는 보수-진보의 행동양식 ▲ 국회와 대통령이라는 '두 정통성의 충돌'이라는 한국정치의 고질병을 혁파할 "언어나 정책"을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송 교수는 "국민은 있으나 '시민'이 없다"라고 지적한 뒤, "시민성이 지극히 취약한 상태로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라며 "그런데 '그 지향점이 무엇이고, 누가 주체인가?'는 질문에 답하는 것이 집권 3년차를 석달 앞둔 박근혜 정권이 짐져야 할 역사적 과제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송 교수는 "구조화된 신념에 근거한 '척결'이 '이념정치'에 집착하도록 부추기는데, 이념정치가 실패하면 지역주의가 든든한 후원자로 남아 있기에 사생결단을 낼 수 있다"라며 "이념정치가 실패하면 지역주의로 돌아가고, 지역주의로부터 정치적 활력을 보강한다"라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이념정치가 타협이 아니라 극단적 대립으로 치닫는 것을 후원하는 가장 중대한 요인이 지역주의라고 한다면 조기 해소가 바람직하다"라며 "국회의원 선거제를 소선거제에서 중대선거제로 바꾸고, 비례대표를 늘리는 정당개혁을 4년 중임제 개헌과 함께 고려해봐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박상훈 대표 "지역주의 대신 '지역차별', '지역편견'이라고 써라"
토론자로 나선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정치발전소 학교장)는 "'지역주의'라는 용어를 절제해서 사용하라"라고 주문해 눈길을 끌었다. 박 대표는 지난 2009년 펴낸 저서 <만들어진 현실>에서 한국 지역주의를 새로운 시각에서 분석한 바 있다(관련기사 :"노무현의 '지역주의 망국론'은 허상이다"). "지역주의 문제는 상당 부분 작위적으로 만들어지고 (이데올로기로) 동원되었다"라는 것이다.
박 대표는 "망국적 지역주의가 고개를 들고 있었던 이유는 시민이나 유권자들 속에 있는 지역주의가 아니라, 모든 문제를 지역주의로 설명하면서 상황의 어려움을 지역주의 때문으로 합리화하려는 집권세력의 욕구에 있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지역주의가 커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데올로기화된 지역주의 지배 담론이 또다시 불러들여진 것이다"라며 "한국정치에서 지역주의는 늘 이런 방식으로 이용되고 동원되고 이데올로기가 되었다"라고 분석했다.
박 대표는 "한국정치가 지역을 둘러싸고 또 지역성을 매개로 갈등을 표출하게 한 수많은 차원의 문제와 개선해야 할 문제가 많은데 이를 (지역주의로) 일률화해서 이데올로기화하지 않았으면 한다"라며 "지역주의 용어에 압도되어 잘 사용되지 않는 지역차별, 지역편견이라는 용어가 그보다는 훨씬 정확하고 유익한 용어다"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선거결과를 말할 때는 지역구도 등 얼마든지 객관적 용어를 쓸 수 있을 것이다"라며 "이런 개념들 대신 지역주의라는 용어를 써서 얻을 수 있는 더 나은 토론이나 의사소통이 가능하면 모를까, 사태를 이데올로기화하는 데 기여하기만 한다면 정말로 절제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정책세미나를 주최한 '대한민국을 생각하는 호남미래포럼'은 국민통합을 저해하는 지역차별을 해소하고 호남지역발전과 지역민의 자긍심을 고취하자는 뜻을 두고 지난해 12월 출범했다. 김성호 전 보건복지부장관이 상임운영위원, 김승규 전 국정원장과 한갑수·허신행 전 농림수산부 장관, 신승남 전 검찰총장, 김동신 전 국방부 장관이 공동대표로 참여하고 있다. 이용훈 전 대법원장과 김정길 전 법무부장관, 손수익 전 교통부장관, 김정옥 대한민국예술원 회장, 김성훈 전 경실련 대표 등이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